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채워주세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외
한남대학교 전 총장 김형태 장로님이 한교선 단톡방에 공유한 글과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 삶이 힘겨울 때 ■
삶이 힘겨울 땐
새벽시장에 한 번 나가보십시오.
밤이 낮인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상인들을 보면 힘이 저절로 날것입니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땐
높은 산에 한 번 올라가 보십시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은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빌딩도 내 발 아래 있지 않습니까 ?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쳐보십시오
' 난 큰 사람이 될 것이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럴 땐 한번 씩 웃어 주십시오.
내 인생이 답답할 땐
병원에 한 번 가보십시오.
죽으려 했던 내자신이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난 버리려 했던 목숨인데
그들은 처절하게 지키려 애쓰고 있지 않습니까.
흔히들 파리 목숨이라 하지만
고래 심줄보다 더 질긴게 사람 목숨 입니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싶으면
따뜻한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재미나는 책을 보며
김치 부침개를 먹어 보십시오.
이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할 것입니다.
파랑새가 가까이서 노래를 불러도
그 새가 파랑새인지 까마귀인지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분명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발 밑에, 그리고 우리의 손이 닿는데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 명 문장 / 명 시 소개 )
1. 우리 너머의 世界.
"귀 너머에는 소리가 있다.
시각의 먼 끝에는 風景이 있으며, 손가락 끝에는 事物이 있다. -- 그 곳으로 나는 간다. 연필의 끝에는 線이, 생각이 소멸하는 곳에는 發想이 있고, 기쁨의 마지막 숨결에는 또 다른 기쁨이, 검의 끝에는 魔法이 있다. -- 그 곳으로 나는 간다.
발가락의 끝에는 挑躍이, 떠나갔으며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 그곳으로 나는 가고 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달걀과 닭> 중에서 인용)
2. 밤 눈 / 김광규
"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 사랑이란 서로 바깥이 되어주는 것. 편안하게 읽히나 깊은 여운을 남기는 詩다.
복잡한 비유나 상징이 없어도 이렇게나 감동적이고 좋은 詩를 만들 수 있다니.
겨울 여행을 며칠 앞두고 나는 이 '밤 눈'을 읽었다
겨울밤 노천역이 얼마나 춥고 을씨년스러운지, 밤늦게 서울역에 내려본 사람은 알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따스한 방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전동차에 올라타 기어이 내 방에 도착했을 때, 칼바람을 막아줄 집이 있다는 행운에 나는 감사했다.
이 詩가 수록된 김광규 선생의 시집 <좀팽이처럼> 뒤에 붙은 해설에서 평론가 이남호 씨는 이렇게 썼다.
"김광규의 詩는 그 생각에 비뚦이 없으며, 그 語調에 격렬한 부르짖음이 없으며, 그 은유에 현란한 모호성이 없고 그 관심이 소박한 일상을 넘어서지 아니한다."
김광규의 詩는 또렷하고 건강하고, 욕심이 없다.
이 살벌한 세상에서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은 무슨 대단한 지식이나 논리가 아니라 불현듯 떠오르는 웃음이나 따뜻한 온기 같은 것이 아닐까 ? )
[최영미/ 이미출판 대표]
■ Cui Bono / 토마스 칼라일 ■
희망이란 무엇인가 ?
미소짓는 무지개
아이들이 빗속에서 좇아가는 것.
가까이엔 없고 자꾸만 멀리 달아나
그것을 찾은 개구쟁이는 하나도 없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
녹고 있는 얼음판
볕 좋은 해안가 바다에 떠 있는 것.
신나게 타고 가지만 얼음장 밑은 점점 녹아
어느 순간 가라앉고 더이상 보이지 않네.
사람이란 무엇인가 ?
어리석은 아기
헛되이 힘쓰고 싸우며 안달한다
모두 달라고 하지만 가질 자격은 아무것도 없어
결국 조그만 무덤 하나 얻는게 고작이다.
■ 사랑하는게 왜 힘드는가 ■
나는 오래 참습니다.
나는 친절합니다.
나는 시기하지 않습니다.
