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증도 기행
입동이 지난 11월의 둘째 토요일 총산이 주관하는 가을 특별 산행에 참가하는 80여 명의 서울고 동문들은
두 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전남 신안군의 증도를 향해 출발했다. 고속도로에는 단풍객들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속도로를 메우고 있었다.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대둔산 등으로
가는 버스인가 보다. 우리가 들른 정안휴게소 에서는 수십 대의 버스가 주차해 있었고 볼일 보는데 긴 줄을
서야만 했다.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에서 맛있는 굴비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나니 교통 체증으로 고생한 것이 싹 가시었다.
그래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영광에서 시간 반을 더 달려 증도 육교를 지나 국내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는 천일염전인 태평염전에 도착했다. 천일염전과 염생식물원을 구경하고 소금박물관도 구
경하였다. 염생식물의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이어서 메인 이벤트인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증도에는 5코스로 나누어진 걷는 길이 있는데 모실길이라 불리
운다. 첫째 날은 모실길 3코스로 ‘천년해송숲속길’ 이다. 우리는 삼삼오오 떼를 지어 정담을 나누며 해송으로
이루어진 숲속길을 걸었다. 솔향기와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해송숲속길은 증도가 슬로시티라는 것을 일
깨워주었다.
중간에 숲속길을 빠져나와 해변으로 나왔다. 해변의 모래사장은 폭이 넓지 않지만 깨끗하고 고운 모랫길이
십리가량 뻗어 있다. 모래는 다른 해수욕장의 그것과는 달리 좀 단단한 편이어서 푹 들어가지 않았다. 지나
간 발자국만이 선명하게 찍힐 뿐이다. 옆에는 해송의 숲이 있고 바닷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주고 붉게 물든 석
양의 노을이 트레킹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때맞추어 들어오는 밀물이 우리들의 가슴속에도 밀려들어오
는 것 같다. 해동이와 준호는 낭만적인 해변가를 걸으면서 아름다운 석양의 노을 풍경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준호는 최근에 최신 카메라를 구입해 성능 테스트 하느라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해동이 말에 의하면
사진 찍는 기술이 경지에 오르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찍는다’고 한다. 앞으로 그런 경지에 오르
기를 바란다.
해변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이르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고 거기에는 야자수가 수십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그러나 반 이상이 죽었고 살아있는 것도 시들해진 모습이 안타깝다.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미완의 실패다. 글로벌 온난화를 너무 성급히 기대한 것인지 모르겠다
야자수가 있는 광장을 지나 바다를 가로질러 있는 짱둥어다리를 건넜다.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나무로 되어
있는 다리를 건너는 것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우리는방향을 증도면 사무소가 있는 곳으로 잡았다. 증도의 최고봉인 상정봉(127m)을 오르기 위함이다.
상정봉에 오르니 증도 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석양의 낙조에 물든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첫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저녁은 민어정식이라 하여 기대를 잔뜩 품었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주최측은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저녁에 조개구이 파티를 열어주었다. 숙박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민박집 海友村. 우리들은 한 방에 12명이 배정되었다. 저마다 색다른 비음을 내는데도 모두들 잘
잔 것은 전날의 강행군으로 인한 피곤함 때문이었다. 전에 엘도라도 호텔 (1박에 45만원)에 숙박하였던
김영은 잠자리가 매우 불편하였으리라고 짐작이 되나 불평하나 없이 적응을 잘했다.
첫댓글 종국이 사진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