조개무침
-부안장날- / 공현혜
부안장날 뒷골목 떡집 앞에는
온순하게 이승을 떠난 구담댁 자리가 있었다
조개무침 앞에 놓고 졸음을 훑던 상실의 자리
영감의 하루치 밥상을 차려놓고
주산 황토반죽 길을 빠른 걸음 놓던 사람
아따, 겁나게 기둘릿제
며느리 좋아하는 조개무침 미끼로
손주를 그리던 마음이 아직 남았다
배 과수원 하루치 일 접고
곰소 뻘밭을 종일 기어다니며 캔 조개들
자식 대신 젊은 엄마들에게 퍼주던 긍정의 손
서해안고속도로를 놓으면 좋겠다더니
개통식 전에 떠난 사람 자리엔 불청객만 이어지고
이젠 부안장날 골목을 헤매도
젓갈이 아닌 생조개무침 집어 먹을 곳 없다
첫댓글 가슴이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