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출등록 약제 하나도 없어…제도 지키려 친환경약제 뿌린 서귀포 50여농가 대부분 피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이 한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제주지역 금감(금귤) 재배농가들이 제도 도입준비 소홀에 따른 피해를 벌써부터 보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11월 들면서 겉이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한 금귤 재배농가에서 검은점무늬병(흑점병)이 대량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귤 주산지인 서귀포시 표선면 일대에서만 전체 50여 재배농가 중 거의 대부분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흑점병은 과실 표면에 까맣고 작은 점이 무수하게 생기는 증상(사진)을 보이는 병해로, 특히 금귤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민 송정선씨(51·세화1리)는 “껍질째 먹는 과일인 까닭에 흑점병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상품성을 완전히 잃어 유통업체나 산지 수집상들이 구입을 아예 꺼린다”고 말했다.
흑점병 피해가 확산된 데 대해 농가들은 PLS의 준비 부족을 탓한다. 앞서 7월 금귤은 주요 과실 품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PLS 시행을 앞두고도 등록 약제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농가들이 장마철 방제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본지 7월6일자 5면 보도).
관계당국은 관련 약제의 수요를 조사해 직권 등록하겠다는 약속을 내놨지만 넉달이 지난 현재까지 현장에 전달된 내용은 없었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농민 황순진씨(49)는 “관행 약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값은 비싸지만 효과는 떨어지는 친환경약제를 구입해 살포했다”면서 “돈은 돈대로 들고 병해는 병해대로 나타나 제도를 따르는 농민들만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성토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지농협 관계자는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흑점병 발생을 이유로 구매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여 자칫 산지농가와 출하농협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면서 “이는 PLS 시행이 한달 반 앞으로 다가온 시점인데도 소규모 품목을 중심으로 여전히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는 방증인 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경선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장은 “금귤에 대해 등록된 약제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 “올 연말까지 63개 약제를 약효·약해 등 평가 결과에 따라 잠정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서귀포=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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