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시댁 형제들이 모여서 함께 한다. 처음에는 친정엄마가 해주셨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혼자 낑낑거리면서 김장했다. 물론 몇 번 하다가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배추를 직접 절여서 했는데 아파트에서 배추를 절이는 일은 너무 번거롭고 힘들었다. 그러다가 절인 배추를 주문해서 김치를 담았다. 직접 김장을 한 기억은 두세 번 정도인 것 같다.
언제부터 시댁 형제들이 모두 모여서 김장했다. 손위 시누이가 많아서 나는 조금 거들어주는 정도이다. 시누이들이 많아서 힘들지 않으냐고 하는데 남편 누님들이라서 올케인 나에게는 어렵기는 해도 언니처럼 느껴진다. 시어머님이 연세가 많아지니까 시어머님처럼 챙겨주신다. 나도 올케가 있는데 동생처럼 생각한다.
금요일부터 오셔서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드셨다. 우리는 배추를 절여서 물기를 다 빼놓은 뒤에 도착하니 제일 큰 형님이 농담처럼 한마디 하셨다. '다 늙은 시누이들 너희가 김장해서 줘야지 다 해놓고 나서야 도착하면 어찌하노?' 해마다 듣는 소리다. 농담처럼 하시지만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 않다. 일찍 온다고 해서 내가 도움을 드릴 일이 없다. 백 포기 가까운 배추를 절이는 일부터 양념을 만드는 것까지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식구끼리 먹는 김치 정도는 담가서 먹지만 많은 양의 김장은 솔직히 못 한다.
형님들이 뭐라고 하는 것이 농담이라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김장하러 가는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다. 차라리 사서 먹는 게 마음 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올해도 한마디 듣고 시작하지만, 마음을 달리 먹으니 차차 기분이 가벼워졌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해서 허리가 끊어지는 불편함을 수없이 느끼면서 김장했다. 김장을 마치고 나니 오후 7시였다. 형님들이 손이 빨라서 그래도 일찍 끝이 났다. 할 때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에 쥐도 났지만 김치 통에 김치를 넣는 순간 모든 수고로움이 싹 사라졌다. 대견하고 뿌듯하고 너무 행복했다.
우리에게 김치를 가장 많이 주셨다. 형님들은 벌써 김장하신 분도 있고 김장을 더 해서 아들딸에게 주어야 한다고 하신다. 일을 제일 한 동생 부부를 살뜰하게 챙겨주시는 누나들 마음을 나도 알 것 같다. 남동생 생각을 하면 나도 그런 기분이 든다. 형제들이 모여서 김장 김치에 수육을 곁들여서 저녁을 먹었다. 물론 술은 빠질 수 없는 친구다. 술을 마신 탓에 누님 댁에서 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