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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맹꽁이 배낭
후미진 산골 무논 청량한 울음소리
내 등이 부평초(浮萍草)랴 달라붙은 맹꽁이
얼결에 뒤돌아보니 산을 업고 있었네
* 당일 산행에 적합한 용량 25~30리터 안팎의, 지퍼가 달려 출납(여닫기)이 쉬운 소형배낭을 말하는데, 맹꽁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배낭의 무게는 자기 체중의 12분지 1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산 에서는 실오라기 하나도 무겁다’는 격언을 잊지 말도록!
* 키스링 룩작(Kissling Rucksack 독); 그린데발트(Grindelwaid)의 요하네스 키슬링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룩색의 하나로, 뚜껑이 없고 길이 이상으로 짐을 넣을 수 있도록 옆으로 퍼진 타입의 배낭이다. 원정용으로 적합한 고전 스타일이었으나, 기능성(機能性)을 중시하는 근래에는 별로 볼 수 없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3-81(52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82. 옹달샘에 비친 산
줄듯이 안 줄듯이 애간장 태우다가
샘터로 돌아가는 야박스런 산중 가인(山中佳人)
애꿎은 물그림자만 혀끝으로 핥나니
* 뭘 주란 말이냐? 엉뚱한 산돌이야! 아무도 다녀간 적이 없는 산속의 고요한 옹달샘에 비친 맑디맑은 물그림자를 보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벌컥 퍼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게다. 그러나 급하게 굴면 안 돼! 미인이 금방 달아나버려? 물 먹고 체하면 약도 없다는데?
*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
출전은 중국 남북조시대의 시인 유신(庾信, 513~581)이 쓴 ‘징조곡(徵調曲)’이다.“열매를 딸 때는 그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한다” [落其實者思其樹 飮其流者懷其源]는 시구에서 나왔다. 여기에서 보다시피 원래는 사원(思源)이 아니라, 회원(懷源)인데, 思보다는 懷가 좀 더 그윽하고 깊은 인상을 준다. 두 구를 줄여서 낙실사수 음수사원(落實思樹 飮水思源)이라고 한다.(2023. 10. 26 주석 추가)
* 용어를 정확히 쓰자!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바르게 쓰는 게 먼저다.” 그리고 재미는 맨 마지막이다. 산그림자(山影)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진 산 그 자체의 그늘을 말하고, 물그림자(水影)는 물의 표면에 비쳐진 산 모습을 뜻해, 엄격히 따지면 서로 다른데도 대부분의 시인들은 같이 쓰고 있다.
* 월간 《詩書畵》 2006년 10월호.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韻 3-82(521면), ‘옹달샘에 비친산 시조’ 참조.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83. 조춘(早春)의 꾸러기
햇푸새 아기 손에 솜사탕 핀 산 이내
백내장 앓던 골짝 쑥뜸 맞고 눈 뜨나
겨우내 모래성 쌓던 꾸러기는 몽중몽(夢中夢)
* 일꾸러기, 산꾸러기, 잠꾸러기? 아니면 헛된 모래성만 쌓다가 허물어버리는 놀꾸러기(失業者)일까? 일침(一鍼), 이뜸(二灸), 삼약(三藥)이라는데, 무엇으로 고쳐줄까?
* 몽중몽; 꿈 가운데의 꿈이란 뜻으로 ‘이 세상의 덧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 겨우내 눈이 소복이 쌓인 꽁꽁 언 산골짜기에 맨 먼저 싹이 돋는 풀이 쑥이다. 오므린 아기 손 마냥 귀엽고 부드러운 새싹을 내민 푸새 위로, 보일 듯 말 듯 핀 이내가 눈꺼풀을 무겁게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3-83(52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84. 풍죽(風竹)
천만 길 벼랑에 핀 한 떨기 상사화(相思花)
절규는 바람결로 달빛도 괴기(怪奇)한데
단장(斷腸)의 세피리 일성(一聲) 산매(山魅) 한껏 재우네
* 벼랑 끝 꽃을 따려다 처절하게도 떨어져 죽었다. 목적이 선(禪)이든, 사모하는 여자이든 간에, 목숨을 던질 수 있는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대숲만 속절없이 절규를 전할 뿐이다.
