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하다 다리를 다치다

[너른돌]

전지하다 다리를 다치다

월요일 오전에는 아내랑 같이 오랫만에 울타리 나무를 전지하는 작업을 했다. 아내는 낮은 발디딤대로 나무의 아랫부분을 가지치고, 나는 높은 사다리로 나무의 윗부분을 정리했다.

사실 나는 집안 일을 그리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일을 시작했다 하면 확실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략 전지가 끝나갈 무렵에 울타리 나무를 칭칭 감고 있는 덩굴이 눈에 거슬렸다. 올 봄에 안 쪽의 목련을 칭칭 감고 있는 꽤 두터운 덩굴들을 뿌리 근처에서 잘라내었는데 바깥쪽 울타리 쪽의 덩굴은 아직도 조금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일부를 전지가위로 잘라낸 뒤에 나머지 부분은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그런데 덩굴이 잘 당겨지지 않아 좀 더 힘을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위험한 짓이었다. 그 순간 몸이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추락하는 순간에 본능적으로 내 다리는 한 칸이라도 사다리 아랫쪽으로 디딜려고 했다. 오른쪽 다리로 한 칸 내려가고 왼쪽 다리가 그 아래칸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에 사다리 밖으로 떨어졌다. 오른쪽 발목이 꺾이면서 먼저 아스팔트 바닥에 닿고 이어서 엉덩이의 살이 바닥에 닿았다. 꼬리뼈, 허리뼈나 무릎 팔꿈치 등이 바닥에 닿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아내는 놀라서 달려와 119를 불러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동네 차들이 다니는 길에 누워있을 수는 없으니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린 채로 두 팔과 엉덩이, 그리고 왼쪽다리로 이동하여 마당으로 들어와 현관 앞으로 왔다. 처음에는 통증도 잘 못 느꼈는데 안전한 곳에 와서 잠시 쉬고 나니 다친 부분의 통증이 느껴졌다. 오른쪽 복숭아뼈 아랫부분이 욱신거렸다.

우산을 임시지팡이 삼고 왼쪽 다리와 지팡이의 힘에 의지하여 2층으로 올라와서 잠시 쉬었다. 이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골절은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마치 점심 먹을 시간이라 일단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잠시 쉬었다가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확인한 결과, 예상대로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만, 인대가 많이 부었으니 일단 주사 한 대 맞고, 약을 먹으면서 1주일 정도는 반기브스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정도에 그쳐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한 마디로 과욕과 부주의함이 빚어낸 사고다. 물론 몸이 둔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이 집에 이사온 뒤에 사다리에서 떨어진 것이 벌써 세 번째다. 10년 전에는 사다리 꼭대기에서 떨어졌으니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고, 얼마 전에는 그냥 두어칸 위에서 뒤로 엉덩방아를 찍었고, 이번에는 그 중간 쯤에서 떨어졌다.

사실 2m 남짓의 그리 높지 않은 사다리여서 방심한 측면도 많다. 그래도 사다리는 사다리.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은 하늘의 도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요행이 계속되라는 법은 없다. 이제는 나도 꽤 나이를 먹었으니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확율이 높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야겠다.

[너른돌]

지리산 천왕봉 다녀왔다고 좋아하더니 며칠만에...ㅠ,ㅜ
그래서 인생은 알 수 없다는...^^;;

[마마]

빠른쾌유 바랍니다.

[너른돌]

네 감사합니다.^^

[단풍이]

잘떨어지시니 사다리타고 올ㅇ라가는건 하지마세요 ~빠른 치유 되시길요 ~

[너른돌]

네 감사합니다.^^
아파트 아닌 시골 단독주택, 그것도 큰 주택에 살면서 사다리를 안 쓸 수는 없고... 앞으로는 조심조심 사용할 생각입니다.

[violet]

너른돌님 순발력이 뛰어나 그 정도였다 생각됩니다.
모쪼록 쾌유를 바라는 마음이고 앞으로 높은 사다리는 오르지 마시어요.^^

[너른돌]

바욜렛님, 감사합니다.
떨어지는 순간 순발력이 있어서 덜 다친 것은 맞습니다.^^:; 사다리를 안 쓸 수는 없고, 앞으로는 정말 조심할 생각입니다.

[마담올리브]

그나마
그만하기가 다행이시네요
빠른쾌유를 바랍니다~~~

[너른돌]

네, 감사합니다.^^

[이장]

이장 같았으면 중상 아니면 사망에 이르렀을 터 이나 빠른 순발력을 발휘하여 신속한 낙법을 이용해 적절히 대처하여 이 정도 다치신 줄 압니다.
모쪼록 속히 쾌유하시기 바랍니다.

[너른돌]

이장님, 과찬이십니다.^^ 사다리가 그다지 높지 않아 그 정도 부상에 그친 것입니다.

[난초♬]

정말 그만하시기 다행이시네요
아마두 몇일전 산행의 기가 살아있어서 덜 다치신듯 ㅎ
아젠 정말 다들 조심하셔야합니다
어서 완쾌 되시길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