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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어느 그리운 날의 몽상☆]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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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그리운 날의 몽상]
박민수 시집 / 시와소금시인선 054 / 시와소금(2016.10.30)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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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그리운 날의 몽상
박민수
나에겐 참으로 그리움이 많구나
외로운 날 오랜 만에
한 잔의 소주를 마시고 창밖을 보니
달 하나 홀로 먼 길을 가고 있고
어인 일로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는
부산항에 그립구나
끼룩끼룩 하늘 나는 갈매기 한 마리 그립고
젊은 날 덧없이 헤어진
내 형제가 그립구나
고향 뒷산 밤늦은 시간 홀로 울던
그 먼 날 부엉이 울음소리 그립고
아홉 살 되던 해
전쟁터 낯선 피난지 어둠 속에서
가쁜 숨소리를 거두며
덧없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그립구나
어느 날 밤 곤히 잠들어 코를 골던
어머니 외롭던 뒷모습 그립고
청춘의 한 시절 말없이 손을 흔들며
나를 떠나던 그 한 사람의 눈빛 속
홀로 비친 내 모습이의 외로움이 그립구나
세월은 가도 잊히지 않는 그 많은 그리움의 흔적들
그러나 다시 올 세상의 머나먼 그리움도
나에겐 충만하다
늦은 밤 한 잔의 소주를 마시고
삼악산 넘는 달그림자 홀로 바라보듯
어느 먼 곳 나의 그리운 세상
그것은 아마도 꿈일 터이지만
거기에 핀 새봄의 노란 꽃다지 물결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낯선 새들의 휘파람 소리
나를 부르는 그리운 사람들의 손짓
아마도 그것은
한 생애 내 모든 옛 그림자 지워가는
하얀 손수건 되어 마음 속
오래도록 쉬지 않고 나폴거릴 것이다
아픈 날의 기억
박민수
아픈 날의 기억은
기쁜 날들을 위해 아름답다
오늘 아침 깨어나
집 앞 가까이 긴 강줄기 바라보다가 문득
젊은 날 가슴을 얼싸안고
온몸으로 눈물을 흘리던 때가 기억났다
사는 것이 모두 아픔이던 시잘 나의 눈물은
걷잡을 수 없는 긴 강물이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울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 아침 문득 그 눈물의 기억이
내 생명의 파도가 되어 봄날처럼 따듯하다
아픈 날들의 기억은 진정
기쁜 날들을 위해 아름답다
노도
박민수
이름 모를 바다에 갔다
먹구름 속에서 가끔 달빛 조각
흘깃 눈을 내밀며 물결 위에
생명의 작은 흔적을 흩뿌리고 있었다
파도 소리는 거칠었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비명이 되어
몸부림치다가 잠시 숨을 거두어 두기도 했다
순간의 어둠은 참으로 두렵다
보이지 않는 운명처럼 저 어둠 속
간헐의 비명소리들, 다시
숨을 거둘 때마다 몰려오는
그 고요의 외로움이
나를 떨게 했다
외직 세상에 나 혼자만 서 잇는 듯
아아 이 분리의 아픔
그 아픔의 순간 나도 어둠을 향해
노도처럼 어깨를 세웠다
가라,
세상의 어둠은 가라
눈물도 날카로운 절망의
비명 소리도 가라
여명의 소리도 가라
길을 우이하여
세상의 먹구름도 가라
어둠 속 칼을 든
욕심쟁이들은 모두 가라
세상의 적들은 가라
자문자답
박민수
가끔 하늘을 보며 걷다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거야?
이렇게 나에게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분명 들판 산책길을 걷고 있으면서
이런 헛된 질문을 하는 것이
우스워 홀로 웃기도 하지만,
정말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멀리 보이는 산 하나 그곳인 거야?
아니면 어디에서 누가 나를 기다리는 거야?
