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52) - 별처럼 아름다운…
초목이 무성하고 생명의 기운이 약동하는 6월의 한 중간, 이른 새벽 산책길에서 마주하는 들판이 싱그럽고 동쪽을 밝히며 환하게 솟아오르는 아침 해가 눈부시다. 장엄한 무심천의 일출장면을 혼자 보기 아까워 가까운 지인들과 공유하니 ‘밝은 아침 사진,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아침 산책한 영산강변 모습과 비슷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는 메시지가 뜬다. 공들여 가꾸는 삶도 이처럼 아름답기를.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무심천의 해돋이
6월 들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만남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6월 초의 성묘행사에서는 자주 접하는 가족들 외에 까마득한 시절의 초등학교 동창을 조우하여 행복하였고 이번 주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은 졸업 60년에 즈음하여 해맑은 소년들이 백발의 노년으로 변함 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동창은 옛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 실례를 무릅쓰고 이름을 확인하기도. 이를 확인하듯 아침에 받은 메시지의 제목, ‘사라져 가는 것은 아름답다’가 마음에 꽂힌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아쉬워하지 마라. 꽃도, 시간도, 사람도, 사랑도 결국 사라지고 마는 것을… 사라져 가는 것은 또 다른 것을 잉태하기에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졸업 후 60년,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언 16장 31절)
오늘의 소재는 오랜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과의 사연이다. 그는 6년 동안 한반이었던 여학생, 6‧25 전쟁이 나던 해에 입학한 동급생 70여 명 중 여학생은 열 명 내외였는데 당시는 남녀 간의 교제가 금기시되어 한반이면서도 졸업할 때까지 대화를 나눈 기억이 별로 없다. 초등학교 졸업 후 수십 년 만에 동창모임에서 만났을 때도 눈인사 정도만 나누었다. 그러다가 다시 마주친 것은 여러 해가 지난 고향 인척의 결혼식 때, 몇 마디 대화로 그녀가 인접군청 소재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인접군청소재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그의 집(?)을 찾았던가. 그때 아내가 만든 앞치마를 선물로 주었나보다. 이번에 들은 이야기, 그 앞치마가 여러 해 지나 닳았는데도 이를 버릴 수 없어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다네. 이번에 만났을 때 내가 쓴 책, 인생은 아름다워(13집)을 건넸다. 이를 통독한 후 잘 편집한 성묘행사의 동영상과 함께 그가 보낸 메시지, ‘인생은 아름다워~ 김 박사의 삶을 함축한 책이구먼. 공부도 잘하고 인생도 아름답게 가꾸고 아내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고 아이들에게 본이 되는 할아버지로 자리하고 있으니 아주 잘 살고 있었구려. 교수답게 학습이 잘 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상세한 기록 덕분에 편하게 많은 걸 깨쳤다오. 요즈음 책읽기가 어려운데 중독성 있게 잘 엮어놓았네요. 고마워요. 계속 건강하기 바라며!’
내가 보낸 간결한 메시지, ‘별처럼 아름다운!’
초등학교 시절 우리는 동급생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동갑 쟁이, 그녀는 내게 알퐁스 도태의 소설 ‘별’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 소녀가 험난한 세파를 잘 견뎌내고 할머니가 된 지금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스스로를 가꾸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라.
‘별처럼 아름다운!’
* 별,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1840∼1897)의 단편소설로 1869년에 출판된 첫 단편 소설집 '풍차방앗간편지'에 실린 작품이다. 작가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의 목가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별과 인간의 낭만적인 서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줄거리,
'뤼브롱 산에서 양치기를 하던 시절, 나는 몇 주 동안이나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지 못한 채 나의 개 라브리와 양들만 데리고 목장에서 혼자 지냈다. 나는 외롭게 지내면서 가끔씩 수도사들, 식량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을 통해 아랫마을의 소식을 전해 듣곤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듣고 싶었던 소식은 근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소식이었다. 나에게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착했어야 할 2주일 치의 식량이 도착하지 않았고 나는 오후가 넘도록 식량을 기다렸다. 그때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노새를 몰고 나타났다. 평소에 식량을 보급하던 꼬마가 앓아누웠고 보모 할머니는 다른 일이 생겨 올 수 없었으므로. 아가씨는 식량을 전달한 후, 다시 노새를 몰고 돌아갔으나 갑자기 내린 빗물로 넘치는 강을 무리해서 건너던 아가씨는 물살에 휩쓸릴 위험에 처했다가 다시 목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짧은 여름밤, 나는 아가씨를 위해 정성스럽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고는 아가씨를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불편한 잠자리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던지 나에게 다가와 모닥불 앞에 앉았고, 나는 아가씨에게 밤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아가씨는 나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고 나는 별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