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도, 동(冬)장군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모르네요.
북경도 최근 며칠 떠들썩했던 설날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마감하며, 어느덧 추워진 날씨로 사람들의 외출마저 줄어들면서 조용한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설날은 사실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진답니다.
중국의 정월 대보름은 "위앤시아오지에(元宵節 - 음력 1월 15일, 원소절)"라고도 불린답니다. 여기에서 "위앤(元)"은 옛날 중국에서 정월(正月)을 원월(元月)이라고 한데서 유래가 되었고, "시아오(宵)"는 밤(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달이 가장 밝고 둥근 정월 대보름 밤을 이렇게 부른답니다.
중국에서는 이날 각양 각색의 등불을 밝혀 놓고, 휘영청 밝은 달을 맞이하는 축제를 연답니다. 그래서 이날을 "떵지에(燈節 - '등불의 날'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라고도 한답니다.
그 외에도, 이날은 등불에 붙여진 "떵미(燈謎 - 음력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날 밤, 초롱이나 등불에 수수께끼 문답을 써넣는 문자 놀이)"를 찾아 대낮처럼 환한 등불아래를 거닐거나, "탕위앤(湯圓 - 새알심 비슷한 모양의 음식으로, 대체로 끓여서 국물과 함께 먹지요)" 혹은 "위앤시아오(元宵)" 등으로 불리는 명절 음식을 먹는 답니다.
게다가 다양한 민속놀이와 춤 등으로 달님을 맞이하여 제사를 지내는 풍속도 있답니다.
한편, 중국에서 정월 대보름은 중국식 "칭런지에(情人節 - 연인의 날, 즉 발렌타인데이)"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에는 3번의 "발렌타인데이"가 있답니다.
첫째는, 서구의 문물이 들어오면서 역시 중국의 젊은 연인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2월 14일의 서구식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이날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서로 초콜릿과 꽃 등의 선물을 주고받거나, 근사한 레스토랑을 찾아 오붓하게 "칭뤼타오찬(情侶套餐 - 커플 세트 요리)"을 즐기기도 하지요.
다음은, 밝은 달밤의 등불 아래에서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중국식 "칭런지에(情人節 - 연인의 날)"인 정월 대보름이 있답니다.
정월 대보름이 중국식 "발렌타인데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은 의론이 분분하답니다.
누구는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장사꾼들의 상술(商術)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누구는 역사적 근거를 들어가며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중국식 "발렌타인데이"가 맞다고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중국 북송(北宋)시대의 유명한 문인이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하나인 구양수(歐陽修)의 사(詞 - 중국 송대의 대표적인 문학 양식의 하나로, 노래에 붙이는 가사를 말합니다)에도 당시 정월 대보름 풍속을 묘사한 "人約黃昏后 ('연인끼리 해가 진후에 만나자고 약속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라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국식 "발렌타인데이"도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치시지에(七夕節 - 음력 7월 7일의 칠석날)"이 있답니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날은 중국에서 말하는 가장 전형적인 중국식 "칭런지에(情人節 - 연인의 날)"이랍니다. 중국에서 "전통을 되살리자"라는 목소리에 힘입어, 최근 서구식 "발렌타인데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연인들의 날"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오늘은 중국 정월 대보름 풍속 중의 하나인 "떵후이(燈會 - 등불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저희가 보여드릴 사진은 아직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설날 기간 동안 미리 설치해 놓은, 그래서 정월 대보름까지 계속해서 열리게 될 등불 축제의 현장이랍니다. 다가오는 정월 대보름과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하여, 중국의 연인들은 아마도 이곳에서 한겨울 밤의 낭만적인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설날 기간에 설치되어, 정월 대보름과 "칭런지에(情人節 - 발렌타인데이)"까지 계속 전시가 될 "떵후이(燈會 - 등불 축제)"의 입장표입니다.
전에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북경의 조양공원(朝陽公園 ← 클릭하세요)에서 개최가 되고 있답니다. 입장료는 일인당 30위안(대략 4,000원 정도) 이랍니다. 하지만, 정월 대보름날에는 50위안(대략 6,500 원)으로 껑충 뛴다고 하네요.
조양공원(朝陽公園)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화려하게 장식이 된 "등불 축제"를 알리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답니다.
