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라리 고양이에게 이빨을 드러내보이며 왈왈 짖으라고 하겠어.
차라리 개에게 야옹야옹 얼굴을 비비며 우아하게 걸으라고 하겠어.
하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넌 항상 내 예상 밖이였어 넌 항상 내 뜻대로가 아닌 니 뜻대로였어.
단 한번도 내 뜻을 따라 준 적이 없어.
넌 정말 내 생에서 최고의 악연일거야 분명.
"이정연! 너 이런 적 없었잖아, 근데 갑자기 왜 그래!
왜그러냐고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 우리 사이에 경계선을 놓자는 이유가 뭐야?"
"지겨워 졌어. 지겨워 져서 그래"
내가 신경질적으로 양념묻은 포크를 입 속으로 넣으며 짜증난다는 투로 건성건성 대답을 해대면
녀석은 포크를 테이블에 내팽겨쳐버리곤 가까이 얼굴을 들이민 채로 내게 따진다.
"지겨워졌다구. 이해못해?"
"그래, 헤어져줄게.
단순히 지겨워 졌다 해서 차버리는 건 말도 안되잖아?!
제발 이유만 말해줘,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만 말해달라구"
"지겨워졌다 그랬잖아. 왜 말귀를 못 알아 먹어?
나 그만 가볼게, 난 너와 한가하게 말대답이나 해 줄 여유있는 사람이 되지 못해."
"....이..이정연!!"
학교가방을 한쪽 어깨에 둘러매고 하얀색 모자를 푹 눌러 쓰면,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내 뒤를 졸졸 따라왔고.
녀석의 발걸음이 꾀나 신경쓰였는지 난 뒤를 돌아봐 녀석을 한껏 쳐다봐주었다.
"따라오지마"
"난 니가 좋아. 니가 좋뎄잖아"
"근데 난 너 싫어"
"왜 싫냐고.."
매번 같은 대답을 반복해야만 하게 하는 녀석이 짜증났다.
물론 그동안 항상 밥먹고 가끔 영화보러 놀러다니고, 그런 무뚝뚝한 성격과 과묵한 성격의 녀석이
날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걸지도 모른다.
지루하기 짝이없는 녀석을 내버려둔 채 가방 어깨끈을 양손으로 꼬옥 잡고선 냅다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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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녀석을 따돌린 채 집 방향 쪽으로 달음박질해와 숨을 고르고선,
고래만한 등짝의 집 앞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빨간색의 체인자전거의 페달에 곧이 발을 올리고 묶은 머리가 풀릴 때 쯤이면,
이미 난 100m 안 밖의 슈퍼마켓을 질주하고 있었다.
"후.."
꾀나 안정적인 숨을 내뱉을때면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와 싱그러운 들국화의 향기에,
난 항상 이 곳을 자전거를 밟으며 찾곤 한다.
잡안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들이 모두 다 해소되는 기분이다.
항상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자전거로 이 곳을 도는데, 왕복을 하는데엔 1km 가 걸린다.
그리고 1km 를 모두 다 달리고, 다시금 숨을 고를 때 쯤이면 광연이네 오빠집이 보인다.
오늘도 여김없이 1km 를 모두 다 달린 채 숨을 고를 땐,
바로 앞에 보이는 초록색의 낡고 허름한 패문과 다 녹슬어버린 대문이 날 반겨준다.
"딩동-"
노란색의 조그만 초인종을 누르면 검정색 반팔 후드티를 입고 하얀색 반바지를 입은 오빠의 모습이 보인다.
"왔냐"
겉으론 무뚝뚝하게 인사를 건네는 오빠였지만, 어느 그 누구보다 따뜻한 인정을 가진
오빠란 걸 난 안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놓고 현관으로 들어 갈 때 쯤이면
항상 맨 처음 물어보는 한가지.
"엄만?"
"일 나갔어"
"그래?"
아무렇지 않게 귀를 후비며 엎드린 채로 텔레비젼을 켜는 광민이오빠.
"뭐..뭐?!"
"뭐가"
"엄마가 일을 나갔다고?"
"그래"
".......오빠가 말려야지! 왜 그랬어! 엄마 왜 보냈어.."
실망스런 투로 오빠에게 물어봤다.
그 여린 몸으로 또 담배를 피워데며, 술잔 따르기에 바쁜 엄말......
....왜 그런 몹쓸 곳으로 보냇는지.
"학교 다녀오니까 없더라
나보고 더 이상 어쩌라는 거야
나도 이제 한계야, 그렇게 저 엄마 말리고 싶다면 아침에 우리집에 와서
하루종일 엄마 붙들고 있어, 그 년은 아무리 뭐라그래도 일 나갈거야"
".....미안해..오빠"
"한 두번이냐.. 밥 먹었어? 밥 줄까?"
"아니, 생각 없어 오빠. 나 그만 가 볼게"
"그래, 잘 가"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려갔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어느새 2km 를 왕복하고, 집에 다다랐을 때 쯤이면
항상 대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아주머니가 서 계신다.
"학생!"
"들어갈거에요, 들어 갈테니까 아무 말…"
"회장님이 아주 화가나셨어!
학생이 전 어머니댁에 찾아갔다고 아주 노발대발 하시더라구.
설마… 설마… 하시더니 결국은 학생 오빠 광..민인가?
그 학생한테 전화 걸어보시더니 지금 난리 났어, 평소처럼 너그럽게 용서해 줄 분위기가 아니야"
"아주머닌 계세요……. 상황 마무리되면 연락드릴게요."
"학생…조심혀"
매일 술집에서 술잔이나 따르는 여자 보기 싫어, 그대로 내팽겨처버린 아버지라는 작자.
그만큼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컸고 5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엄말 잃어버렸으니,
참으로 내겐 큰 고역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무 말 없이 엄마에게로 가 버린 오빠 또한 아버지의 블랙리스트가 되고 말았다.
현관을 들어서면.
"정연아…"
나를 부르는 아버지의 새 아내가 내게 다소곳 말을 건네고.
난 가볍게 무시해주곤 내 방으로 들어갔다.
웬일인지 아무런 소음없이 집안 분위기가 조용했다.
이상한 느낌에 거실로 나가보니 금방 전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던 아버지의 모습과는 달리
단조롭게 TV 시청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기척을 느꼈는지
아버진
"왔냐, 밥은 먹었고?"
"예"
"앞으론 너희 엄마한테 갈 땐 아주머니한테 돈 줄 테니 아주머니한테 돈 받아서
도시락이나 반찬거리나 고기나 사가지고 가라"
"....예?"
내겐 충격적인 아버지의 말씀이 아닐 수가 없었다.
평소 엄말 정말 증오하던 아버지가 어머니댁에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가라니.
하지만 당연지사 한 일이라 생각 된 탓에, 차분히 감정을 가라 앉혔다.
'너희 엄마' '너희 엄마'
서운한 감이 없지않아 돌았고, 아버진 곧 손을 내저었다.
들어가라는 표시다.
내 방에 들어 와 라디오를 켜고, 쿠션에 얼굴을 파 묻었다.
엄마에게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만 같아 기분이 들떴다.
내일 엄말 만날 생각에 한창 기분이 들 떠, 그렇게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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