* 대나무의 아칭(雅稱)이 차군(此君)이다. 이 친구, 이 분 등의 뜻이다. 서성 왕희지(王羲之 307~365)의 아들 왕휘지(王徽之 ?~388)가 대를 매우 좋아했든 데서 유래한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이사 후, 왜 대부터 먼저 심느냐” 라고. 그가 답하기를 “이 분이 없으면, 어찌 하루인들 살 수 있겠습니까?” 何何一日無此君(하하일일무차군). 소식(1036~1101)의 차군정(此君亭)과, 목은 이색(1328~1396)의 차군루기(此君樓記)에도 보인다. 달리 녹균(綠筠)이라고도 한다. 소식의 녹균헌(綠筠軒)시.(고문진보 전집 오언고풍 단편)
*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撤手丈夫兒); 벼랑 끝을 잡고 있던 손마저 놓아버릴 수 있는 대장부라야만, 진정한 사람이 될 있다는 뜻(천자문에서). 야보도천 게송 제2구.
* 산매; 요사스러운 산 귀신. 산 속의 괴물, 또는 악귀(惡鬼).
* 졸저 『仙歌』 제106 ‘설죽’ 시조 참조.(134면). 2009. 7. 30 ㈜도서출판 삶과꿈.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3-84(52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85. 금 방뇨(禁放尿)
선머슴 오줌발에 강물은 몸서리를
은방울 떨어지면 산마루도 진저리를
히죽댄 바위틈 풀꽃 못 볼 것을 봤구먼
* 산인(山人)은 소변도 가려 봐야 한다! 아무데나 보면 어린 풀이 “따갑다” 하며, 강이나 계곡에서 보면 치어(稚魚)가 “아리다” 한다. 낙엽 위, 바위 주변, 큰 나무 밑동이라면 괜찮을 게다. 사소한 일이지만, 자연에 대한 예의다! 산에서 오줌 누면 이상하게도 진저리를 많이 치는데 그 까닭은 뭘까?
* 화장실 격언;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 《도봉문학》 제4호(2006년) 단시조 2수.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522면.
86. 고석정(孤石亭)의 물그림자
굽이친 한탄강에 외롭게 버틴 바위
솔향에 취해 졸다 미끄러진 물그림자
짓누른 세월 무게로 임꺽정도 못 건져
* 한탄강(漢灘江) 제1의 명소, 물에 드리운 고석정의 기암(奇巖)과 노송(老松)의 그림자를 보라! 임꺽정의 활동무대인 이곳, 그의 동상(銅像)에서 느끼듯 꿈틀댄 강한 근육질이 물위에도 어린다. 사철 다 좋지만 특히 설경이 아름답다. 1971년 12월 16일 강원도의 기념물 제8호로 지정되었다.
* 《좋은 문학》 시 낭송용 원고 (2004. 2. 23)
* 졸저 『名勝譜』 ‘철원9경’ 시조 중, 제1경 ‘고석정’(62면) 참조.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韻 3-86(52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 《황야문학》 제31호(2024년 봄) 한탄강 승경 시조 3제(97~99면).
87. 부창부수(夫唱婦隨)
-산운일모(山韻日暮)
으슥한 산골 오막 묘정(妙情)을 엮으려나
선녀가 산을 잡아 통구이를 해오면
초부(樵夫)는 개밥바라기에 호롱불을 켠다오
* 나무꾼(초부)과 선녀는 어떤 상황과 소재에도 잘 어울린다.
* 개밥바라기; 금성의 속된 말.
* 졸저 『鶴鳴』 정격 단시조집(8) 1-126 ‘나무꾼 노래’ 시조(111면) 참조.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韻 제3-87번(52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88. 전등(電燈)이 된 금강초롱꽃
첨봉(尖峰)에 걸린 초승 항아(姮娥)가 떨군 참빗
그 빗을 주우려고 야바위 친 산 며느리
절벽 끝 금강초롱꽃 따 헤드랜턴 켜노매
* 초승이 아무리 고운 들, 빗으로 쓸 순 없지요!
* 항아(姮娥); 또는 상아(嫦娥)는 중국 신화에서 달에 산다는 여신(혹은 선녀)이다. 희랍신화 아르테미스에 해당한다.
* 초승은 잰 며느리가 본다(한국 속담). 민활(敏活)한 사람만이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
* 금강초롱; 중부 및 북부의 고산지대에 사는 높이 30~90cm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화식물이다, 한국 고유종으로 옅은 보라색을 띠는 초롱을 닮은 청초한 꽃이다,
* 야간암벽등반을 하는 바위 꾼들은 ‘야바위 친다(한다)’라고 한다. 비속어(卑俗語)로,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됨. 이 꽃을 따다 머리 전등으로 쓰면 어떨까? ㅋㅋ
* 졸저 『仙歌』 제104번 (제132쪽) ‘금강초롱꽃 보시’ 시조 참조. 2009. 7. 30발행.(주)도서출판 삶과꿈.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3-88(52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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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운의 영역시조와 해설
<Diamond Bluebells Were To Be The Lights>
Sang-Cheol, Han
The Crescent is hung on the acute peak, Diana dropped a fine-toothed-comb.
