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마음의 풍금
출처 : 씨네21
열일곱 늦깍이 초등학생, 그녀의 첫사랑
강원도 산 속 마을 산리의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 열 일곱,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에 이르는 문 앞에 선 그녀의 삶에 어느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으로 산리의 초등학교에 부임한 스물 한 살 총각 선생님 수하. 그가 길 위에서 홍연을 아가씨라 불러 세우며 학교로 가는 길을 묻던 그 순간, 홍연은 피할 수 없는 첫사랑의 운명에 빠져든다. 모두가 어린아이로 생각한 자신을 처음 여자로 봐 준 사람. 어느새 홍연의 일상은 온통 수하의 얼굴로 가득 차는데...
홍연의 담임을 맡게 된 수하는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서투르지만 열정어린 가르침을 펼친다. 자잘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교실에서 언제나 애정 어린 배려를 잃지 않는 수하의 모습에 홍연의 사랑은 점점 깊어간다. 그러나 수하의 마음은 같은 학교 교사인 양은희 선생님에게 쏠리고. 지적이며 세련된 모습, 청순한 아름다움과 단호한 의지력을 겸비한 연상의 그녀를 볼 때마다 홍연의 슬픔은 깊어진다.
양은희 선생을 향한 수하의 마음은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학교 화장실에는 두사람에 대한 낙서가 가득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사람의 곁을 맴도는 홍연의 시선. 매일 제출되는 그녀의 일기장에서 수하는 얼핏 그녀의 마음을 느끼지만 그에겐 양은희 선생의 얼굴뿐... 그러던 어느날 수하가 양은희 선생에게 빌려준 LP 레코드가 아이들의 손에서 산산조각이 난다. 애써 태연한 척 마음을 잡는 수하. 하지만 불길한 예감처럼 양은희 선생은 약혼자와 함께 유학 길에 오른다. 부서진 사랑으로 가슴아파하는 수하를 보며 홍연은 희미한 기대를 품는다
[영화]내 마음의 풍금/The Harmonium in My Memory – 1999
https://youtu.be/fXZBLgGxGTk
{책} 내 마음의 풍금
하근찬 소설가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11월 25일 타계, 충청북도 음성군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출판사서평
[내 마음의 풍금]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하근찬이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시절 실제로 겪었던 일을 소설로 펴낸 것이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한 가슴 깊숙한 그리움의 씨앗이 세윌이 더해질수록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더 생생해져서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운명 같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 마음의 풍금]은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여 산골 초등학교에 막 부임한 스물하나의 총각 선생과 열일곱에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늦깍이 여학생의 사랑과 60년대의 초등학교 풍경들이 순수하고 담백하게 어울려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 소설은 분명히 늦깍이 초등학생의 첫사랑 이야기이지만, 소설의 진행은 60년대의 시골풍경과 어울려 있다. '아하! 그랬었지.' 하며 잔잔히 미소지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풍경들과 에피소드들이 이 소설을 풍성하게 해준다. 또한 옛 시절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우선 아이들이 즐겨 하는 놀이들, 고무줄놀이, 줄넘기놀이, 자치기, 비석치기, 실개천에서 멱감기, 메뚜기 잡기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선생의 연애에 대한 아이들의 화장실 낙서, 시계가 귀한 시절에 아이들이 학교에 지각하지 않는 법, 가정방문,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가설극장의 영화상영. 또 강 선생이 양 선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풍금을 북적북적 울려대며 부르는 당시의 노래 등, 이 소설 속에서 섬세하게 묘사된 60년대의 풍경은 무척 정겹다.
이 소설에 나타난 사랑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홍연의 강 선생에 대한 사랑이고 또 하나는 강 선생의 양 선생에 대한 사랑이다. 양쪽다 사랑하는 쪽의 감정 상태만 드러나 있을 뿐 사랑받는 쪽의 감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홍연의 사랑은 당돌하다. 일기를 통해 선생의 의중을 묻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직접 선생을 대하고 앉아서는 무척 수줍다. 소박한 웃음뿐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리움이다. 선생이 놀러오라고 해서 놀러갔지만 선생이 런닝만 입고 있어 그냥 돌아오면서 부아가나서 혼났다고 표현하는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홍연의 사랑은 절규한다. 선생이 다른 학교로 전근가자 피로 혈서를 쓴다. 오직 '선생님, 그립고 그리운 선생님…, 저는 지금 울고 있어요' 라고 혈서를 쓴 손가락이 처참하게 짓뭉개지도록 가슴 아픈 절절한 사랑이다. 그러나 선생은 답장하지 않는다. 30년 뒤의 해후에서 홍연은 누렇게 변색된 사진 한장을 선생에게 보여주며 옛날 생각이 나면 꺼내보곤 했다고 자신의 그리움을 드러낸다.
강 선생의 사랑은 말이 없다. 감정만 충만할 뿐 드러내지 않고 속앓이하는 사랑이다. 대신 풍금을 타며, 시와 소설을 쓰며 마음을 달랜다. 가을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는 사랑이다. 정신이 가물가물해질 지경으로 술을 마셔대는 사랑이다.
풀냄새처럼 풋풋하고 소박한 마음, 욕망과 계산이 없는 수줍은 사랑, 느리고 잔잔하지만 절제된 표현 뒤에 숨어 있는 한없이 간절한 그리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