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笑(독소)
정약용(丁若鏞:1762~1836)
본관은 나주. 자는 미용(美庸), 호는 다산(茶山) · 여유당(與猶堂) · 사암(俟菴).
500여 권의 방대한 실학관계 저작을 했으며, 경학 관계 연구서 232권을 비롯하여,
『목민심서(牧民心書)』 · 『경세유표(經世遺表)』 ·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詩와 文으로도 뛰어 난 저서들을 많이 남겼다.
곡식이 있어도 먹을 사람이 없고
(살림이 넉넉하고 부유한 집안에는 자식이 귀하고)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사내자식이 많아도 굶주림을 걱정하네
(가난한 집에 자식들이 많아서 늘 끼니를 걱정하네)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높은 벼슬아치는 어리석기 짝이 없고
達官必憃愚 달관필창우
인재는 재주를 펼 곳이 없네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집안에 온전한 복을 가진 집은 드물고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지극한 도(道)는 비록 높지만 더디게 오네
至道常陵遲 지도상릉지
부모가 아껴서 모은 재산 자식이 탕진해 버리고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어리석은 짓을 하네
婦慧郞必癡 부혜랑필치
달이 차면(보름달) 구름이 자주 끼고
月滿頻値雲 월만빈치운
꽃이 피면 바람이 불어댄다
花開風誤之 화개풍오지
세상 모든 일이 모두 이러하니
物物盡如此 물물진여차
혼자 웃는 뜻을 아는 사람이 없네
獨笑無人知 독소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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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고
조석으로
자식걱정 나라걱정
사람 사는 동네
참으로 힘들게 살아간다
돈이 많아도
돈이 없어도
배가 불러도
배가 고파도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찬 바람 부는 날에는
사람도
길고양이도
새도
모두가 살아있어서
보는 내가 미안할 때가 많다
온종일 먹먹하게 눈물보이는 날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으니......
아무튼 미안하고 부끄러운 날에는
절대 뒤에 숨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