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나 자신도 지구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야. 지구는 단지 전설적인 이름일 뿐이라네. 지구라는 이름은 고대 신화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지. 그 단어는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어떤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아. 하지만 우리로서는 ‘인간 종족의 근원이 되는 행성’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로 이해하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실질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행성이 지구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네.”
(130)
제2파운데이션은 그와 그의 몇몇 전임자들이 통치해 왔고 그들이야 말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1파운데이션은 물리적인 힘, 고도의 과학기술, 전쟁 무기 등의 분야에서 매우 우월했다. 반면 제3파운데이션은 정신적인 능력, 심리학, 정신력에 의한 제어 등의 분야에서 우세를 유지했다. 따라서 이들 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분쟁에서 설사 제1파운데이션이 아무리 많은 무기와 우주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제2파운데이션이 아무리 많은 무기와 우주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제2파운데이션이 우주선이나 무기를 조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어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제2파운데이션이 그렇게 신비로운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들 그 비밀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겠는가?
(251)
“올란첸 초공간 이론의 수학에 대해 얘기드리길 기대하지는 마세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만약 정상적인 우주 공간을 빛의 속도로 여행했다면,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1파섹당 3.26년의 비율로 시간이 흘렀을 것이라는 사실뿐이에요. 물론 우리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소위 ‘상대론적 우주’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했던 초공간 도약은 상대성 법칙이 적용되는 조건을 넘어서는 것이고 적용되는 법칙도 전혀 다르지요. 상대론을 벗어나서 초공간적 우주론에서 볼 때 은하계는 아주 미세한 객체에 불과하지요. 그것은 이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무런 차원도 없는 작은 점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어떠한 상대론적 효과도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540)
“그렇소, 절대 그럴 수 없소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겠소?” 나는 여전히 가이아의 일부분일 것이고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일 것이오. 우리들 중에는 과거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집단기억을 발전시킬 방도를 찾을 수 없을까 생각하는 신비주의자들도 있소이다. 하지만 ‘가이아의 감각’으로는 그러한 노력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어떠한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것은 단지 더러운 현재의 의식일 뿐이오. 물론 상황이 변화하면 가이아의 감각도 역시 변하겠지. 하지만 나는 가까운 미래에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545)
“방금 나는 손님들에게 ‘영원(永遠)’에 관해 이야기해 주던 참이었소. 그것을 이해하려면 우선 당신들은 서로 다른 무한한 숫자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하지. 모든 개별적인 사건들은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오. 따라서 각각의 사건들이 가지는 엄청난 숫자의 선택가능성은, 최소한 어느 정도의 각도에서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오.
블리스가 방금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소. 아니면 조금 일찍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할 수도, 훨씬 먼저부터 함께 할 수도 있었을 것이오. 또한 지금 이곳에 들어올 수도 있소. 그녀는 다른 블라우스를 입을 수도 있었고, 이 블라우스를 입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몸에 밴 습관과는 달리 나이 든 사람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짓지 않았을 수도 있소. 이처럼 하나의 사건이 가지는 수많은 선택 가능성들 중에서, 아니 한 사건의 수많은 가능성 한 가지 한 가지에서도 우주는 그 이후 전혀 다른 궤적을 가질 수 있는 것이오. 이것은 모든 사건마다, 그리고 모든 선택 가능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오.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사건이라 할지라도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