At night, a mountain-daughter-in-law, climbs the rock for picking up the comb,
The end of the cliff, plucking the diamond blue bell flowers at midnight, and turning on as the head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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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산 한상철 시인의 전등이 된 금강 초롱 꽃을 번역해 보았다.
항아는 달에 사는 선녀인데, 영역을 할 때 고유명사라고 그대로 번역을 하면 아무런 느낌이 살지 않는 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의Artemis나 Diana로 번역하는 것이 느낌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참 빗은 촘촘한 우리 고유의 빗인데, 그래서fine comb라고 번역 된 것 같은데, 우리가 생각하는 반달형의 빗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초장과 종장은 대략 7음보로 형성이 되는 데, 초장은 fine에 액센트가 들어가고 중장에는 comb에 액센트가 들어가기에 letter상으로는 완벽한 rhyme이지만, 전체적인 리듬상으로는 완벽한 rhyme을 이루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서 a fine-toothed-comb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초장이8음보가 되고, 중장이 7음보가 되는 데, 야바위라는 단어에 night이 있기에 중장에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종장에는 at night을 중간에 추가해서, 끝의 head light과 inner rhyme로 맞추려 했으나, 리듬상으로 완벽히 맞지 않는 다, 그래서 at midnight로 수정해서 맞추어 보았다.
그런데, 사실 초승달이라면 초저녁에 지는 달이라서, midnight에는 하늘에 달이 없다. 그래서, 초저녁에 달을 따려고 암벽에 오르다가, 달도 지고,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데, 암벽 끝에 금강초롱이 있어서, 이를 켠다는 의미가 되기에, 암벽을 꽤 오랜 시간 탔다는 시간의 흐름을 줄 수는 있지만, 영어에서는 “Diamond blue bell” 이기에, 우리 말의 “금강 초롱”에 들어있는 초롱불, torch의 이미지는 사라진다. 차라리 의역을 해서 ring on the bell이라고 종장의 후반을 번역해야 영미권 사람들에게 더 언어적 유희로 이해가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나중에 필요하면, “The end of the cliff, plucking the diamond blue bell flowers at midnight, and ringing on as the blue bell.”로 고치는 것도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한상철 시인의 시조, 한시에는 주로 Imagery가 강조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이 ‘전등이 된 금강 초롱’도 금강초롱의 이미지 푸른 숲 속에서 초롱을 살리기 위해서 밤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초장에서 달, 달을 항아의 빗으로까지 환유법을 사용하여 시를 도입시켰다.
즉 산봉우리에 걸린 달, 항아의 참 빛, 밤에 암벽을 타는 며느리 들은 뒤에 등장하는 금강초롱을 위한 조연이다. 마치 예수라는 주인공이 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세례 요한이 등장하듯이...
이 시조에서의 narrator는 달도 아니, 암벽을 타는 며느리도 아닌, 철저한 제 3자적 관점으로 보고 있다. 시인은 비데오 카메라를 산봉우리의 위에 있는 달, 그리고 줌을 당겨서, 암벽을 타는 며느리(혹시 야간 등반을 하는 여성 산악인은 아닐까?), 그리고 암벽을 올라왔을 때, 그 암벽 끝에 자라고 있는 금강 초롱을 바싹 가까이 줌인했다. 아마 이 때 등반가는 꼭대기의 금강초롱을 보고 활짝 웃었을 것이다. 그 감정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되어 느껴진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감정을 완전히 배격한 채로, 철저히 제 3자 적 입장에서 무비 카메라의 작을 렌즈로 바라보고 읊조리고 있다.
시인은 감정의 기복이 전혀 없이, 철저히 영상만으로 모든 변화를 단 시조 않에 담아 냈다. 사실적인 영상만으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자꾸 거듭해서 읽을수록 영상이 그려지고, 감정이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이 시조가 앞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2022. 6. 29 번역)
89. 춘산별곡
따스한 춘풍 불면 청산이 판소리를
솔숲은 쑥대머리 옥녀봉도 사랑가를
계류가 추임새 놓자 큰 바위가 더덩실
* 겨우내 움츠렸다가 봄이 되니, 산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
* 쑥대머리 판소리 가사; “쑥대머리 귀신형용/적막옥방에 찬자리여/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보고지고 보고지고/보고지고 쑥대머리/내가 만일 님못본채//옥중고혼이 되거드면/무덤앞에 섰난 돌은/망부석이 될 것이요/무덤 근처 선나무는/상사목이 될 것이니/생전사후 이 원통을/알아줄 이가 뉘있으란 말이냐/쑥대머리 귀신형용/적막옥방에 찬자리여/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보고지고 보고지고/보고지고 쑥대머리.”
