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양 경찰의 몸을 사리지 않는 구조 활동에 대해 중국측이 감사 인사를 보낸 사실이 화제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구조 활동을 현장에서 지휘한 박철언 완도 해양경찰서장은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했다.17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과 인터뷰한 박철언 완도 해양경찰서장은 중국 선원들이 탄 배가 조난 사고가 났을 때 "완도엔 양식장이 많아 오염 피해를 우려해서 안전지대로 유도해 닻을 박고 퇴선하라고 지시했는데, 현장에서 (중국선원들은) 배가 서면 침몰할까봐 닻도 안 박고 배를 버리고 구명정을 타고 뛰어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래서 중국 대사관에서 찾아왔을 때 "왜 그리 중국사람 겁이 많느냐 추궁도 했다"고 한다. 결국 중국 선원 14명의 인명 구조뿐만 아니라 중국 선원들이 버린 배까지 우리 해경이 구한 셈이다. 박서장은 "당시 바람이 많이 불어서 특수기동대 요원 5명을 데리고 가서 같이 배에 올라가 닻을 내리자 안 그래서 배가 섬으로 오르면 인명사고는 피했지만 재난사고가 난다고 했지만 중국 선원은 안 간다"고 했다며 결국 "특공대를 급파해서 닻을 수동으로 내리는 방법을 배워 해결했다"고 전했다.
당시 박서장이 헤엄을 쳐 45도가 기울어진 배에 올라 수동으로 닻을 내렸는데 "만약 1시간만 넘었으면 섬으로 오를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박서장은 이 날 인터뷰에 해상 구조 장비와 관련해 "정부가 최근 관심을 갖고 협조를 하지만 구난함 등 많은 장비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 이하 인터뷰 전문 ********************
▶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박철언 완도 해양경찰서장
7일에 발생했던 사고 때문에 중국대사가 감사의 뜻을 전해왔는데요.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그날 센추리팀이라는 중국 화물선이 전남 진도항에서 강판 3300톤급을 적재하고 항해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폭풍주의보가 내려져서 파도와 바람이 엄청 셌습니다. 그래서 적재된 화물이 파도 때문에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체가 약 45도 기울었습니다. 선장은 배가 전복될까봐 위험을 느낀 상태에서 침수, 침몰 우려가 있다고 조난신호를 보냈습니다. 그 조난신호를 서울 무선국과 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수신했습니다. 그 즉시 완도해경에서는 바다에서 준비 중이던 경비선을 보내고, 입항해서 정박된 배들도 직원을 전부 비상소집해서 현장으로 보냈습니다.
현장 상황은 어땠나요?
배가 45도 기울인 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우리 통역관들이 중국어로 현장과 통화를 했는데, 그쪽에서 "물이 많이 들어온 상태라 침몰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북서풍이 불었기 때문에 북서풍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청산도 섬 반대편으로 에스코트해서 유도했습니다.
기상 상태는 어땠나요?
그날 밤 바로 폭풍 경보가 내려졌고, 날씨가 악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구조작업을 하셨길래 감사의 뜻까지 받으셨나요?
일단 14명의 중국선원들을 구조했습니다. 선박을 안전한 지대로 유도하면서 선원들은 전부 상갑판으로 올라와서 구명보트를 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완도엔 양식장이 많습니다. 만약 이 배가 물 속으로 들어가서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지대로 유도해서 닻을 박아 배가 못 움직이게 하라고 지시했는데, 현장이 너무 급하다 보니까 중국선원들은 배와 같이 물 속으로 들어갈까봐 닻도 안 놓고 배를 버리고 구명보트를 타고 뛰어내려버린 겁니다.
보통 선장은 배와 끝까지 있곤 하는데, 먼저 나와버렸군요?
네. 중국 대사관이 왔을 때 그 상황을 말하면서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겁이 많냐"고 추궁했더니 그쪽에서 "너무 잘못했다"고 하더군요.
그 뒷상황은 어떻게 됐나요?
일단 선원은 다 구조했는데요. 바람에 배가 너무 많이 떠밀리는 겁니다. 그래서 저와 우리 해경 특수기동대 5명이 배에 올라가서 닻을 놓자고 했습니다. 만일 닻을 놓지 않으면 이 배가 밀려서 섬으로 올라가버려서 또다른 재난사고가 날 수 있었거든요. 근데 아무리 이 상황을 설명해도 중국인들은 "우리는 배를 버렸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 특공대 요원들을 동원해서 중국인 갑판장한테 닻을 수동으로 내리는 방법을 30분 가량 배웠습니다. 그리고나서 저희들의 작은 배를 타고 선박이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파도 때문에 배를 계류하지 못하니까, 배를 메는 긴 홑줄에 우리 특공대 요원 손을 잡고 내려보낸 겁니다. 줄을 100~200m 정도 내보내면 떠밀려가는 배 쪽으로 갈 수 있으니까, 배 가까운 곳까지 가서 헤엄쳐서 간 겁니다. 그렇게 배에 올라가서 수동으로 닻을 내렸습니다. 그제서야 안심을 했죠. 만약 1시간만 늦었더라도 옆에 있던 황제도라는 섬으로 올라갔을 겁니다.
그후 중국 선원들은 어떻게 됐나요?
중국 선원들 중 다섯 명이 타박상을 입었길래 완도로 입항시켜서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시켰구요, 나머지 선원들에겐 여관을 잡아줬습니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중국대사가 감사의 뜻까지 전했을까요?
저희들이 대사관에 그 상황을 적은 정식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에 와서 실제 그 상황을 보고는 고맙다는 답서를 외교부를 통해 청장님께도 보내고, 완도서에도 직접 찾아와서 전달했습니다.
해경에서 일하는 분들이 그렇게 목숨을 걸고 일하고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조건은 그다지 좋지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로 가장 먼저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세력이 약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라든가 구난함, 대형함 등이 많아야 하는데요. 1~2년 동안 보강을 많이 하긴 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장비가 열악합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많이 협조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갖춰져야 할 장비는?
구조할 수 있는 구난함입니다.
우리 해경엔 구난함이 없나요?
대형선박엔 있는데 완도 해경선은 연안에 가깝다보니까 없습니다. 제주나 목포엔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든든한 해경이 있다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네요.
당연히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
CBS편성국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