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미 [ sashimi ]
사시미(刺身, sashimi)는 주로 생선과 조개류를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썰어 먹는 일본 음식이다.
외국어 표기
刺身(일본어), さしみ(일본어)
재료생선
조개류, 약미(무, 와사비, 해조류, 마늘, 생강 등)
유사음식
생선회, 카르파치오
1. 사시미의 정의
레몬, 와사비와 함께 담긴 사시미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사시미는 재료의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재료를 다루는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사시미는 주로 어패류를 날것으로 썰어 간장, 스미소(酢味噌, 된장에 식초와 설탕을 넣어 만든 것) 등의 조미료에 츠마(つま, 사시미에 곁들이는 와사비, 생강 등의 양념)를 곁들여 먹는 요리이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 관동지방(関東地方)에서는 사시미라 부르고, 오사카 등의 일본 관서지방(関西地方)에서는 츠쿠리(作り)라고 부른다. 사시미는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 1336~1573)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선도 유지 방법과 저장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종류가 다양해졌다. 사시미는 재료의 신선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리이므로, 생선을 손질하는 사시미칼과 칼을 다루는 숙련된 솜씨(기술)가 필요하다.
2. 사시미의 어원
사시미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게 없으며, 추정되는 설은 “썰다” 또는 “자르다”라는 뜻의 ‘키루(切る)’라는 단어 사용을 금기시하여 대신 ‘사스(刺す, 바늘로 찌르다, 바늘로 꿰다)’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선을 자르기도 했지만 자르거나 조리한 생선 살을 바늘로 꿰어서 담았기 때문에, “바늘로 꿰다”라는 뜻의 동사로부터 파생된 ‘사시테(刺して)’로부터 사시미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설명이다.
3. 사시미의 기원과 역사
강가나 해안가에서 잡은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풍습은 조몬 시대(縄文時代, 기원전 1만4천년경~기원전 300년경)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사시미 형태로 먹기 시작한 것은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 1336~1573)부터이다. 일본의 산업화 시작과 함께 다양한 식문화가 형성되는 시기였던 에도 시대(江戸時代, 1603~1867)에 이르러 생선이 대량 유통되면서 사시미를 먹는 사람이 늘어났으며, 사시미에 향미 채소(와사비(わさび), 쇼가(しょうが、생강 등))를 곁들여 먹는 음식문화가 정착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시미라고 하면 주로 어패류를 떠올리지만, 어패류 외에도 닭고기, 말고기 등의 육류를 날것으로 썰어 먹거나 곤약(こんにゃく, 구약나물의 전분으로 묵을 만든 것)을 얇게 썰어 먹는 것도 사시미라 한다. 닭고기를 얇게 저며 썬 것은 도리사시미(鶏さしみ), 말고기는 바사시(馬さし), 곤약은 곤야쿠사시(蒟蒻刺し)라고 한다.
사시미(刺身)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헌은 1399년, 교토의 요시다 신사(吉田神社)의 신관(神官, 국가의 관리로서 신사의 제사 및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을 육성하는 사람)이었던 스즈카(鈴鹿家) 가문의 기록이다. 그 기록 중에는 사시미(指身, さしみ, 회)’, ‘코이(鯉, 담수어, 잉어)’, ‘이리사케(煎り酒, 일본 술에 우메보시를 넣고 끓인 것)’, 그리고 ‘와사비(わさび)’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에도 시대(江戸時代, 1603~1867) 초기에 발행된 『요리 이야기(料理物語)』에는 꿩, 기러기, 오리 등의 조류나 자라, 죽순, 송로버섯을 사용한 사시미 요리 내용이 전해진다. 이때는 끓인 식초(煎り酢, 이리스), 생강식초(生姜酢, 쇼가스), 겨자식초(カラシ酢, 가라시스), 와사비식초(ワサビ酢, 와사비스), 된장에 식초와 설탕을 넣고 섞은 스미소(酢味噌) 등 간장 대신 주로 식초를 곁들였던 것이 특징이다.
4. 사시미의 종류
사시미는 재료와 써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시미 종류는 흰살 생선, 붉은살 생선, 등푸른 생선, 민물 생선, 조개류, 갑각류 등 사용하는 재료에 의해 구분되지만 히라츠쿠리, 스가타츠쿠리 등 써는 방법에 의한 종류도 다양하다.
사시미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생선으로 마구로(まぐろ, 참치), 카츠오(鰹, 가다랑어), 사케(鮭, 연어), 사바(鯖, 고등어), 산마(秋刀魚, 꽁치), 사와라(鰆, 삼치), 아지(あじ, 전갱이), 히라메(平目, 광어), 타이(鯛, 도미), 하마치(はまち, 방어새끼), 부리(鰤, 방어)、간파치(カンパチ, 잿방어), 다치우오(太刀魚, 갈치), 스즈키(スズキ, 농어), 후구(ふぐ, 복어), 우나기(鰻, 장어) 등이 있다.
조개류로는 아와비(鮑, 전복), 가키(牡蠣, 굴), 사자에(サザエ, 소라), 하마구리(蛤, 대합), 호타테가이(帆立貝, 가리비) 등이 있으며, 연체류와 갑각류에는 타코(タコ, 문어), 우니(海栗, 성게), 이쿠라(いくら, 연어알), 에비(海老, 새우), 나마코(海鼠, 해삼), 이카(イカ, 오징어) 등이 있다.
