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인 수 삼백 여명 남짓한 작은 교회는
가구수로는 백여 가구가 채 되지 않으니
당연히 서양 사람들 예배 끝난 후 남의 교회를 빌려서 예배를 보아야 한다
어렵사리 예배가 끝나면
친교의 장, 늦은 점심이다
주인 교회 서양인들이 김치 냄새난다며 매주 투덜거려도
한 가구라도 빠지면 재정압박이 될 것이니
점심이라도 함께해서 친목을 도모해야 교인들이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
목사님은 굳게 믿고 계신다.
남자 선교회는
노인 아이들 빠지면 모두 뭉뚱 거려도 열너댓 뿐
남자 선교회 회장님께서 남선교회 회의 모집을 했다
안건으로는 여자 선교회에서 매주 점심 준비하느라 고생하니
남자 선교회에서 보탬을 해야 한다는 요지.
0 남선교회에서 여선교회 도움을 줄까, 말까 - 표결에 붙인다
0 어떤 것으로 도움을 줄까 - 표결에 붙인다
0 쌀 한가니 도움을 주기로 결정되었으니
그럼 무슨 쌀로 할까
이천쌀, 무슨 쌀, 캘리포니아 쌀 - 표결에 붙인다
0 그럼 쌀은 어디에 보관할까
회원 집, 목사 집 - 표결에 붙인다
0 누가 식품점에서 쌀을 사 올까 - 표결에 붙인다
0 주일날 쌀을 식당에 누가 배달할까 - 또 표결에 붙인다
도움 주겠다고 했으니
액수 결정하여 여선교회로 넘기면
여선교회에서 쌀을 사던 배추를 사던 라면을 사던 빵쪼까리를 사던 쌈박하게 마무리되는 단순한 일인데
아직도 회의는 끝나지 않고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이 한 시간이 내 생애에서는 가장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미주알 고주알 장편소설을 쓰는 이런 회의
나는 태어나서 난생처음 겼었다, 식겁했다
남선교회 회장님은 이전에 투자증권에서 임원까지 했다는 분이다. 나는 당연히 그 말을 믿지는 않는다, 오래전에 겪은 일이다
2.
1930년대 청계천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소설이 있다
450여 쪽의 장편으로
도시 서민들의 고단한 모습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묘사해서 걸작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이 소설이
남선교회 회장님이 주재한 회의 생각이 절로 날만큼 하염없이 늘어져서 전부를 읽기에 식겁했다
허 씨 성을 가진 남자가 딸 셋을 결혼시키는 과정을 묘사한
여류 소설가의 소설이 있다
540여 쪽의 장편으로
70년대의 보통사람들의 결혼관과 풍속도를 돋보기 들여다보듯 묘사해서 걸작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이 소설이
남선교회 회장님이 주재한 회의 생각이 절로 날만큼 하염없이 늘어져서 전부를 읽기에 진땀을 뺐다
무신 소설을 별스러운 반전도 없이 이리도 주저리 주저리 똑 같은 말을 늘려 놓기만 할까~
3.
조금 전 주말 저녁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한 식사자리
뉴스를 털었던 게 잘못이다
- 공약이라는 게 어째 저리도 시시콜콜하고 장황하냐
큰것 하나 안보이고
전문가들이 몇 년을 머리 싸매어도 해결 못하는 문제를
백만호 이백 만호 말로만 해결하겠다니 정신 나간 놈들이네, 빌어먹을 놈들이야
별로 투덜거리지도 않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컸나?
싸아 해지는 모녀의 눈살에
서둘러 밥상머리에서 쫓겨나듯 일어났다
빌어먹을 이제 뉴스는
다시는 보지 말아야 하겠다
밥 한 끼는 얻어먹을 수 있게 연속극이나 보아야지
참 장황도 하다
시시콜콜 지지리도 쪼잔하게 늘어지고 억지 부리며 장편소설들 쓴다
무속인 주식투기 경력위조 줄리 고발사주, 쌍욕 정신병동 도박 성매매 대장동 변호사비 대납 탈모약
백만호 이백 만호, 군인 월급 올리겠다는 게
집권해야 할 이유와 오천만 승객을 위한 미래 비전인가?