달님을 상징하는 토끼 귀 모양의 장식물과 엽전, "루이(如意 - '뜻하는 바를 이루다'라는 吉祥의 의미를 담고 있는 손잡이 모양의 보물)" 등으로 꾸며져 있어, 세상의 모든 행운을 불러 모은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입구부터 차례로 등불 조형물들을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물 농장을 등불로 예쁘게 가꾸어 놓은 곳입니다.
중국의 전통 공예품인 "지앤즈(剪紙 - 종이 공예)" 기술을 이용하여 꾸며놓은 병풍모양의 조형물입니다.
풍요를 상징하는 물고기와 어린아이 모양, 연꽃과 새 등등...
정말, 행운을 나타내는 모든 상징물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네요.
경극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역시 "종이 공예" 기술을 이용하여 멋지게 나타내었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을 그려낼 수 있는 경극의 "리앤푸(臉譜 - 중국 전통극 배우들의 얼굴 분장)".
어둑어둑 해질 무렵, 검푸른 하늘과 대조적으로 따뜻한 주황색 빛의 등불이 추위를 녹여 줍니다.
중국의 전통 건축 양식을 이용해 꾸며놓은 거대한 등불 조형물.
환상적인 연꽃 등불입니다.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거대한 연등(蓮燈)과 활짝 핀 아기 연등들이 모여, 마치 연못 위를 떠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12개의 별자리를 귀여운 어린아이 캐릭터로 탈바꿈시켜 놓은 조형물입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자신의 별자리에 해당하는 등불을 찾아 기념 촬영을 한 컷 하기도 하지요.
널뛰기를 즐기고 있는 중국 전통 복장을 한 귀여운 꼬마들의 모습입니다.
반짝이는 등불 속에서 마치 깔깔거리는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나비들의 향연.
따듯한 봄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나비 등불에 담겨 있는 것 같네요.
위의 12개 별자리 등불에 뒤질세라, 12개의 "셩시아오(生肖 - 12마리의 동물로 사람의 띠를 표시해 놓은 것)" 등불도 한껏 뽐을 내고 있네요.
드디어~ 연인들을 위한 큐피드 화살이 꽂힌 하트 모양의 등불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붉은 장미처럼 정열적인 사랑을 약속하며, 젊은 연인들끼리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화려한 조형물에 비해, 어두컴컴한(?) 이곳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에 적합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역시 중국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모방하여 화려하게 장식해 놓은 조형물들입니다.
중국 56개 소수 민족의 단합과 "용(龍)의 자손" 임을 강조하는 조형물이 인상적입니다.
중국의 "지에(結 - 매듭)" 공예품을 형상화 해놓은 등불입니다.
복(福)을 기원하는 다양한 조형물.
참고로, 서양에서는 "박쥐"하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를 생각하지만, 중국에서는 "삐앤푸(蝙蝠 - 박쥐)"의 발음이 "복(福)"과 같아 복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이랍니다.
동물 하나를 두고 이렇게 동서양의 관념이 서로 다른 것을 보니, 문화와 관습의 차이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쏘아올린 유인(有人) 우주선인 신주(神舟) 5호와 6호선 우주비행사들의 사진이 걸려 있네요.
우주 강국을 꿈꾸는 중국의 원대한 포부가 담겨 있는 조형물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정월 대보름 풍속 중의 하나인 "차이떵미(猜燈謎 - 수수께끼 맞추기)"입니다.
등롱이나 초롱에 수수께끼 문제를 붙여 놓고 사람들에게 맞추게 하는 문자 놀이로, 이날 우리 블로그 부부는 옆 사람에게 물어서 두 개나 맞추었답니다. 그래서 야광 팔찌를 선물로 받았답니다. 하하~
북경 조양공원 등불 축제 현장의 전경.
해가 질 무렵에 입장하여 등불 축제가 한창인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희미했던 조명이 점점 환하게 밝아집니다.
중국에서 등불을 밝히는 축제는 원래 황실에서 시작되었지만, 훗날 불교의 영향으로 불법을 널리 전파한다는 의미로 민간에서도 등불을 밝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 밤에 등불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두고, 자신들의 염원을 담은 등불을 밤새도록 감상하였답니다. 이러한 등불 축제의 성격도 지방마다 다르고, 만드는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뉜답니다. 예를 들면, 종이 등불, 유리 등불, 얼음 등불, 수상(水上) 등불, 주마등(走馬燈) 등 다양한 등불 축제가 있답니다.
다가오는 정월 대보름과 "발렌타인데이", 여러분들도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 놀이인 "쥐불놀이"를 한 번 해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이상은 cass 의 제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