사시미는 재료의 특성에 따라 써는 방법을 달리하고 식감을 살리기 위해 전 처리를 하여 썬다. 이러한 과정에 따라 히라츠쿠리(平作り, 평썰기한 사시미), 스가타츠쿠리(姿作り, 통사시미), 우스츠쿠리(薄作り, 얇게 뜬 사시미), 가츠오타다키(かつおたたき, 표면만 불에 익혀 썬 사시미), 곤부지메(昆布じめ, 다시마에 절인 사시미) 등으로 분류된다.
· 히라츠쿠리(平作り)
칼을 직각으로 하여 써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육질이 부드러운 생선이나 지방이 적은 생선은 두껍게, 육질이 질긴 생선이나 지방이 많은 생선은 얇게 써는 것이 특징이다. 참치, 방어, 광어 등을 썰 때 사용된다.
· 스가타츠쿠리(姿作り)
머리와 꼬리를 그대로 남긴 상태로 생선의 앞뒤로 포를 뜬 후 먼저 뼈 부분을 접시에 모양을 잡아 올리고, 그 위에 포 뜬 생선을 썰어 올리는 방법이다. 전갱이, 학꽁치 등에 사용된다.

스가타츠쿠리로 담은 전갱이생선의 머리와 꼬리를 그대로 남긴 상태에서 그 위에 포 뜬 생선을 올리는 것을 스가타츠쿠리라 한다.
· 우스츠쿠리(薄作り)
탄력 있는 살을 가진 생선을 아주 얇게 써는 방법이다. 주로 가자미, 복어 등을 썰 때 사용된다.
· 가츠오타다키(かつおたたき)
신선한 가다랑어를 손질하여 포를 뜬 후, 쇠꼬챙이에 끼워 껍질 부분만을 직화로 살짝 그을렸다가 바로 얼음물에 식혀준다. 이렇게 하면 질긴 껍질 부분이 연해져 먹기에 좋다. 가다랑어를 일정한 크기로 썬 후 마늘, 생강, 채 썬 양파를 곁들여 폰즈(ポン酢. 간장, 식초, 다시물을 넣어 만든 것으로 간장의 한 종류)에 찍어 먹는다.
· 곤부지메(昆布じめ)
부패가 빠른 생선의 보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다시마 사이에 식초에 절인 생선살을 넣고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넣어 둔 다음 먹는다. 이렇게 하면 보존성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비린내가 제거되는 효과가 있으며, 생선살에 다시마의 감칠맛이 배어들고 수분 또한 제거되어 더욱 쫄깃한 생선살을 즐길 수 있다. 주로 참돔, 고등어, 새우, 오징어 등에 사용된다.
5. 사시미를 담는 요령
사시미를 담을 때에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계절감을 살리며,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균형 있게 재료를 배치하는 미적 감각이 필요하다. 무를 돌려 깎기 하여 채를 썬 다이콩츠마(大根つま, だいこんつま, 무채) 위에 붉은살 생선과 흰살 생선, 조개류 등을 구분하여 담아 내는데 그릇의 앞쪽은 낮게, 그 반대편은 높게 하여 입체적으로 담는 것이 요령이다.

사시미 담는 요령무를 돌려 깎기 하여 채를 썬 다이콩츠마 위에 붉은살 생선과 흰살 생선, 조개류 등을 구분하여 담는데 그릇의 앞쪽은 낮게, 그 반대편은 높게 하여 입체적으로 담는 것이 요령이다.
사시미에 곁들이는 와사비, 쇼가(생강) 등의 야쿠미(藥味, 양념)나, 사시미와 함께 접시에 담는 무, 당근, 오이, 오바(大葉 시소잎이나 깻잎과 유사한 잎채소)와 같은 채소류, 해조류(미역, 해초 등), 식용 국화, 마늘, 생강, 레몬, 파슬리 등을 츠마(つま)라고 하는데, 이는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거나 시각적으로 화려한 색감을 주어 식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사시미를 그릇에 담은 후에는 요리가 돋보이도록 ‘아시라이(あしらい)’라는 고명이나 장식을 얹기도 한다. 아시라이는 당근, 무, 연근, 생강, 레몬(라임) 등을 꽃 모양으로 깎거나 계절을 상징하는 꽃잎을 따서 장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와사비는 접시의 두세 군데에 나누어 담고 쇼유(醤油, 간장)나 폰즈(ポン酢), 스미소(酢味噌, 된장에 식초 등으로 조미한 것) 등의 소스는 개인 접시에 따로 담는다.
6. 사시미 먹는 방법
사시미는 흰살 생선, 붉은살 생선, 조개류 등을 각각 3~5종으로 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중 담백한 생선에서 진한 맛을 내는 생선 순으로 먹는 것이 사시미의 맛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간장에 와사비를 풀고 사시미를 찍어 먹기도 하지만, 사시미의 중앙에 와사비를 적당히 올려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것이 사시미의 풍미를 최대한 느끼며 세련되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지방이 많은 등푸른 생선은 쇼가(생강)를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등푸른 생선류를 다른 생선과 같이 먹을 때는 맛이 혼합되지 않도록 간장 종지를 따로 하여 찍어 먹는 것이 좋다. 사시미의 츠마는 모두 식용 가능한 것으로 담는 것이 기본이므로, 사시미와 곁들여 내는 다이콩츠마나 해조류 등을 오바(大葉, 시소잎이나 깻잎과 유사한 모양의 잎 채소)에 싸서 간장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