참으로 웃기는 자문자답을 하며
그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해 보아도
애태워 나를 기다릴 사람은 없다
그런데 누군가 그립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먼 하늘 바라보며 열심히
길을 걷고 있다
그리웠던 사람 만나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래, 어서 오세요, 그리운 이여
아무렴 그도 이렇게 두 팔로
맞아줄 것 같다
한 생애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정신분열증
박민수
비오는 날 바람 불고 천둥치는 것이
하늘 찢어지고 번갯불 요란한 것이
딴 세상 남엣 일 아니고
사람들 마음 안에 차고 넘치는 일이니
이것을 흔히 정신분열증이라고 말한다지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신문은
온 세상 정신 분열증 환자들의
긴급 뉴스로 가득 차 있네
그리하여 어떤 시인은 스스로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고백하기도 하였고
어떤 정치인은 스스로
자기는 아니라고 고백하기도 하였지만
어제 하루 하늘 스크린에 비친
이 세상 서울 광화문 광장의 수많은 사람들
떼 지어 정의의 사자처럼 포효하는 것이
장신분열증 환자들과 다름을 모르겠네
아하, 이 어지러운 세상
누가 있어 잠시 평화의 고요
한 잔의 커피
또는 웃으며 바라보는 추억
옛 사랑의 그림자를
남겨줄는지
그 사람이 그립다
이 아침 나도 정신분열증 돌발하여
너무 심하고 아프기에
혀의 고독
박민수
세상의 비바람 불고
창문 심히 흔들리는 시간에도
고요히 침묵하는 내 혀의 고독
그 고독 외롭지 않으니
문득 아침결 비바람 자고
창문 넘어 찾아오는
그것이 정녕
봄 들판 노랑나비처럼
마음에 사라질 줄 모르니
이 아름다운 슬픔을
우리 세상 누가 더불어
기뻐할 수 있으랴
의암호 달빛
박민수
늦은 밤
의암호 검은 물결 위
달 하나 둥글게 홀로
고독하다
잠시 바람 이는 듯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몸매 바로잡아 여전히
고독하다
바라보고 있는 내가
고요히 슬프다
하늘 여행
박민수
하늘은 밤나들이
내 마음의 작은 놀이터이다
이 세상 어두워져
하늘과 땅 하나로 검은 빛일 때
별들만 반짝이고
세상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시간
한 마리 작은 나비처럼 나는
하늘 한 녘 조그만 찻집에 들려
별들과 가까이 눈짓을 나눈다
그리운 사람처럼
반가이 나에게 던지는 별들의
눈짓
말이 없지만 입맞춤되어 기쁜 그 체온,
어느덧 나도 별이 된 듯
새벽녘까지 하늘에서 반짝이며
지상의 내 집 작은 창문
멀리 바라본다
거기에 잠든 내 몸의 고단한
숨소리,
그 숨소리 나에게 들린다.
달맞이꽃 1
박민수
아침 산책길
아직 해 솟지 않아
이슬방울 반짝이는 시간
수풀 속 키 큰 달맞이꽃
떼 지어 샛노랗다
하늘 빛 청청한 때에
아직도 요염한 유혹의 눈빛들
문득 내 가슴
서늘히 흔든다
아직 그리운 사람 있는지
나도 달맞이꽃 되어
아침 해 뜨기 전
그를 향해 저토록 반짝이는
요염한 유혹의 황금빛 눈짓
오래도록 보내고 싶다
백로
박민수
짐 앞 호수 위로 한 마리 날아와
하루 종일 같은 자리 맴돌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눈치도 아니고
외로운 모습도 아니면서
백로 한 마리 그냥 그렇게 먼 산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잠시 물장구를 치기도 하면서
너른 호수 한가운데를 혼자 맴돌며]
해 지도록 세월 가는 줄 모른다
그 마음 깊은 곳 내 알 수 없지만
문득 그 여유 나를 사로잡는다
그리움도 슬픔도 다 어디에 두었는지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이 떠 있는 대로
물 위에 맡긴 몸 세월보다 느리게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모처럼 인ㅅ간 세상의 내 하루도
한 마리 백로 되어 세월보다 느리게
긴 여유를 누려보는구나
뜬 구름처럼
박민수
봄날
꽃잎 스치는
바람 소리
그 몸짓 더불어
하늘 길 오르니
매일 곳 없어
세상만사
저만치
뜬구름처럼
덧없다
행복의 역설
박민수
그대 어느 날 홀로
쓰라린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잇는가?