이노 ㅁ 저노 ㅁ 할것 없이 양쪽 매한가지
제발 주저리 주저리 장편소설일랑 끼적, 끄적거리지 말고
다듬어져 깔끔한 단편소설 한 편 보여주면 좋으련만
앞 트여 훤히 보이는 등댓불 같은.
그 노무 뉴스 두 번 봤다가는 병 생기겠다..
그래서 나는
소설이나 회의나 정치나 인생사 모두 장편보다는 단편이 당연히 윗길이라 여긴다
간결하고 담백해야
가야 할길, 데스티네션이 보인다는 말이다.
첫댓글
ㅎㅎ 끄적님의 끄적거림은 참 재미 있습니다.
무슨 무슨 단체나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는
형식상으로 분류가 있을 뿐이지
속내용은 친목도모에 그칩니다.
예술인 단체, 문학인 모임, 무슨무슨협회,
이 곳 저 곳 매한가지 일 때가 많아요.
글썼다하면 등단했느냐, 그림그렸다 하면 00화가협회에 있느냐,
내 보이기 좋아하는 국민성은
카나다에서도 같은 모양인가 싶습니다.
일단 회원을 모아서, 그 회비로 단체를 이끌어 가기 위함이고
그리고 기부금 많이 내면, 회장 감투를 쓰지요.
명암이나 회원전 할 때 프로필에 넣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 곳에 등록지 않고도
취미활동 잘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ㅎ
저도 단편소설을 좋아합니다.
ㅎ
맞습니다
세상사 모든게 담백해야지요
이말하고 저말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하루 쟁일 늘어지고
없으면 없는것이지 있는 척~
아고오 말많고 척하며 매사 숨기려 드는것 싫어요~~~ 저는 잠자려 갑니다
그야말로 끄적이는 글 솜씨가 아주 재미있고 디테일합니다. ㅎ
계속 끄적이며 속풀이 하심은 읽는이들도 속이 후련하니
좋은 일 같기도 합니다. 계속 건강하게 끄적이길 바라며
좋은 아침 !
태평양 건너서 대서양 건너고 북극해 거쳐오는
실시간 끄적임의 대화가
글로벌 시대를 실감케 해주는군요.
아침 점심 저녁의 시간대가
서로 틀리긴 하지만. .... .
지난번 함께한 욕지도 여행도
이제는 지나간 시간 속으로 흘러 갔군요.
종종 화란 소식도 전해 주시길. ... .
ㅎ 닉 잘 정했다는 지적에 우쭐~
스트레스 풀기에 안성마춤입니다 , 이제야 아침입니다
@부밍런 욕지도는 제가 태어난곳입니다
두분의 제 본향 방문을 늦게라도 축하합니다
화란은 맨날 우중충헤서 우울한 소식 뿐이라네요
@끄적
욕지도가 출생지셨군요.
남해바다의 끝자락 섬으로 항구는
천혜의 자연 방파제가 삼면을 휘둘러
쳐저있어 한때는 만여명이 넘게 모여살던
부촌의 섬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고등어 참치양식에 관광이 주를이루고...
모노레일 타고오른 정상에서의 경관은
정말 멋졌습니다.
@부밍런 아이고 눈물겨운 풍경을 올려 주셨군요
부모님 직업때문에 그곳에 잠깐 머물때 태어났다는 말을 들었지
철든 이후 이때까지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이고 기억에도 없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한번 찾아가야할 제 본향입니다
저도 속 시원합니다.
그냥 실용적이면 좋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편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네 무엇이던 간결하면 장점이 많은듯 해요
명료해서 실수가 적기도 하고
무엇보다 늘어지지 않으니 지겹지가 않지요,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