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겨우 하나를 해결 하면 더 큰 다른 하나가 기다리고 있는 게 사는 거라더니..
1010. 산 넘어 산
육 년 전 망막 혈관이 터져 실명 하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놀랐었는데.. 거기다 황반 부종도 아주 심하다고 했었고.. 그래서 그 좋아하던 곡차도 다 끊고서 마치 도 닦는 수도승처럼 살아왔었는데.. 그간 치료랍시고 망막 혈관을 지지는 레이져도 맞았고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주사 바늘을 눈에 찔러 약물을 주입하는 눈 주사 시술도 이 십여 차례나 받았었는데.. 왼쪽 눈은 망막 수술도 했었고 이제 겨우 황반 부종도 안정이 됐다고 해 다음 주에 오른쪽 눈 망막 수술을 하면 대충 투병이 끝나려나 했었는데.. 마음편히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하려고 생각을.. 후후!
망막 수술 때문에 전신마취가 필요 하다고 해 사전 검사를 했더니 신장 기능이 겨우 57% 밖에 안 남았다고..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손이 붇기도 하고 특히나 요사이 너무 피곤해 무슨 일인가 했었는데.. 그래서 급하게 서둘러 신장 내과 진료까지 받았다. 어떻게 하든 간에 조심을 해 남은 신장 기능이라도 잘 보전을 해야 할까 보다. 겨우 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나 했었는데, 이 번에는 신장이 문제라니.. 나참! 내가 사는 게 왜 이러는 건지?! 그래도 명색이 내가 의사인데.. 문득 예전에 "의사처럼 살면 일찍 죽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고 살면 오래 산다!" 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아무튼 그 시원한 맥주는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어찌나 섭섭하던지.. 하긴 뭐 그까짓 맥주 한 잔이야 안 해도 고만이지만 다시 신장 때문에 기약도 없이 도를 닦을 생각을 하니 그저 한 숨만 나온다. 더구나 이번은 어쩌면 눈보다 더 큰 전신적인 문제인 건데..
누가 산다는 게 겨우 겨우 산을 하나 넘으면 다시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했었는데.. 예전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했었는데.. 후후!
글. 고 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