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TC 기다려!”…中 ZTE, 휴대폰 판매량 톱5 진입
저가 피처폰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기세가 무섭다. 주로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저가 피처폰을 판매하는 중국 ZTE가 애플, HTC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제치고, IDC가 발표한 2010년 연간 휴대폰 판매량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ZTE 영문 사이트 화면 캡쳐
이번에 ZTE가 4위에 랭크된 것은 중국 휴대폰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Top5에 등장한 것이다. ZTE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한 애플을 제치고, Top5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94%)을 보였다. 휴대폰 시장의 관심이 온통 스마트폰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피처폰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약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Top5 중에서는 LG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삼성전자, ZTE, 애플 등 3개 업체의 점유율이 더욱 늘어났다. 노키아는 판매량은 소폭 늘어났지만 점유율 하락세는 계속됐으며, LG전자는 전체 휴대폰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판매량과 점유율이 동반 하락했다.
2010년 연간 휴대폰 출하량 및 시장 점유율(출처 : IDC)
ZTE의 부상은 2010년 분기별 휴대폰 판매량에서 4위를 굳히는가 싶었던 애플을 5위로 밀어냈으며, 5위권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HTC와 모토로라, RIM과 소니에릭슨 등 스마트폰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업체들을 기타 항목으로 몰아냈다.
그러나 ZTE의 활약이 당장 애플과 HTC, 모토로라와 RIM, 소니에릭슨 등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ZTE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중국과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저가 피처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키아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빅3가 ZTE를 비롯해 화웨이, TCL 등 중국 업체들의 활약에 긴장할 필요가 있겠다. ZTE의 연간 판매량은 삼성전자의 판매량의 1/5, LG전자의 절반 가까이 쫓아왔으며,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이미 LG전자 판매량의 50%를 넘어섰다.
빅3의 입장에서는 선진 시장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저가폰 중심의 신흥 시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추격을 허용하는 샌드위치 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ZTE에 절반 수준까지 추격을 허용한 LG전자는 더 이상 3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게 됐다. ZTE의 연간 성장률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LG전자는 올해 안에 스마트폰 시장과 저가 피처폰 시장 양쪽 모두에서 반등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여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스마트폰 전문업체들의 입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부상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다. ZTE는 최근 서유럽과 중국, 일본 등 선진 시장에도 조금씩 발을 뻗치고 있으며, 이미 5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 라인업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대만 HTC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키워내지는 못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DC의 ‘전세계 휴대폰 트래커(IDC Worldwide Mobile Phone Tracker)’ 프로그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연간 휴대폰 출하량은 13억 9천만 대를 기록했다. 2009년의 11억 7천 만대와 비교해 18.5%나 성장했다.
18.5%의 성장률은 22.6%의 고성장을 기록했던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2009년 휴대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세(-1.6%)를 기록했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경기 회복과 더불어 다양한 스마트폰이 출시되며 시장을 선도한 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케인 레스티보(Kevin Restivo) IDC 연구원은 “휴대폰 사용자들은 오래된 기기를 음성 뿐만 아니라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는 새 기기로 바꾸고 싶어한다”라며 “이러한 교체 수요가 휴대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