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관우와 함께 유비를 따르는데 관우가 나이가 더 많았으므로 장비는 그를 형으로 모셨다고 한다. 그러나 [정사]에서는 유비가 평원상이 되었을 때 장비는 관우와 함께 별부사마에 임명되었다고 [관우전]에 기록되어 있을 뿐이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여포토벌까지 건너 뛰고 있다.
[연의]에서 보충하면서 장비의 성장을 더듬어 보기로 하자.
[연의]에서 장비의 자는 '익덕(益德)', 처음에는 술과 고기를 파는 상인이었는데, 황건적의 난에 대한 '지원병 모집' 방문을 보고 한숨을 짓고 있는 유비에게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유비가 뒤를 돌아보자 신장 8척(약 184cm), 표범같은 머리, 둥근 눈, 제비턱, 호랑이 수염, 목소리는 천둥소리, 달리는 말과 같은 풍채의 장비가 떡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주막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있을때, 그곳에 관우가 나타나 의기투합. 이리하여 '도원결의'를 거치고, 대장간에서 만든 1길 8자의 긴창( 蛇矛,사모)이 상징 무기가 된다. 그리고 장비는 원래 성질이 급한 성격으로, 곧바로 행동에 옮기려고 하는 통쾌한 무법자로 묘사되고 그 점이 또한 독자에게 호감을 주고 있다.
황건적 토벌에서 부장 등무를 토벌하는데, 유비의 스승 노식이 환관의 참언으로 죄를 뒤집어쓰고 호송되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호송병을 죽이고 노식을 구하려고 하지만 유비에게 제지된다. 또한 황건적의 수령 장각에게 패한 동탁을 구해주지만 유비를 경멸하자 장비는 분노해 동탁을 살해하려고 한다. 이때도 유비가 그를 제지한다. 마침내 황건적 토벌의 공로로 유비는 안희현의 현위에 임명되지만, 순시하러온 독우가 뇌물을 요구하며 횡포를 부리자 장비가 노하여 독우를 기둥에 묶고 매질을 한다. 유비는 장비를 제지하고 현위를 사직하고 도망가는데, [정사]에서는 유비가 독우를 매질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야기에서는 유비가 성인군자로 등장하기 때문에 장비에게 그 역활을 떠넘긴 것이리라.
동탁과의 싸움에서는 여포에게 도전했다가 패한 공손찬을 돕고, 여포와 단기필마로 싸운다. 관우, 유비까지 가세하자 여포는 패주한다. 그후에는 유비와 함께 공손찬, 공용, 도겸 밑을 떠돌면서 그들을 군사면에서 돕는다.
술로 인한 실수
이윽고 도겸이 죽자 유비가 잠시 서주를 맡게 되고, 조조에게 패한 여포가 유비를 찾아와 의지하려 한다. 장비는 여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에게 덤벼들어 싸움을 걸려고 하지만 유비가 이를 말리고 관우가 장비를 데리고 나간다. 또한 조조의 군사 순욱이 내건 '두 호랑이가 서로 먹이를 다투게 하는 계략(이호경식지계, 二虎競食之計)'으로 천자로부터 여포 토벌의 밀칙을 받자 유비는 이 계략을 간파하고 장비를 제지한다.
이번에는 순욱에게 '호랑이를 몰아내고 이리를 잡는 계략(구호탄랑지계, 驅虎呑狼之計)'에 걸려 유비는 원술 토벌의 조칙을 받는다. 유비가 출정하고, 장비는 금주 서약을 하고 서주를 지키는데, 그래도 술을 끊을 수 없어 조표에게 술을 강요하며 매질했기 때문에 조표의 원한을 산다. 이에 조표는 밤중에 여포를 불러들인다. 장비는 조표를 죽이지만 유비의 처자식을 구하지 못한 채 혼자 도망간다. 장비는 책임을 지고 자살하려고 하지만 유비가 막아서자 그는그저 흐느끼기만 한다. 그후 유비와 여포는 화해하지만 장비가 산적으로 변장해 여포의 군마를 탈취하자 분노한 여포에게 공격당한다. 유비 일행은 조조에게 몸을 의지하고 조조와 공동으로 여포를 멸망시킨다.