행복은 눈물과 함께 하는 것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어둔 밤
한 없이 방황하던 젊은 날의 기억
그 밤 내 눈물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문득 그것이 아득한 그리움 되어
봄 나비 작은 날갯소리처럼
오늘 밤 나폴나폴 내 가슴에
고요히 안기네
내가 나를 포옹하는 이 순간의 따듯함
다시 눈물이 되어 흐르는
어느 행복의
끝 모를 나부낌
태극기
박민수
광복절 아침
무더위 속에서도 세상 바람 쉬지 않고
창가에 걸린 태극기 사각 날개를
깃대에 묶어 그 나부낌의 자유를
얽매어 놓았다
아아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부는 바람 그것이 한 짓이지만
세상이 하 수상하니 바람 탓만도 아닌 듯
나의 태극기가 슬프다
푸른 하늘 높아도
저렇듯 묶이면 슬픈 나의 태극기
안타까워 어루만지듯
묶인 몸 풀어주니 그 나부낌
문득 하늘보다 더 푸르다
생명이 없어도 생명으로 넘치는
그 몸짓의 자유가 꽃보다
더 아름답다
풀잎
박민수
봄이 되니
검은 흙 해치고
여리 풀잎 이마를 내밀고 있다
세상을 엿보는 듯하지만
그것은 아름다운 꿈일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처럼 푸르리라
마음 가득 울렁거림으로
내게 들려주는 그 음성
그것은 내가 세상에서 태어나던 날
나도 모르게 쏟아낸 첫 울음 소리처럼
날카롭기까지 하다
봄날 들판에 솟구치는
그 여린 풀잎들의 외침,
나도 문득 이 봄을 맞아
한 줄기 푸른 새싹이
되고 싶다
검은 흙 다시 헤치고
이 세상 어두운 곳마다
눈물 섞어 아름다움을 전하는
여린 날개 소리의 외침이 되고 싶다
꿈이 되고 싶다
꿈길에서
박민수
한밤 내내 꿈을 꾸며 잠들어 있다가
아침에 눈 떠 창밖을 보니
정녕 내 사는 것이 꿈이다
창 밖 푸른 나뭇잎들 바람에 흔들리며 나부끼는 것이
가마를 탄 듯, 봄 물살 바람결 탄 듯 정녕
나 홀로 하늘 길 떠도는 꿈인 듯하다
갈 길 모르고 한 생에 허공 따라 헤매다가
잠시 누워 낮잠을 잘 때에도
꿈을 꾸고
깨어서 한 잔의 술을 마실 때에도
흥얼거리며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들이
또 꿈이 되어
눈물을 흘리게 할 때도 있다
그레도 하늘을 보면 거기에 흰 구름 있어
두둥실 구름 타고 가진 것 없이
잠시 깊은 졸음에 빠질 수 있으니
꿈이 있어 한 행애 내 삶은
슬프지 않다
별의 추억
박민수
어느 날 내가 죽어
하늘의 별이 된다면
어느 밤 반짝이며
내 살던 지상의 작은 집 하나 바라보리
밖에는 조그만 꽃 숲이 있고
새둥지 같은 좁은 방
거기에 홀로 잠들어 꿈꾸던
어릴 적 그 날의 내 모습 기억하리
아마도 작은 콧소리를 내며
하늘 머나 먼 별 숲 사이로
훨훨 날아다니던 그 밤의 꿈길
홀로 헤매던 작은 날개 소리
아직도 그 소리
그곳에 머물러 있으리
눈물
박민수
내게 이 눈물을 주신 이는 누구신지?
