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수도권 분원 설립을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과당경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병원만 7곳이다. 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배곧, 연세의료원은 인천 송도, 중앙대의료원은 경기 광명, 경희대의료원은 경기 하남, 아주대의료원은 경기 평택·파주, 한양대의료원은 경기 안산에 분원 설립을 추진한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 공모에서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의협은 이같은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23일 “무분별한 특정 지역의 병상 수 증가는 많은 문제를 야기해 결국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대형종합병원이 만들어지면 의료 인력의 대거 채용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주변 중소병원의 인력난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의 의료 인력 대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현 의료인력 체계에 과중한 경쟁과 분란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또 “의원과 중소병원 도산으로 인한 의료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모호해지는 현 상황에서 중증환자, 희귀환자 담당이라는 본분을 잊고 경증환자진료, 과잉진료와 같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해당 지역 의원, 중소병원들은 도산하게 될 것이다. 결국 1차 의료는 죽고 종합병원만 남는 기형적 의료전달체계가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불법의료인력 채용이 늘거나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도 했다.
의협은 “대학병원들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전공의 인력에 의존한다. 병원이 자선기관이 아닌 만큼 분원 설치비용과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의료진에 비용 투자를 적게 하고 결국 불법의료인력 채용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의사가 아닌 이로부터 의사가 해야 하는 처방이나 시술을 당하게 되는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불필요한 의사 수 증가라는 정책 추진의 그릇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며 “공급-수요 시장 논리에 따라서 갑자기 병원이 급증할 경우 공급이 늘어나 많은 의료진이 필요한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또 병상 수급 관리 정책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의협은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 움직임은 병상 수급관리의 허점에 기인한다.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상에 대한 관리 감독을 받지만, 분원 개설은 지자체 장의 권한으로 결정돼 편법적 병상 수 늘리기가 가능하다”며 “여기에 일부 대학병원의 맹목적인 수익 추구와 해당 지자체장들의 지역주민 환심사기용 우호정책이 얽힌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병상 수급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관리감독 하에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장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그 수급이 결정돼야 한다”며 “이러한 변칙적인 병상 수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의 개선을 요구한다. 해외 모범사례를 발굴해 병상 자원과 공급에 대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