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안녕하세요? 권종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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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지요? 와카에 어떤 분이 올려 놓으신 글 중 소비뇽 블랑에 관한 글이 있더군요. 예, 소비뇽 블랑, 정말 좋은 여름 와인이지요.
저도 여름이면 소비뇽 블랑을 꼭 '주메뉴'에 올려놓고 마시곤 하는데, 올해도 변함없습니다.
과거에 소비뇽 블랑과 관련해 올려 놓은 글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을 성 싶습니다만, 그래도 혹시 소비뇽블랑을 찾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도움될까 싶어 찾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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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여름은 미쳤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도 여름이었습니다. 이렇게 더웠던 적은 처음입니다.
올해 여름은 정말 끔찍하게 더웠습니다. 이 길었던 여름, 내 여름을 시원하고 행복하게 해 줬던 와인은 '소비뇽 블랑' 이었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피노그리지오처럼 유행을 타는 와인도 아니고, 샤도네처럼 인기있는 와인도 아니며, 리즐링처럼 우아함을 뽐내는 와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로제 와인들처럼 화려한 여름 색깔을 자랑하는 와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마치, 큰아들과 막내딸의 중간에 낀 자식 취급을 받는달까요.
소비뇽 블랑은 그렇게 무시되기 쉬운 와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오크 향이 별로 나지 않는 소비뇽 블랑 한 잔은 가장 완벽한 서머와인중 하나이며 가을의 길목에서 마셔도 괜찮을 정도로 풀바디한 와인입니다.
소비뇽 블랑은 세계적으로 생산되지만, 이른바 보르도 블랑, 또는 르와르 와인 스타일 중 하나로 暈援풉?마련입니다. 보르도에서 소비뇽 블랑은 세미용 품종과 섞이며 오크통에서 숙성돼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토스티한 맛을 냅니다.
르와르산 소비뇽 블랑은 좀 이보단 '직선적'인 맛을 냅니다. 다른 포도는 섞이지 않고, 오크통 숙성 과정은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르와르산 소비뇽 블랑은 확실히 더 새큼하고 파삭한 느낌이 나며, 풀향기가 더 납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우수한 르와르 지역 원산지 표기 와인으로서 산세레 Sancerre 와 뿌이이 푸메 Pouilly Fum 등을 꼽으며 이들은 특히 이들 와인에서 강한 미네랄과 청동 등의 향이 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 솔직히 여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풀내음이 매우 강하다는 이유 때문에, 르와르산 와인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소비뇽 블랑이 아닙니다. 그러나, 매우 더울 때 만들어지는 소비뇽 블랑은 때로 복숭아 향과 열대과일 향을 담아냅니다. 여기에, 오크통 숙성 과정을 잘못 거칠 경우, 소비뇽 블랑은 그 특질을 잃어버려 샤도네와 별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싸구려 소비뇽 블랑의 경우, 포도를 너무 익혔던지, 혹은 너무 지나친 양을 한꺼번에 양조합니다. 이럴 경우 생기는 문제는 자명합니다. 와인이 약간 달게 되면서 특질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좀 고급의 캘리포니아산 소비뇽 블랑의 경우, 심지어 게뷔르츠트라미너 같은 포도와 섞기도 합니다. 이들은 물론 '나쁜' 와인은 아니지만, 원래 소비뇽 블랑의 맛은 많이 잃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노마 카운티의 쿤데 Kunde, 드라이 크릭 밸리 지역의 프릿츠, 프레스턴, 페드론첼리 같은 경우 훌륭한 소비뇽 블랑을 생산해 내며, 로버트 몬다비 같은 경우에는 소비뇽 블랑에 푸메 블랑이라는 엉뚱한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꽤 괜찮은 소비뇽 블랑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한병에 소매가 23달러 정도 하는 2001년산 로버트 몬다비 스택스 립 소비뇽 블랑의 경우, 르와르산 소비뇽 블랑의 맛을 제대로 살려 냈습니다. 뭔가 확 끼쳐 오는 느낌, 풀냄새, 그러면서도 복합적인 맛을 보여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 산 소비뇽으로 괜찮았던 건, 2002년산 아도비 크릭입니다. 병당 12달러의 이 와인은 콘트라 코스타 포도원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졌고, 약간 열대과일 맛이 나기도 합니다. 나파밸리지역 소비뇽 블랑으로는 2002년 보스 빈야드 Voss Vineyard 게 좋았습니다. 병당 18달러이고 전통적인 케이크 빵 색깔의 소비뇽 블랑이었습니다. 풀내음이 꽤 우아하게 나던 와인으로 기억됩니다. 가격도 병당 14달러 정도, 물론 화이트 와인으로는 부담되는 가격들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꽤나 만족감을 안겨주던 녀석들이었습니
다.
이른바 신세계 지역의 소비뇽 블랑은 원작의 맛을 살려내기 힘듭니다. 하지만 칠레의 카사블랑카 밸리 산은 진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값도 괜찮고. 어렵게 남아프리카 공화국 산 소비뇽을 마셔봤는데, 이미 어느정도 산화가 진행돼 입만 버렸습니다. 물론 돈도 버리고...