가끔 홀로 출렁거리며 얼굴 적시는
그 뜻 모를 눈물 한 줄기
때로는 푸른 하늘 눈부셔
어느 결 흐르는 그 하얀 눈물 한 줄기
그것이 따듯해 좋다
속에 쌓인 것 많아 숨 못 쉬고 있던
그리운 사람 얼굴 바람결처럼
얼른 눈앞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에도 찔금
볼 위에 흐르는 눈물 한 줄기
그것이 정녕 네가 살아있음의 증명이니
날마다 따듯해 좋다
내게 이 눈물 주신 이는 누구신지?
문득 그가 그리워 또 눈물 한 줄기
찔끔 네 손등을 적신다
눈물의 기쁨
박민수
내 인생의 시작은 눈물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나의 첫 목소리는 울음이었다.
슬픔인지 아픔인지 기쁨인지 나는
내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냥 눈물은 흘러 얼굴을 적시고
때로는 그렇게 울다가 잠들곤 했다.
어머니의 품은 따듯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가끔 나에게 다시 눈물이 찾아왔다.
슬픔이었고 가슴을 찢는 아픔이었다.
잊히지 않는 쓰라림이었다.
산다는 것은 그런 눈물이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나에게 또 하나의 눈물이 찾아왔다.
가을 날 푸른 하늘을 보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다가
문득 그리운 사람 얼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마음 가득 눈물이 흘렀다.
세월은 가도 그리운 사람의 얼굴
내 눈물의 샘이 되어
따듯한 강물처럼 다시 흐르고 있었다.
그리움은 슬픔이 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 사람의 얼굴
오늘은 기쁨이 되어 정녕 강물처럼
내 가슴 넘치고 있었다.
하늘 높은 새들도
박민수
흙에서 풀이 솟는다
흙에서 물이 솟고 나는
물을 마신다
풀잎이 물을 마시고
아침결 한 송이 뱍합화와
석양 무렵 제비꽃 한 송이
작은 꽃들도 물을 마신다
어느 날 풀잎 바람에 눕듯
내가 흙에 눕는다
흙에서 물이 솟고 물이
나를 마신다
그렇게 하늘 높이은 새들도
어느 날 흙 위에 내려
한 줄기 작은
물소리가 되는구나
꿈
박민수
어젯밤에 또
불륜의 간음을 꿈꾸었다
어째서 나는 아직도
음습한 본능의 골짜기에서
욕망의 들짐승 되어
헤매는가
문득
봄비 내리는 날
노란 꽃다지 청명한
영혼이 그립다
어느 날
아침
푸른 하늘 우러러 바라보는
맑은 풀잎 한 줄기
그 눈빛의
반짝이는 샘터가
그립다
하늘과 땅이 하나다
박민수
새들만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다
가끔 나도 뱔이 되어 하늘 길
그 넓고 넓은 영원 속을 바람소리로
훨훨 날을 때가 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무겁던 몸 꽃잎처럼 나부끼며
이 별 저 별 몸을 부딪치고 있을 때
문득 나도 별이 될 때가 있다
그 반짝임 속 나도 하염없이
빛이 될 때가 있다
그리움의 날개가 되어 하늘 길 훨훨 날며
지산의 나를 바라볼 때가 있다
저 작은 세상의 어두운 밤
저 작은 오두막 집 작은 방 하나
방아깨비차람 곤히 잠들어
코를 골고 있는 키 작은 사람 하나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을
내가 모르는 순간
하늘과 땅이 하나다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리워하던 것들
어둠 속 하나이고
빛들의 반짝임 속 하나이다
별이 나이고 내가 별이다
분리할 수 없는 영원 속에서
하늘과 땅이
헤어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워하는 눈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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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내게 하늘 높은 뜬구름 하나 주신 이 감사합니다.
