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58호 [청양 장곡사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국보 제58호
- 공식명칭 : 청양 장곡사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靑陽 長谷寺 鐵造藥師如來坐像 및 石造臺座)
- 지정일 : 1962.12.20
- 분류 : 유물 / 불교조각 / 금속조 / 불상
- 수량/면적 : 1구
- 시대 : 통일신라
충청남도 청양군 칠갑산에 자리잡은 장곡사 상대웅전(보물 제162호) 안에 모셔져 있는 철불좌상으로, 나무로 된 광배(光背)를 배경으로 거대한 사각형의 돌로 만든 대좌(臺座) 위에 높직하게 앉아 있다.
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아담하게 표현되어 있고, 얼굴은 둥글고 단아한 모습이다. 신체는 건장하고 당당한 편이지만 양감이 풍부하지 않고 탄력적인 부피감도 줄어 들어 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불상임을 알 수 있다. 오른손은 손끝이 땅을 향하도록 하고 있으며, 무릎 위에 놓인 왼손에는 약항아리가 얹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없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쪽 어깨만을 감싼 옷은 느슨하게 처리되었고, 옷주름 또한 드문드문 표현되었다.
4각형의 대좌는 불상보다 훨씬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중·하 3단 형태의 이 대좌는 하대가 넓고 높은 반면에 중대와 상대는 상대적으로 낮고 작은 편이다. 바닥돌은 매우 넓은 편인데, 사방 모서리에 기둥을 세운 흔적이 있어 불상을 모시던 공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대에는 엎어 놓은 연꽃무늬를 새기고 각 모서리에는 귀꽃을 큼직하게 조각하였다. 중대의 각면에는 큼직한 눈모양의 안상(眼象)을 새기고, 상대에는 활짝 핀 연꽃무늬를 조각하였다.
광배는 원래 돌로 되었을 것이나 파손되어 조선시대에 나무광배로 대체한 것 같다. 광배 중심부에는 꽃무늬, 주변에는 불꽃무늬를 새기고 있어 신라말과 고려초에 유행하던 광배를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불상은 특이한 탑 모양의 대좌와 감실형의 구조, 그리고 단아한 철불양식을 보여주는 9세기 말 양식을 계승한 10세기 초의 뛰어난 불상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
칠갑산 장곡사 (七甲山 長谷寺)
콩팥 매는 아낙네 노래로 유명한 충남 청양군 칠갑산 남쪽에 자리 잡은 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통일신라시대 850년(문성왕 12)에 보조선사가 창건한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중수되었다. 이 절은 약간 경사진 지형에 2개의 대웅전이 있는 특이한 가람배치로 되어 있는데, 아래쪽에는 운학루·하(下)대웅전·요사·주지실이 있고, 여기에서 돌계단을 50m 정도 올라가면 위쪽으로 상(上)대웅전과 응진전이 있다.
하대웅전(보물 제181호)에는 고려시대의 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이 있으며, 상대웅전(보물 제162호) 안에는 철조아미타불좌상과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및 석조대좌(보물 제174호)와 통일신라시대의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국보 제58호)가 있다. 즉, 국보 제58호를 보려면 장곡사 상대웅전으로 가야 한다.
장곡사에 대웅전이 2개가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하대웅전에는 약사여래를 모셨으니 보광전이나 약사전이어야 할 것이며, 상대웅전에는 아미타불과 비로자나불, 약사불을 모셨으니 비로전이나 대적광전이 되어야 맞는 듯 싶다. 그러나 일설에 하대웅전의 경우 석가모니 주불에 아미타불과 약사불을 모셨다가 석가불과 아미타불은 없어지고 약사불만 남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무튼 특이하게 상, 하 2개의 대웅전이 있는 데다 2개의 대웅전에 모두 약사불을 모셨으니 아픈 사람 누구나 일념으로 기도하면 난치병도 낫는다는 가피력(加被力)이 뛰어나다는 소문에 이 절집을 찾아오는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는 비구니 사찰이다.
<장곡사 전경.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하대웅전이며 그 위로 상대웅전 지붕만 겹쳐 보인다.>
상(上) 대웅전 (보물 제162호)
하대웅전도 보물에 지정될 만큼 뛰어난 건물이지만 국보 제58호가 모셔진 상대웅전을 간략히 살펴보자.
하대웅전에서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남향인 하대웅전과 달리 동향으로 지은 상대웅전이 나오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에 맞배지붕을 올린 고려시대 목조건물로 배흘림기둥에 다포식 구조를 갖추었으나 간결한 구조에 기둥 사이 포작은 하나씩만 추가한 주심포적인 기법으로 분류된다.
<하대웅전 왼쪽으로 계단을 제법 오르면 나타나는 상대웅전(보물 제162호). 정면 3칸에 측면 2칸, 배흘림기둥에 맞배지붕이다. 마주 보이는 건물은 응진전이다.>
특이한 점은 내부 바닥에 네모난 전돌을 깔았는데 이는 고려시대의 방식이라고 한다. 안쪽 불상이 있는 부분은 검은색 전돌이 노출된 상태로 보이지만 사람들이 예불을 올리는 앞쪽 바닥에는 불편하지 않도록 현대식 패드를 깔아서 사용자 편의를 배려하였다.
