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전담경찰관, 김성중 경위를 말한다.
- 대전중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김성중 경위 -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고자 학교폭력 전문 경찰관을 교육현장에 배치하는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시행하였다. ’13. 8月 전국에서 681명의 학교전담경찰관이 초․중․고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하 사진=polonsori]
이 제도는 학생과 경찰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학교폭력 근절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율은 지난해 7월 8.5%에서 올해 7월 2.2%로 약 5% 떨어졌고, 학부모 2천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1.8%가 학교전담경찰관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교에 경찰이 개입하여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던 터라 이 제도가 학교내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질로 인해 친구들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 여중생을 위해 심리치료와 함께 주거환경까지 개선해 주었다는 소식(’13. 8月 언론 보도) 등 학교전담경찰관들의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 소식이 수시로 전해지고 있다.
자랑스러우면서도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학교전담경찰관들은 어떤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경찰관이 다가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만일 학교전담경찰관들의 방법을 공유할 수 있다면 경찰이 학교폭력 근절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학교폭력 예방 인터넷 가페를 운영하는 학교전담경찰관이 대전에 있다고 하여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Q :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대전중부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학교전담경찰관 김성중 경위입니다. 청소년들의 복지와 교육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2001년부터 청소년 상담과 선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Q : 오래전부터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하셨는데 계기가 있었던 것인가요?
2001년 저는 대전서부경찰서 정림파출소에 근무하였습니다. 당시 대전에는 11곳의 아동보호시설이 있었는데 저희 관내에 3곳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절도와 폭력 등 비행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범죄사건 처리 등으로 자주 아동보호시설에 방문을 하면서 이들은 왜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이렇게 비행을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도울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선도에 특별한 지식이 없었던 저는 원생들이 계속 범죄를 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고민에 빠져있던 중 우연히 가족들과 평송청소년 수련원에 연극구경을 갔다가 ‘청소년상담사 양성과정’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목마름을 채울 수 있을 기회라는 생각에 6개월간의 상담교육을 바로 신청하였습니다. 이후 30여개의 청소년 상담관련 교육을 이수하면서 저의 부족함을 계속 채워 갔습니다. 현재는 이 교육을 바탕으로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 등 5개소에서 자원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 2001년에는 학교폭력 개념도 생소하였고 이에 대한 경찰 활동도 낯설었을 인데 선구적인 일을 하셨습니다.
사실 2001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도 최근에 만들어졌으니깐요. 학교내 문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해결하는 것이 당연시되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경찰이 학교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상담교육을 받으면서 청소년 범죄를 조금만 다르게 본다면 청소년 선도를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Q :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본다는 것인가요?
청소년 상담 교육을 받기 전에는 경찰서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강력한 처벌만이 유일한 선도 방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청소년들의 절도나 폭력 등 비행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힘들어요.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세요. 저를 사랑해 주세요”라는 도움 요청 신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절도나 폭력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불우한 가정환경 등 그 이면에 숨겨진 아이의 상처를 우선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Q : 학교전담경찰관은 언제부터 하시게 되었나요?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하였습니다. 이전부터 해오던 청소년 상담활동과 다를게 없고 그동안 쌓아온 저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경험이 학교전담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범죄소년들의 재범 예방을 위하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 전문기관에 연계시켜주고 가정이 없어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학생들에게는 쉼터와 보육원에 입소시켜줍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700여명의 청소년들을 청소년 상담 관련기관에 연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Q : 학교전담경찰관 활동중 기억에 남는 사연은...
저는 학교에 나가 범죄예방강의를 하면 꼭 연락처를 남깁니다. 강의를 하고 얼굴을 만난 경찰관이 직접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어느날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해자 학생과 그 부모님을 직접 만나고 선생님과 함께 상의하여 사건을 순조롭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후 피해 학생과 멘토 관계를 유지하다 학생이 소년가장으로 누나 2명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사업실패로 자살한 뒤 어머니는 가출을 하였고 누나들은 우울증으로 집밖을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너무 안쓰러운 마음에 자주 집을 찾으며 안부를 물었고 평송 장학회에 연계해서 장학금을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의 바램을 위해 후원이 가능한 태권도 학원을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아이를 받아주겠다는 고마운 관장을 만나서 아이는 태권도를 지금도 배우고 있습니다. 얼만전 아이가 단증시험에 합격하여 품띠가 되었다고 자랑하는데 그 밝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고맙던지....
학생 부모님의 빈자리를 모두 채울수는 없겠지만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에는 경찰관 아빠가 되어 옆에서 보살펴 줄 생각입니다. 아이가 바르고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Q : 학교전담경찰관일이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오히려 저는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습니다.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그저 주어진 일에만 충실한 경찰관이었다면 청소년 상담활동을 하면서는 뭐랄까? 제가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까요?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즐겁고 일을 찾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아이에게도 더욱 관심을 쏟게 되면서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가장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경찰관인 저의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나름의 해결방법을 알려주자 ‘고민을 이야기 할 사람이 없었는데 이렇게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교사들로부터 학교폭력이 많이 줄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의 활동이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며 그동안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Q : ‘학교폭력 없는 세상만들기’ 다음 까페를 운영하고 계시네요
네. 2003년경 청소년 상담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 인터넷을 자주 접하는 청소년들과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청소년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까페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온라인을 통해서 많은 상담을 할 수 있었고 현재는 회원수가 1만 7천명정도가 되었습니다. 참 다음 까페에서 저는 제임스 김으로 불린답니다.(웃음)
Q : 향후 계획은...
어느덧 저도 퇴직까지 약 12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현직에 있을때는 후배 경찰관들이 비행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경찰교육기관에서 교수요원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퇴직후에는 청소년 상담교실을 운영하여 비행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선도 교육을 통해 가정과 학교로 다시 돌려보내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경찰관의 시각이 아닌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교폭력 해결에 접근한다면 학교전담경찰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학생들의 비행은 그들이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임스 김–김성중 경위’의 말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