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명산 가운데 하나인 오대산은 빼어나고 화려한 기암절벽과 수려한 봉우리는 많지 않지만 높고 평범한 산세가 넉넉해서 허물 많은 인간을 감싸주는 큰형님 같은 인상을 주는 그런 산이다.
옛부터 삼신산(한라산, 금강산, 지리산)과 더불어 가장 신령스러운 산으로 꼽히는 오대산은 중대를 중심으로 북대, 남대, 동대, 서대 다섯 봉우리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어 마치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각 대마다 암자가 하나씩 있어 불교의 향기가 짙게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오대산은 철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특히 가을에는 능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화려한 단풍이 또한 일품이고 초겨울의 서리 가득한 오대산의 숲길도 운치 가득하다.
사철 가릴 것 없이 오대산을 찾으면 오대산 깊은 심원에서 발원한 오대천을 어깨에 두고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비포장길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약 20리 정도 이어지는데 걷다가 힘들면 물가로 내려가 팍팍해진 다리를 쉬게 해 줄 수도 있어 지루하지 않다.
오대산 트래킹은 보통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시작된다. 사철 푸른빛을 띠고 있는 전나무 숲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대웅전이 있는 곳까지 약 1km 가량 펼쳐진다. 언제 찾아도 청량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가 가득한 이 길에 들어서면 제대로 된 불가(佛家)로 들어서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오대산에서 가장 큰 월정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선덕여왕 12년(643년) 당나라에서 수도를 마친 뒤 부처님의 석존사리를 모시고 돌아온 자장율사는 오대산 비로봉 아래에 석가모니의 정골사리를 봉안하고 적멸보궁을 창건했다. 그리고 2년 뒤 동대 만월산 아래에다 월정사를 세우고 경내에 팔각구층탑을 건립하여 그 안에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이후 월정사는 조선 철종 7년(1856년)에 크게 중건되었고, 한국전쟁 뒤 다시 건립되었다.
유난히 화재나 전쟁에 약해 크고 작은 화재에 시달렸던 이 절은 한국전쟁으로 거의 모든 건물이 다 타버렸다. 때문에 지금 월정사의 건물은 불과 50년 전에 세워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대웅전격인 적광전 앞 넓은 뜰 중앙에 서 있는 팔각구층석탑만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고려시대 다각다층석탑 양식으로 탑의 높이는 15.2m로 아래위로 알맞은 균형을 보이며 각부에서 착실하고 안정감 있는 조각수법을 보여 고려시대 다각다층석탑의 대표가 될 만하다. 국보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다.
예전에는 팔각구층석탑 앞에 있는 석조보살좌상이 월정사의 대표적인 문화재 가운데 하나였다. 탑을 향해 정중하게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두 손을 가슴에 끌어 모아 무엇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의 석조보살좌상은 연꽃들을 봉양하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왼쪽 팔꿈치는 왼쪽 무릎에, 오른쪽 팔꿈치는 동자상에 얹고 있다. 지금 이 좌상은 훼손을 막기 위해 적광전 앞에 있는 성보박물관안에 모셔져 있다. 이 좌상은 법화경에 나오는 ‘약왕(藥王)보살 상’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으나 그 명칭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자장율사가 팔각구층석탑을 조성할 때 함께 세웠다고 하나, 탑과 함께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월정사에서 산속으로 더 깊숙이 올라 비로봉 동남 기슭에 자리 잡은 상원사는 현재 월정사의 말사로 있으나,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상을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의 중심지이다. 조선 7대 임금인 세조가 이곳에서 기도하던 중 문수보살을 만나 불치의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세조는 친히 권선문을 작성하고 확장했으며, 이름을 ‘상원사’라 바꾸고 문수동자상을 봉안했다.
상원사에서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관대걸이’이다. 상원사 입구 매점 옆, 철책으로 둘러싸인 버섯모양의 비석이 바로 그것이다. 상원사에 참배차 행차하던 세조가 목욕할 때 의관을 걸었던 곳으로 ‘갓거리’(갓걸이)라고도 부른다.
갓거리에서 600m 정도 언덕길을 오르면 상원사 절마당에 닿게 된다. 상원사 마당 한 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인 상원사 동종이 있다. 신라 선덕왕 건년(725년)에 만든 것으로 에밀레종이라 부르는 성덕대왕 신종보다 45년이나 앞선다. 높이 1.67m, 종입구가 91cm이다. 몸체에 있는 당초문이나 비천상 조각이 빼어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종소리가 어디 비할 데 없이 낭랑하다. 국보 제36호이다.
상원사를 거쳐 오대산을 오르다 보면 중대 사자암이 나온다. 월정사와 같은 시기에 창건된 중대 사자암에는 방한암 선사가 쓰던 지팡이가 나무로 자라났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이곳에서 약 20분쯤 더 올라가면 적멸보궁이 나타난다.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신 이곳은 오대산 비로봉의 중턱에 해당되는데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힌다.
오대산을 찾는 길에 하룻밤 묵는 계획을 세운다면 월정사에서 산사체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보통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월정사 템플스테이에서는 사찰 예절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되도록이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것으로 출발하는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준비해 둔 개량한복을 갈아입으면서 잠시나마 세상일을 잊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절 구경과 탁본 뜨기 등 사찰의 문화를 가까이서 체험해 보는 것이다.
이 밖에도 월정사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저물 무렵 어둠이 깔려오는 종루에 올라 스님과 함께 직접 종을 쳐보는 종성체험, 월정사의 상징 같이 유명한 팔각구층석탑을 돌며 소원을 빌어보는 탑돌이, 나 자신을 한 번 비워보는 참선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저녁 9시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새벽 3시 30분이면 자리를 털고 나와 새벽 예불에 참석해야 하지만 월정사 전나무 숲을 새벽에 산책할 수 있고 불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식사 방식인 발우공양에도 참석할 수 있다. 특히 2005년이 점차 저물어가는 이맘때에 경험하게 되는 절집에서의 하루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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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에나..?? 나도 모르게... ?? 감사합니다, 구경꾼님.^*
오마나?...스타여 스타~~구경꾼님은 당췌 속일 수가 없당께요?...ㅎㅎㅎ
나도 나왔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