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24일 리더스 정기 공연 때 협연을 해주신 메조 소프라노 김순희씨가 출연한 오페라에 다녀왔습니다.
기존의 스토리를 성악가의 역량으로 재해석 해서 공연하는 것과는 달리 창작 오페라는 무에서 시작하여 최고를 만들어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작업입니다.
라벨라 오페라단과 김순희씨가 그것을 해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조 소프라노 김순희씨가 출연하는 검은 리코더....
카르멘의 이미지를 지워보려 애썼다는 그녀의 말대로 하바네라에서 보여지는 도도하고 요염한 김순희는 없었고, 늙고 힘없고 불쌍한 장을분 할머니만 보였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태풍이 불어오던 날 찬장에 짓눌려 죽은 할머니가 그 찬장을 관으로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자 죽어서도 누울 자리 하나 없는 노인 귀신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그러나, 저승에 가려면 나룻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찬장할머니는 이미 찬장을 부셔서 나룻배로 만들어 버렸다.
누가 나룻배를 타야 하는가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노인들의 살아 생전 추억이 담긴 곳으로 나룻배는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노인 고독사... 자식에게 버림 받은 할머니.. 자식의 구박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할머니 등등 가슴 아픈 사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제가 꼽는 공연의 최고 하일라이트는 보자기 할머니 장을분 역을 열연한 김순희씨의 아리아입니다.
"날마다 살아도 모든게 신기하던데..." 이처럼 삶에 대한 미련이 가득 묻어 나오며 애절하게 부르는 노래가 또 있을까요.....
이날따라 박수에 인색했던 관객들이었지만 김순희씨 아리아에서는 아낌 없는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이 날 아리아를 부른 가수 중에서 순희씨가 유일하게 박수를 받았습니다.
어쨌든, 노인 문제가 점점 심각하게 대두되는 현 사회상황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아주 슬프도록 잘 만들고 잘 노래한 한 편의 인생 오페라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극 중 유인자 할머니 귀신의 말이 가장 귀에 남는데요...
"어미는 나무 속을 긁어 파낸 리코더처럼 늘 예쁜 소리내며 웃고 있어야 하는거야..."
부모의 사랑 아니 엄마의 사랑..
극중 찬장 할머니가 자식들에게 버림 받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편히 쉴 수 없었던 네 명의 노인 귀신들뿐만 아니라 관객 아니 나아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자식들에게 던지는 화두이지 않을까요...
내 옆자리에서 훌쩍이며 울던 어느 관객의 울음이 어쩌면 가장 솔직한 자식의 고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고로 그 관객은 리더스 목요팀 단원^^ 오페라를 진정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분이심)
내가 아주 열렬한 광팬이자 팬클럽의 관리까지 위임(^^) 받은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씨 항상 건강하시고 더 좋은 성악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그 발걸음,발걸음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다른 일정이랑 겹쳐서
연주를 보러갈수 없었는데..
이렇게 사진과 스토리를 올려주시니,감사합니다♡
공연실황을 직접봐야 감동이 오지만,
오늘 올려주신 후기는
공연을 본듯 합니다..감사해요~
이야 최고의 시간이었네요~^^ 언젠가는 리더스도 분장을 해서 연기에 노래까지 하며 연주하면좋겠네요~~
지휘자님 독창회 잘 준비하고,
다음에 리더스오페라 창단할때
분장 하죠뭐^^
@루피루피
그 소망 꼭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일단 지휘자님 독창회 도와드리고, 분장하는 오페라는 차기 선거공약!^^
@연암 크앜ㅋㅋㅋ
저도 일정이 있어서 가고픈 마음 눌렀었는데 요레 자세한내용과 사진까지...어떤내용인지 알고 가슴뭉클 합니다. 오페라가 멀리만 있는게 아니구나~~ 일상을 이야기한거 같아 와 닿습니다. 창작오페라에 담긴 해학적 스토리이긴 하지만 마음을 울리네요~~
그죠...
저도 내용읽으면서..콧끝이 괜시리..찡했네요....ㅜ
정말 같이 보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아마 주사랑님은 펑펑 우셨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