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인’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병만 씨가 공군10전투비행단에서 전역 후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윤현원 상병과 최회민 상병을 만났다. 김 씨는 이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음악의 길을 걷고자 하는 최 상병과 돈 벌이와는 거리가 먼 ‘환경 과학’분야 전문가를 꿈꾸며 고민하는 윤 상병에게 고난과 역경을 이기는 ‘성실함의 힘’을 전했다. 김 씨는 두 상병이 함께 복무 중인 부서원들에게 전해줄 사인을 받기 위해 내민 수십 장의 종이에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며 고민 상담을 시작했다. 비극과 희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듯이 김 씨는 개그맨 공채 도전 7전 8기 사연과 가난하고 어려웠던 삶의 경험들을 웃음과 해학으로 버무려 두 병사 앞에 펼쳐보였다.
가난해서 더 열정 가져 죽을 만큼 뭔가 원하고 끝까지 가면 꿈도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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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병만 씨가 공군10전투비행단에서 윤현원 상병(왼쪽)과 최회민 상병을 만나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김 씨는 이날 부대 곳곳을 돌아보면서 공군 장병들에게 성실함과 꿈을 향한 끊임 없는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최회민 상병 : 저는 집안 사정이 어렵지만 음악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학원에 갈 처지가 못 돼 교회를 다니며 악기 다루는 법을 배웠는데요, 돈도 많이 들고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 가능성도 희박한 음악을 하려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만 보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달인 김병만 :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제 아버지가 “남자는 인생에 굴곡이 있어야 즐겁다”고 말씀하시더니 빚을 물려주셨습니다. 예전엔 잘 살았는데 어느 날 망했다는 집들과 달리 저희 집은 꾸준히 가난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왜 가난한가에 대해 화가 난 적도 있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더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꿈을 이루는 것은 꿈을 향한 의욕과 열정에 달렸습니다. 죽을 만큼 뭔가가 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가 진짜 이루고 싶다는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하세요.
윤현원 상병 :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그맨이라는 꿈에 확신을 갖게 된 이유가 있었는지요?
달인 김병만 : 저도 집에 쌓인 빚 때문에 꿈은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로지 빨리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해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렇게 직업훈련원에 들어가고 취업을 했지만, 버는 돈으로는 이자만 갚기도 벅찼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내 인생도 못 찾겠다 싶어 ‘어차피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거나 해보자’며 인생역전 모험을 하기로 했죠. 그때 TV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아는 친구가 나오는 걸 보고, 나도 저만큼은 웃길 수 있겠다 싶어 개그맨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확신을 못 갖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망설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저수지의 얼음이 꽁꽁 얼었는지 살얼음인지 아는 방법은 한번 밟아보는 것입니다. 관심이 있으면 생각만 하지 말고 이것저것 부딪쳐 보세요.
최회민 상병 : 노력을 해왔는데 넘지 못할 커다란 벽에 부딪쳐 꿈이 좌절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달인 김병만 : 제가 개그맨 공채 시험에 여덟 번 도전해 합격했습니다. 일곱 번째 떨어졌을 때는 개그맨이 될 수 없겠다 싶어 방송국 안으로만 들어가자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가까이 있으면 조금 돌아 가더라도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개그맨 이휘재 씨와 정준하 씨도 방송국 무대감독(FD) 출신으로, 하고 싶은 일의 가까이에 있다가 꿈을 이룬 경우죠. 저도 공채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일단 웃기는 무대 세트 제작하는 사람이 됐을 겁니다. 꿈에도 1지망 2지망 등 순위를 만들고 도전하세요. 또 열심히 하면 안 될 일이 없습니다. ‘난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돼’라고 하는 건 핑계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부족했기에 안 된 겁니다. 달인을 하면서도 세 번 연습할 거 한 번 연습한 날에는 관객들이 재미없어 했습니다. 최선을 다하세요. 그래도 안 되면 팔자라고 생각하시고요. (웃음)
윤현원 상병 : 제가 신장 161cm에 체중 98㎏의 고도비만이었는데, 군 입대 후 체중 감량에 도전해 지금은 67㎏의 적당한 몸을 갖게 됐습니다. 살은 빼도 키는 키울 수가 없었는데, 저와 비슷한 신장인 김병만 씨는 키가 크신 미인 과 결혼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키 작은 사람이 미인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도전이 필요한가요?
