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달부터 준비해온 <너에게 가는 길>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의 날인 5월 17일을 기념해 마을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준비하는 친구들의 일정 등을 살피다보니 6월이 되었어요. 그런데 6월은 전국 각지에서 퀴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프라이드 먼스’라고 하네요. 처음 3월 8일 여성의 날이 지정되었을 때 지정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날이 있다는 게 평등하지 않다는 걸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해요. 더 이상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게 되어 이런 날을 특별히 기념할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우리는 모두 다 달라서 아름답다는 의미로 무지개떡을 준비했어요. ‘성소수자 차별 반대의 날’을 ‘아이다호’라고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phobia , Biphobia, Inter & Transphobia, IDAHOBIT [아이다호]) 부르는데 이날의 의미와 앨라이를 소개하는 홍보물을 한쪽에 비치했습니다. 추천도서도 안내와 함께 전시했어요.
토요일 저녁 집에 있으면 나가기 싫은 시간, 잠깐 걷고 올까 나선 길이었다는 분도 있고, 밴드에 한번 더 올린 알림글을 보고 급하게 나오셨다는 분도 있고, 미리 달력에 표시해뒀지만 올까말까 고민하다가 오셨다는 분도 있고...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함께 다큐멘터리를 봅니다.
다큐를 보고 지금 어떤 느낌인지 나눕니다. 영화제 참석 인원이 많으면 나눠서 진행하려고 했던 이야기 시간을 다같이 둥글게 앉아 진행합니다.
뭉클한, 안타까운, 따뜻한, 조마조마한, 고마운, 감동박은, 따뜻한, 슬픈, 용기나는, 편안한, 습기 찬, 따뜻한, 눅눅한...충족된 느낌과 충족되지 않은 느낌이 파도처럼 왔다갔다합니다. 느낌말에 다 담지 못한 영화와 연결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각자의 이야기와 연결하다보니 이 이야기들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충족된 것들 마음 속으로 찾아보고, 혹시 충족되지 않은...더 충족시키고 싶은 욕구들도 찾아봤어요.
‘소속감, 지지, 나눔, 소통, 도움,지지, 존중, 평화, 연결, 자유, 존중, 평화, 사랑, 평등, 존재감, 존중, 수용, 지금 채우고 싶은 휴식과 잠, 배움’ 등 다양한 욕구를 만나고 영화와 관련한 책을 더 찾아 읽어보거나, 오늘의 자리를 축하하고 더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자기 부탁도 해봤어요.
요즘 행성에서는 영화를 보고 이렇게 지금의 느낌과 충족하고 싶은 욕구들을 묻고 들으며 나눕니다.
오늘도 그 질문들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결했어요.
함께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고,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반가웠습니다.
혹시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다룬 다큐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족중심의 세계관을 보여줄까 불안해서 보기가 망설여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 가지를 스포하자면, 가족을 넘어선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 그러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 가득 담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