술로 명예 회복?
[정사]로 되돌아가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 시대에 장비에 관한 기록을 보면, 서주에 있을 때 조표와 불화가 있었다는 것과 유비가 조조 밑에 있을 때 장비는 중랑장에 임명된다는 사실뿐이다. 그후 유비를 따라 원소, 유표 밑에서 몸을 의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연의]를 보기로 하자.
[연의]에서는 원술을 토벌할 때 관우가 단기필마로 싸워 애먹었던 기령을 토벌한다. 그후 유비가 조조에게 반기를 들고 조조가 파견한 유대, 왕충과 대치한다. 장비는 일부로 술에 취해 병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그 병사를 유대에게 투항하게 만들어 장비가 야습한다는 사실을 밀고케한다. 유대는 진지를 비우고 복병을 준비하지만 장비가 의표를 찔러 바깥쪽에서 공격, 유대를 생포한다. 이것이 장비의 '고육지책'이다. 앞서 술로 인해 서주를 잃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한 작자의 배려인 듯하다.
그러나 조조가 친히 군대를 이끌고 공격해오자 유비는 패배하여 관우, 장비와 생이별을 하게된다. 장비는 망탕산에서 무사히 탈출해 고성현령을 쫓아내고 그곳에 독자세력을 구축해 눌러앉는다. 이윽고 조조 밑을 떠난 관우가 만나러 오자 장비는 '배반자'라고 말하며 관우에게 덤비려고 한다. 관우는 자기를 추격해온 채양을 토벌한 것으로, 겨우 장비를 설듣시킨다. 그후 형주의 유표 밑에서 몸을 의지할 때 유비가 '삼고초려'로 제갈량을 만나게 되는데, 동행한 장비는 제갈량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에 화를 내며 집에 불을 지르려고 한다. 장비다운 모습이 잘 묘사되고 있다.
일생일대의 명장면
마침내 기다리던 [정사]에서도 장비가 출현한다. 유표가 죽은 후 조조가 형주를 침공해 오자 유비는 강남으로 도망가는데, 조조는 이를 추격해 당양의 장판에서 따라잡는다. 유비는 장비에게 20기병을 지휘해 배후를 막아내도록 한다. 장비는 강을 앞에 두고 다리를 끊고 창을 옆구리에끼고 두 눈을 크게 부릅뜨며 '내가 바로 장비 익덕이다. 덤벼라. 목숨이 아깝거든 물러나라'하고 호령한다. 감히 누구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해 유비는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다. [연의]나 경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장판교의 금강 역사'라는 유명한 장면인데, [연의]에서는 다리 위에서 장비가 말 위에 홀로 우뚝 서서 일갈(一喝), 조조를 퇴각시킨다.
그후 적벽 전투 승리를거쳐 유비가 강남을 평정하자, 장비는 의도태수 정로장군에 임명되고 이후 남군태수로 전임된다. 유비가 장로 토벌을 위해 익주로 들어갔을 때 손권의 여동생 손부인이 유선을 데리고 오국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이때 장비는 조운과 함께 유선을 다시 데려온다. 곧이어 유비가 유장과의 사이가 벌어지고, 군사 방통이 전사하는 등 궁지에 빠지자, 장비는 제갈량과 함께 구원에 나서서 서로 분담하여 군현을 평정한다.
그는 강주에 도착해 유장의 부하였던 파서태수 엄안을 격파하고 생포한다. 장비는 엄안이 죽음을 두러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이에 감탄하고 그를 용서해 후하게 대접한다. 이리하여 통과하는 곳마다 모두 승리를 거두어 성도에서 유비와 합류, 익주가 평정되자 금 5백근, 은 1천 근, 철 5천 냥, 비단 1천 필을 하사받고 파서태수로 승진한다.