바닥 전돌의 일부는 초기단계의 것도 일부 있으나 추가로 보완한 듯하며 기타 우물천장이나 상부 목재들 역시 후대에 추가로 보완하는 등 옛것과 나중 것이 함께 있는 모습이다.
<상대웅전 내부, 불상 3구가 모셔진 뒷부분은 검은색 전돌 바닥이며, 앞쪽으로는 패드를 깔았다.>
상대웅전 안에는 불상 3구가 모셔져 있는데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부터 소조 아미타불, 철조 비로자나불, 철조 약사불이며 각각 다른 모양의 석조 좌대에 올려져 있는데 오른쪽 철조약사불의 석조대좌가 가장 온전하면서도 특이한 모습으로 되어있어 좌대 덕분에 국보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있으며 가운데 비로자나불은 보물이지만 왼쪽 아미타불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어서 모셔진 부처님 세 분이 각각 격(格)이 다른 문화재이기도 하다.
<상대웅전에 모셔진 불상 3구. 왼쪽부터 소조 아미타불, 철조 비로자나불, 철조 약사불이다.>
<국보 제58호. 철조 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문화재청)>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국보 제58호)
이 철불좌상은 나말여초(羅末麗初)의 대표 불상으로 손꼽히는 국보 문화재이다.
철조 불상이지만 개금이 되어 금빛 불상으로 보이는데, 1989년까지는 흰색 호분을 두껍게 발라 옷 주름이나 세세한 모습을 살피기는 쉽지 않았으며, 호분을 벗기자 왼쪽 무릎 끝 부분 뒷면이 파손되었고 측면은 금이 간 상태였다고 한다. 그밖에 손가락과 손목 등을 보수하였으며 현재 왼손에 올려져 있는 약사불의 상징 약합이 없었다는데 추후 다시 만들어 올린 듯하다.
<십여 년 전에는 지금처럼 금빛 불상이 아니라 흰색 호분칠을 한 모습이다. (문화재청)>
오른쪽 어깨를 내어놓은 우견편단(右肩偏袒) 옷차림의 불상은 약 90cm 크기이나 석조대좌까지 포함하면 2.3m 높이이다. 머리는 나발 형태에 육계가 발달되어 솟아있으며 목에는 삼도가 보인다. 눈, 코, 입이 모두 작은 모습이며 양미간의 중앙에 백호 장식이 있다. 앉은 자세의 무릎이 높지 않으며 수인은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으로 보이는데 왼손바닥에 약합이 올려져 있으니 약사불이다.
뒤에 세운 광배는 나무로 만든 것인데 아마도 최초 광배가 없어져서 추후에 새로이 만든 듯하며 배(舟) 모양의 주형 전신광배(舟形全身光背)로 두광과 신광을 구분하였으며, 바깥쪽 테두리에는 불꽃무늬를, 두광은 연꽃과 모란으로 장식하였고, 신광은 모란꽃 무늬를 장식하였다.
<철조약사불은 석조대좌 위에 좌복(방석)을 깔고 앉혔으며, 뒤로는 목제 광배를 세웠는데 제 짝이 아닌 듯싶다.>
석조대좌는 네모 형태로 널찍한 지대석 위에 하대, 중대, 상대를 갖춘 네모꼴 화강암 대좌로 탑 형태를 갖춘 특이한 모습을 온전하게 갖추고 있다. 약사불보다 이 대좌로 인해 국보에 지정되었다고 하니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충분히 넓은 지대석 네 귀퉁이에는 기둥을 세운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어 그 자리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지붕과 벽, 문을 설치한 목제 감실 안에 약사불을 모신 형태가 아니었나 싶다. 지대석 위에는 2단의 하대석을 올렸는데 아래 지대석은 사방에 4개씩의 작은 무늬 안상을 새겼지만 상단이 더 커서 가려지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하대석 위에는 뚜렷한 겹잎 복련 무늬를 새겼으며 네 모서리에는 파손되기 쉬운 큼직한 귀꽃이 온전히 남아 장엄함을 높여주고 있고 그 위로 5단의 받침을 올린 후 중대석을 얹었는데 큼직한 안상 무늬를 앞뒤로는 2개씩, 좌우로는 1개를 새겨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좌의 작품성을 높이고 있다.
상대 위로는 다시 하나의 받침을 올리고 꽃무늬가 새겨진 홑잎의 앙련을 돌아가며 새겼는데 역시 그 위에 얹힌 상판이 더 커서 앙련 조각을 가리게 되니 세심히 살펴야 한다.
<석조대좌. 불단 뒤에 있어 안으로 들어가기가 곤란하지만 전체가 노출되어 있어 찬찬이 살펴 볼 수있다.>
청양에서 장곡사 넘어가는 길은 봄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전국에서 상춘객이 몰려들 만큼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히는 곳이며 이 일대는 구기자(枸杞子)가 많이 재배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칠갑산은 유행가로 유명해져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이 곳곳에 세워졌으며 멀지 않은 천장호에는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대웅전을 2개나 가졌지만 정작 석가모니불은 모시지 않은 장곡사는 생각보다 작고 소박하며 깔끔한 절집이다. 국보 제58호 약사불은 다행히도 호분칠을 걷어내고 개금불사를 하여 금빛을 띄고 있지만 가운데 모신 비로자나불과 함께 철불이라니 금빛도 걷어내고 철불 특유의 본모습을 유지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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