쑥대머리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쑥과 대나무가 점령한 밭에서 파생된 마구 헝클어진 머리칼 매무새다. 춘향이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다 옥에 갇혀 수난을 당하며. 님을 그리워 하는 상황을 노래한 것이다. 춘향의 쑥대머리는 님을 향한 일편단심의 정조의 상징이다. 사랑을 위해 온갖 고초를 겪는 조선조의 러브 스토리인 셈이다. 오로지 님만을 향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랑이며 죽음을 각오한 사랑이다. 현실의 어떤 악조건에서도 굽히거나 타협하지 않는 굳은 절개가 놀랍다.(이상 다음블로그 선묵유거 2021. 8.16)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제3-89번(52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90. 동네 산 별곡
사립문 살짝 여니 뒷산이 놀러와
동동주 한잔 하곤 바자울 둘러보매
낯가린 이집 똥개가 텃세부려 내쫓네
* 똥개도 자기가 노는 동네엔, 반 접어주고도 이긴다. 지금의 일부 농어촌은 이외로 배타성이 강하다.
* 바자울; 대, 갈대, 수수깡, 싸리 따위를 엮어 만든 울타리. 좋은 우리말인데, 요즘 잘 쓰지 않는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525면.
91. 둘레길 야담(野談) (2017. 6. 18)
-한눈팔다 혼남
청산에 치근대니 여산꾼이 혼내고
히프 짝 율동 보다 바람에게 핀잔 듣고
구름만 보고 걸으니 떡바위가 걷어차
* 산행문화도 이제 많이 바뀌었다. 앞에 가는 여류산객의 엉덩이를 보다간 자칫 돌부리에 걸린다.
* 훌륭한 등반가는 ‘행위의 기록’은 물론이거니와, 글로 남기는 ‘문자의 기록’까지도 매우 중시한다.
* 현대선비는 문무를 겸비하는 게 좋다. 문귀무천(文貴武賤) 정책으로 문약(文弱)했던 조선의 역사를 바로, 이 땅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시대의 불의(不義)를 보고도, 항거하지 않는 나약한 지식인과 문인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개탄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25면.
92. 바위에게 수모 (2017. 6. 24)
노독(路毒) 슨 신발창은 땀 냄새 배인 돌밭
양말 턴 길 옆 바위 버릇없다 야유하자
머쓱해 뒷머리 긁적이다 벼락같이 뺑소니
* 다비; 일본 말로, 양말, 버선 등. 야유, 놀림; 야지를 놓다, 주다, 혹은, 찐바를 주다, 놓다, 걸다.
* 바위야! 나를 너무 업신여기지 마라! 나도 한 때는 비슥이 날던 사람이었단다...
* 한국의 산은 낮으나, 등산가의 정신은 높다.
* 참된 산객은 궁상을 떨지 않는다. 고고한 행위의 예술만 존재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26면.
93. 회산(繪山)-선시 (2017. 7. 28)
-장마철 창포원에서 도봉산 그리기
후두두 소나기에 창포꽃 풀이 죽자
괜스레 우산꼭지로 도봉(道峰) 비탈〔斜面〕 그어대니
물먹은 땅 화선지에 발묵(潑墨) 잔뜩 번지네
* 雲山泛畵境(운산범화경) 風雨入書禪(풍우입서선); 구름과 산은 그림 경치로 뜨고, 비바람은 선(禪)의 글씨로 들어간다. 선은 그림이나, 글씨로 나타낼 수 없는, 자각(自覺)의 상태이다.
* 은죽(銀竹); 은빛 대나무라는 뜻으로, 몹시 퍼붓는 소나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는 큰 비.
* 발묵법(潑墨法); 수묵화의 용묵법 중 하나. 이에 대해서는 후대에 2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먹을 마치 뿌리듯이 쓰는 것과, 또 하나는 비단 바탕에 먹을 뿌린 다음, 먹물이 흐르는 상황에 근거하여, 그 추세를 따라서 형상을 그리는 것이다. 앞의 해석이 화가들의 애호를 받아 관습화되었다.(다음 백과)
* 졸저 『鶴鳴』 제 1-158 ‘창포원 까치’ 시조 참조.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鳶飛魚躍』 제 1-33 ‘서울 창포원’ 시조 참조. 2020. 7. 15 도서출핀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韻 3-93(52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94. 호악견석(虎嶽犬石)-범뫼에 개바위 (2017. 12. 4)
-자괴가(自愧歌)
덩치는 작다지만 투혼은 용에 맞서
애비는 호랑이나 새끼는 못난 개라
산정(山頂)은 야무진데도 밑 바위는 푸석돌
* 호부견자(虎父犬子); 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라는 뜻으로, 아버지는 훌륭하나 아들은 그렇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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