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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물에 잠겼던 버스 내부를 수색하는 등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충북 청주 오송읍 지하 차도 침수 사고는 막을 수 있었던 사고다. 임시 제방 보강 공사가 꼼꼼했고, 지자체가 홍수 경보 발령 후 곧바로 지하 차도 통행을 막기만 했으면 됐다. 집중호우 때 도시의 지하 시설에서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 때 포항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이 하천 범람으로 쏟아져 들어온 물에 잠기면서 7명이 사망한 사고가 생생하다. 그 한 달 전엔 서울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장애 어린이를 포함한 세 명이 폭우로 물이 차오르면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생명을 잃었다. 서울 서초구에선 하수도 역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맨홀 뚜껑이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지나던 남매가 맨홀로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서울 지하철역 9곳에선 엘리베이터 10대, 에스컬레이터 36대 등이 침수돼 두 달 이상 작동하지 못했다.
이런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작년 7월 중국 정저우에선 집중호우로 지하철 차량에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 승객 500명이 간신히 구조되고 12명이 사망했다. 또 6차선짜리 지하 차도에서 차량 200대가 뒤엉킨 뒤 물에 잠겨 6명이 숨졌다. 미국의 뉴욕·뉴저지에선 2021년 9월 집중호우로 39명이 숨졌는데 그중 17명이 슬럼가의 지하, 또는 반지하 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경우였다.
기상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호우가 단시간 동안 몰아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치수 인프라가 보강돼 과거보다 태풍·폭우 피해가 전체적으론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지하 시설물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도시의 공간 부족으로 교통·주거·인프라 등 시설물이 침수에 취약한 지하 또는 저지대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침수 대비 설계와 차수판·펌프 등 방지 설비는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전국 도시 지하 시설물에 단시간 내에 수방(水防) 설비를 완비하기는 어렵다. 배수 펌프, 차수판 등 설비를 확대해 나가면서 침수에 취약한 도시의 지하 시설 목록부터 조사해야 한다. 도시 저지대나 하천변의 지하 차도, 도로, 주택 등 침수 취약 지도를 만들어 시설·구역별로 책임자를 두고 대비했으면 오송 지하 차도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