내게 허공중 푸른 빛 풍선 하나 주신 이 감사합니다.
내게 한 생애 시를 주신 이 감사합니다.
오늘 또 한 권의 시집 세상에 나와
홀로 고독할 것이지만
뜬구름처럼, 또는 작은 풍선 하나처럼
한 생애 내 가는 길 허물없는 동무 되게 해 주시니
긴 밤길에도 외롭지 않고
홀로 있을 때도 슬프지 않습니다.
그가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늘 내 곁을 지켜 주니
한 세상 폭풍우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두고두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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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詩集 [※어느 그리운 날의 몽상※]
[ 시인의 에스프리 ] -
밤배를 타고
박민수
내 한 생애는 밤배를 타고 무작정 떠나온 긴 여행길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정처 없이 헤매는 방황이었다. 이러한 여행길에서 문득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시인이 되었다. 그냥 충동 속에서 시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를 써서 시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시가 무엇이며, 굳이 시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해 박사도 되고, 덕분에 교수도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시가 무엇이며, 내가 시인이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이렇게 무지하면서도 시를 멈출 수가 없었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시가 좋고 세상 살면서 만나는 하늘의 별과 집 앞 강물과 숲 속의 작은 새들과 또는 그리운 사람과 길 한 녘의 홀로 핀 꽃 한 송이가 좋고 그들과 내 마음대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나의 시 속에서 과거는 과거가 아니고 현재는 현재가 아니다. 나는 시 속에서 자유다. 미움도 자유고 사랑도 자유다. 아마도 내 한 생애 시와 결별할 수 없었던 것은 이 자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또 한 권의 시집을 낸다. 그냥 자유로이 시집을 내어 한 생애 밤 배 속에서 자유롭게 머리를 기대는 베개를 삼고 싶어서이다.
고맙다, 나의 베개야, 아주 폭신한 살결 속 따뜻한 눈물까지 담고 있어서 정말 고맙다. 외로운 밤배 속 나를 지켜주는 뜬구름 그 아리따운 연분홍빛 작은 베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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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4의 글 ◆
내게 하늘 높은 뜬구름 하나 주신 이 감사합니다. 내게 허공중 푸른 빛 풍선 하나 주신 이 감사합니다. 내게 한 생애 시를 주신 이 감사합니다.
오늘 또 한 권의 시집 세상에 나와 홀로 고독할 것이지만 뜬구름처럼, 또는 작은 풍선 하나처럼 한 생애 내 가는 길 허물없는 동무 되게 해 주시니 긴 밤길에도 외롭지 않고 홀로 있을 때도 슬프지 않습니다.
그가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늘 내 곁을 지켜 주니 한 세상 폭풍우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두고두고 감사합니다.
― 「시인의 말」에서
나의 시 속에서 과거는 과거가 아니고 현재는 현재가 아니다. 나는 시 속에서 자유다. 미움도 자유고 사랑도 자유다. 아마도 내 한 생애 시와 결별할 수 없었던 것은 이 자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또 한 권의 시집을 낸다. 그냥 자유로이 시집을 내어 한 생애 밤 배 속에서 자유롭게 머리를 기대는 베개를 삼고 싶어서이다.
―「시인의 에스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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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시인∥
∙ 춘천 출생. 문학박사(서울대학교)
춘천교육대학교 교수와 총장 역임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강변설화> <낮은 곳에서> <잠자리를 타고> <시인, 시를 초월하다> <개꿈> 외 다수.
산문집으로 <시인, 진실 사회를 꿈꾸다> 등
논저 <현대시의 사회 시학적 연구> <한국현대시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하나님의 상상력> 등이 있음.
표현시동인회 회원
2011년부터 <박민수뇌경영연구소> 설립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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