적벽 전투에서 익주평정에 걸쳐서는 [연의]에서도 [정사] 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이야기에서의 명장면은 방통이 뇌향현령에 임명되고 매일 술에 취해 있는 것을 장비가 순시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방통의 재능을 알아보고 감복하는 일, 장비의 인간적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또한 유장을 구원하러 장로가 파견한 마초와 단기필마로 싸우는데, 밤이 되도록 화톳불을 켜놓고 싸우지만 끝내 승부가 나지 않는다. 이것도 이야기 가운데 명승부의 하나로 꼽는다.
위의 명장, 장합을 물리치다.
조조가 한중을 평정하자 하후연, 장합을 한중에 주둔시켜 종종 파(巴)의 경계선을 침공한다. 장비는 유비의 명을 받아 탕거로 진군, 위의 장합과 50여일이 넘도록 서로 대치한다. 장비는 정예병 1만여 명을 이끌고 다른 길을 따라 장합에게 공격을 감행해 와구에서 격파하고, 장합은 겨우 부하 10여명 남짓을 데리고 사잇길을 따라 도망간다. 219(건안 24)년 유비가 한중을 평정하고 한중왕에 취임하자 장비는 우장군 가절에 임명된다.
나아가 221(장무 원)년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장비는 거기장군으로 승진하고 사례교위를 겸임해 서향후에 봉해진다.
[연의]에서는 파서에서 위의 장합과 대치하고 있을 때, 장비가 또다시 술에 빠지게 되어 유비가 이를 걱정한다. 그러나 제갈량은 이것을 계략으로 간파하고 진중 위문품으로 맛좋은 술을 보낸다. 장비는 변함없이 술을 마시고, 기다리다 지쳐 오금이 저린 장합이 야습을 감행하게 된다. 그러나 본진은 이미 모든 병사가 빠져나간 껍데기 뿐으로, 이 틈에 장비는 장합의 세 성채를 탈취해 대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관우가 패사한 뒤에는 매일 큰 소리로 울고, 기분을 달래려고 술을 마시고서는 취해 난폭해지는데, 부하들을 때리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유비도 예측한 최후
장비는 관우와 함께 '1만명을 상대할 수 있는 맹장'으로 위의 정욱에게서 칭찬받은 바가 있고, 적에게도 높이 평가되는 무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장비는 신분이 높은 사람을 경애했으나 부하에 대해서는 자비롭지 못했다. 부하들을 사랑했지만 윗사람에 대해서 오만했던 관우와는 대조적이다. 유비는 '그대는 형벌로 사람을 지나치게 죽이는데다가 매일 병사들을 때리고 있다. 더구나 그들을 측근으로 두고 있는데, 이것은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짓이다.'하고 언제나 장비를 훈계한다.
유비가 오 토벌에 나서자 장비는 병사 1만명을 이끌고 강주에서 합류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출진에 앞서 부하 장달과 범강이 장비를 살해하고, 그 목을 오에 급히 보낸다.
유비는 장비의 부관으로부터 서찰이 도달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 장비가 죽었구나!'하고 한탄한다. 유비의 예측대로 되었기 때문이다. 장비에게 환후라는 시호가 내려진다.
[연의]에서도 거의 비슷한데, 최후는 오 토벌 출진에 즈음해 부하 범강과 장달에게 '3일 이내에 전군의 전투 준비물을 갖추라'는 무리한 주문을 내린다. 그러자 두 사람이 좀더 시간을 달라고 말했는데, 장비는 50대씩 곤장을 쳐서 '내일 안으로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만약 늦어지면 목을 치겠다.'고말한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범강과 장달은 장비가 술을 마시고 곯아 떨어진 틈에 살해, 향년 55세. 역사에서는 술에 관한 일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연의]에서는 술에 의한 과오가 많다. 이것은 장비의 실패을 술 탓으로 돌리는 작자의 연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