나는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교만하지 않습니다
나는 무례하지 않습니다
나는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나는 성을 내지 않습니다
나는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나는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 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나는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고린도 전서 13: 4~7)
( * Christ does not give me a temporary salvation, but eternal life which can never be lost./ Charles Spergeon )
[소리 없이 채워주세요]
" 사랑은
자유롭고 편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사랑을 줄 때뿐 아니라 받을 때에도
한없이 자유롭고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말 한마디에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거나
내가 주는 사랑 때문에 불편해진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닙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것을 소리 없이 채워주는 그런 사랑을 해보세요."
■여한없이, 감사하게■
" 사랑을 주는 데 익숙하신가요, 받는 데 익숙하신가요 ?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이 있고
주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이 있는데,
두 가지를 모두 잘 하는 게 최선입니다.
받기만 하고 주지 못하는 사람은,
감사함을 모르고 당연하게 받습니다.
받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주는 것만 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을 받지 못해 가슴에 멍이 듭니다.
또, 주는 방법이 서툴러
받는 사람이 성에 차지 않아 할 때에는
아주 작은 것을 주더라도
상대방이 여한 없이 받았다고 느끼도록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한없이, 감사하게
주고 받을 줄 알아야 합니다."
(* 수선재/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2008)
■ 인생을 마친 뒤에 남는 것은 당신이 '모은 것' 이 아니라 '뿌리고 베푼 것' 입니다. ■
■ 무엇이 성공인가 ? ■
"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신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
■ 묘목원 /권승섭 ■
버스를 기다린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이 오가고
그동안 그를 만난다.
어디를 가냐고
그가 묻는다.
나무를 사러 간다고 대답한다.
우리 집 마당의 이팝나무에 대해 그가 묻는다.
잘 자란다고
나는 대답한다.
그런데 또 나무를 심냐고 그가 묻는다
물음이 있는 동안 나는 어딘가 없었다
없음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무슨 나무를 살 것이냐고 그가 묻는다
내가 대답이 없자
나무는 어떻게 들고 올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여전히 말이 없다
먼 사람이 된다
초점이 향하는 곳에 나무가 있었다
잎사귀로는 헤아릴 수 없어서
기둥으로 그루를 세야 할 것들이
무수했다
다음에 나무를 함께 사러 가자고
그가 말한다.
아마도 그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그를 나무라 부른 적 있었는데
다시금 지나가는 비슷한 얼굴의 나무는.
(2023. 동아 신춘문예/ 당선 시 )
■새들도 허공에서 날개를 접는다/ 김미경■
새들도
날아가다
날개를 접는다.
어느 방향 어느 가지 붉은 발목 쉬어갈지
허공에
숨을 매단 채
날개 잠시 접는다.
가다가
쉬어가도
멈추지를 않는다.
부러진 발톱일랑 비바람에 뿌려주고
바람이
떠미는 대로
중심 죄어 다잡는다
들메끈 동여매고
드높이 치솟다가
길에서 길을 얻는 눈 밝은 새가 되어
아득한
고요 속으로
귀를 접고 떠간다.
(2023 동아 신춘문예/ 당선 시조 )
■참 좋은 거/송해월■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거구나.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날 약속이 있다는 건 더 좋은 거구나.
기다림이 있다는 건 어디쯤 쉬어 갈 그늘을 알고 있는 것처럼
위로가 되고 기운 솟는 일 아닌가.
별이 돋는 밤
별이 가깝지 않고
크거나 환하지 않고 명료하지 않아도 참 예쁘다.
우여곡절 많은 인생의 여정 길에서
무조건 믿어지는 벗이 있다는 건
좋은 샘을 만나는 것처럼
무엇보다도 더욱 참, 좋은 거구나.
(등불 제6호 /전국 수석교사협의회)
■ 방 문 객 / 정현종 ■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 햇빛 속에 몸을 바르게 세우면 그림자도 바르게 서고, 몸을 구부리면 그림자도 따라 구부러진다. (성철).
(欲影正者 端其表)
*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되 달은 손가락에 있지 않고, 달로써 진리를 말하되 진리는 말에 있지 않다. ( 莊子).
* 한 자루 촛불이 어둠을 몰아내고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을 새롭게 한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하듯
한 번의 손길로 당신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고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틱낫한)
*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른다.
(은퇴자에게 주는 위로)
* 高樹靡陰 獨木不林
(위로만 크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홀로 서있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 後漢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