호주산으로는 콜드스트림 힐스 Coldstream Hills 에서 만든 소비뇽 블랑이 괜찮았습니다. 멜론과 키위 향이 적당히 나는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소비뇽 블랑을 정말 잘만드는 신세계 지역은... 뉴질랜드였습니다. 지난 1970년대부터 소비뇽 블랑을 아예 새로 심지조차 않은 지역에서, 이렇게 훌륭한 소비뇽 블랑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절대로 가격은 싸지 않습니다. 미국에서조차 구하기 쉽지는 않은 소비뇽 블랑입니다. 사실 이런 가격이라면 레드와인 마시는 게 백번 남는 장사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건 '경험'해볼만한, 그런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괜찮은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은 마츄아 밸리 Matua Valley 2002 Marlborough Sauvignon Blanc ($10) 입니다. 약간의 단맛이 느껴지지만, 마운트 라일리 Mount Riley 역시 기가 막힌 소비뇽 블랑으로서, 특히 2001년 산이 2002년 산보다 조금 더 나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미국에서 위의 와인들보다는 조금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비뇽 블랑으로서 들만 한 것이 실레니 에스테이트 Sileni Estates 입니다. 그리고 글레이즈브룩 Glazebrook, 킴 크로포드 Kim Crawford, 골드워터 에스테이트 Goldwater Estate 등에서 생산되는 넘들도 괜찮습니다. 뉴질랜드 와인은 독특하게 스크루캡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절대 싸구려 와인같진 않습니다.
프랑스산으로, 깽시 Quincy 같은 지역에서 나오는 르와르 와인의 품질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미국에서도 꽤 잘팔리는 프랑스산 소비뇽 블랑이라면 가격도 괜찮고 품질도 좋은 앙리 부르조아 Henri Bourgeois 2002년산이 괜찮겠습니다. 이곳에서 소매가격은 병당 12달러 정도입니다. 앙리 뻬이유 Henry Pell 도 산세레 와인으로서는 미국에서 꽤 인기있습니다. 가격은 병당 16달러 정도입니다. 빠스깔 졸리베 Pascal Jolivet 는 좀 특이하고, 아직은 마시기에 젊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격이 마음에 듭니다. 세일할 때면 10달러 미만에도 살 수 있습니다. 졸리베 Jolivet's 2002 산세레, 그리고 뿌이이 푸메 블랑은 가격이 20달러 정도로 마시기에 부담되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미국에서는 꽤 인기있는 프렌치 화이트 와인입니다.
워싱턴주산 우수한 소비뇽 블랑을 소개해 봅니다.
서북미의 와인메이커들은 와인 레이블에 '전통적 보르도 기법으로 양조했음'이라던지, '블렌드'라는 이름으로 보르도 스타일 소비뇽인지, 르와르 지역 스타일인지를 명확히 구별해 놓았습니다. 이 경우에 세미용 종을 믹스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나는 '로컬 와인'인 만큼, 값싸고 질좋은 워싱턴주 소비뇽 블랑을 마시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비타민제같은 향을 풍겨서 사람을 황당하게 만든, 그런 놈도 없는 건 아닙니다만, 대부분 즐겁게 마셨습니다.
몇몇 워싱턴주산 소비뇽 블랑은 한국에도 수입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나열하는 와인을 혹시 드셔 본 적 있습니까? 괄호 안은 미국 현지에서의 병당 소매 가격을 뜻합니다.
▲라이안 패트릭 2001년산 '뱅 데떼'
Ryan Patrick 2001 "Vin d' t " ($20)
소비뇽 블랑에 19% 정도의 세미용을 섞어 만든 와인입니다. 과일향이 뛰어나고 달콤한 향기와 시트러스 부케,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느낌이 일품입니다. 이름 그대로 완벽한 여름 와인입니다.
▲아버 크레스트 2001년산 소비뇽 블랑
Arbor Crest 2001 Sauvignon Blanc ($10)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비뇽 블랑입니다. 값 싸지요, 깨끗하고 깔끔한 맛에 풍부하면서도 강한 과일향이 일품입니다. 지난 25년간 워싱턴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비뇽 블랑이기도 합니다. 아내와 함께 마당의 스파에 몸을 담글 때면 꼭 준비해놓고 마시는 와인입니다.
▲버나드 그리핀 2002년 푸메 블랑
Barnard Griffin 2002 Fum Blanc ($9).
부드럽고, 목에 걸리지 않는 스무스함이 일품입니다. 과일향, 약초향, 그리고 가끔은 거슬리기도 할 수 있는 풀내음이 나지 않아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디 스테파노 2000 소비뇽 블랑
Di Stefano 2000 Sauvignon Blanc ($8)
약초향이 연하게 나고, 단맛이 거의 없습니다. 약간의 풀 향기, 그리고 스파이스 향도 조금 나는 것 같고... 가격에 비해 괜찮은 와인이었습니다. 2002년산이 출시됐는데 아직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8달러면... 거의 거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론 캐너리 2002 소비뇽 블랑
Lone Canary 2002 Sauvignon Blanc ($10)
▲에이버리 레인 2001 소비뇽 블랑
Avery Lane 2001 Sauvignon Blanc ($7)
매우 가벼운 듯한 느낌의 이 와인은 시트러스, 특히 레몬 향이 일품입니다. 워싱턴주에도 약간의 와인 포도 과잉이 생겼는데, 에이버리 레인은 양질의 포도주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찬사를 받고 있는 곳입니다.
소비뇽 블랑, 정말 깊게 마셔보면 괜찮은 와인입니다. 꼭 한번 즐겨보도록 하세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