달인 김병만 : 개그맨에 도전하며 연극 일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네 꿈을 먼저 이뤄라. 여성은 꿈을 이루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였습니다. 저도 장가를 갈 수 있을까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려는 도전은 사람을 더 크고 잘 생기고 멋있어 보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저보다 연상인데, 제가 미인을 얻은 게 아니라 연하남으로 봉사하고 있는 겁니다. (웃음)
느리지만 쉼없이 가면 언젠가는 기회 찾아와 최선을 다해 도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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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전비 잔디밭을 거닐며 두 병사에게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던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김병만 씨. 이날 김 씨는 꿈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윤 상병과 최 상병에게 '일단 부딪쳐 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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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견학에 나선 김병만 씨가 F-5 전투기에 오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최회민 상병 : 달인이나 다른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면 상당한 건강미를 보여주시던데 특별한 보양식이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는지요? 달인 김병만 : 저는 특별히 식이요법 등의 관리를 하기보다는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몸보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개그맨들은 보고 웃어주는 관객들이 최고의 보약입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준비한 개그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죠. 윤현원 상병 : 제 꿈은 환경 과학자가 되는 것인데, 앞으로 오지에 연구하러 갈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TV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여러 오지를 여행해 보셨는데, 촬영을 하면서 받은 느낌이나 세계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는지요? 달인 김병만 : 최근 세계 3대 화산 중 하나가 있는 바누아트에서 촬영을 하면서 실제 폭발하는 활화산을 봤습니다. 분화구 옆에서 야영을 하는데 천둥 같은 폭발음과 화산재,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을 보며 아름다움과 공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파푸아뉴기니에서는 강을 건너다 떠내려가서 실제 죽을 고비도 넘겼습니다. 함께했던 방송국 PD 두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리는 등 많은 위험이 있었는데 인생에 있어서는 큰 경험이 됐습니다. 오지를 다녀오고 나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에 자신감이 생기고, 주변 사람과 물건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윤현원 상병 : 많은 젊은이들이 2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있는 친구들보다 퇴보하거나 뒤처지고 있다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달인 김병만 : 저는 작은 키 때문에 면제를 받아서 군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병영체험하면 군인 분들이 모두 체질이라고 하시는데 아쉽습니다.(웃음) 인생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우리는 아직 결승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누군가가 앞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목표지점에는 내가 먼저 도착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세요. 제가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12년 동안 한 주도 쉬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재미있는 코너로 앞서 나가고 일이 잘 풀릴 때는 물론 부럽기도 하고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거북이다. 느리지만 쉼 없이 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드디어 기회가 찾아와서 명성을 얻게 됐고, 명성을 얻으니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모두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군 생활 역시 멈춰 있는 때가 아닙니다. 나라도 지키고 제대 후 어떤 삶을 살아갈지 한 발짝 물러서서 설계를 해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꿈을 향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도전하길 바랍니다. 개그맨 김병만은?
성실함의 대명사인 개그맨 김병만은 1975년생으로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어머니께 받아낸 30만 원을 들고 희극인이 되기 위해 상경, MBC와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서 일곱 번이나 고배를 마신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아 또 다른 7전 8기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데뷔 후에도 이름을 알리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에서 다양한 분야를 숙달하는 출중한 능력을 웃음과 함께 선보이고, 코너 준비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2008년 35회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상을 수상했다. 성실함으로 안티가 없는 연예인이 돼 대중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김병만은 최근 에세이집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책을 통해 ‘남보다 많이 배운 것도 아니고 가진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참고 극복하고 노력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로 삶에 지친 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달인’을 마친 후에도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정글의 법칙 등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김병만은 개그계의 대부가 돼 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향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