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서울시의 공공기관 화장실 비상용 생리대 비치를 환영한다.
서울시 의회는 9월 14일 공공기관 화장실에 긴급생리대를 비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 시켰다. 서울시는 시민청, 서울여성플라자, 광진청소년수련관 등 공공기관 10곳을 생리대 지원 대상기관으로 선정하고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비상용 생리대 지원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 다. 따라서 사업 기간 동안 대상기관 화장실에서 생리대가 필요한 누구나 무료 생리대 사용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서울시는 2019년까지 비상용 생리대 비치를 2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월경을 여성이 보장받아야 할 당연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누구나 자유롭고 건강한 월경을 누릴 수 있도록 생리대 접근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재작년 깔창생리대 사건 이후 취약계층 청소녀 생리대 지원, 바우처 지급 등 경제사정상 생리대 구입이 어려운 여성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었으나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평균 331원이며 우리나라 여성들이 평생 생리대 구입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500만원에 육박한다. 작년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월경용품의 안전성이 기업에서도 정부에서도 관리되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고 논란 이후 기업들은 유기농,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하며 생리대 안전 문제를 또다른 마케팅으로 연결시켰다. 경제적 부담과 불안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다. 여성환경연대가 이번 7월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공공생리대 프로젝트에서 보듯 여성들은 안전한 생리대, 저렴한 생리대를 최우선적으로 바라고 있다. 비상용 생리대는 생리대 안전성과 가격 문제의 정답이 될 수는 없겠 지만 적어도 중요한 돌파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은 월경을 터부시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에 저항하고 탐폰세 등과 같은 월경용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면제할 것을 요구하며 월경할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 아프리카에서도 그러하다. 재작년 뉴욕시의 공공시설 무상생리대 비치 시행, 최근 인도에서의 월경용품 세금 면제 등은 그에 따른 결과이다. 서울시의 비상용 생리대 비치는 우리 사회가 월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이를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권리로 여기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오랫동안 월경에 대해 말하고 월경 권을 위해 싸워온 많은 여성들이 만들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한발짝 나아가 서울시의 비상용 생리대가 긴급한 경우에, 그야말로 비상시에만 쓰는 생리대에서 '누구나', '언제라도' 쓸 수 있는 '공공'의 성격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월경용품에 대한 접근이 소득과 상관없는 권리가 되기 위해서는 생리대 남용 우려와 관리의 용이함이 제도 시행의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화장실에 휴지가 있는 것이 언제부턴가 당연해진 것처럼 화장실마다늘 생리대가 비치되어 있다면 여성들의 월경 경험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를 상상하고 여성 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게 더 중요하다.
서울시의 공공시설내 비상용생리대 비치 결정은 서울시가 성평등하며,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도시로 한발 더 나아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많은 우려를 떨치고 과감하게 시행된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여성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의 지지 속에 다른 시/도로 번져나가기를, 그에 따라 더 많은 여성들이 자유롭고 건강하게 월경할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 10. 4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