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문고 17
강릉가는 옛 길
이순원 글 | 한수임 글
값 9,000원 | 168쪽 | 대상 : 초등 고학년 이상
도서출판 다림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220 KnK디지털타워 1102호
전화 538-2913~4, 전송 563-7739
대표작 <수색, 어머니 가슴 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잘 알려진 작가 이순원.
그의 소설집 <말을 찾아서>에 수록된 작품 <강릉 가는 옛 길>이 어린이 독자를 위해
한빛문고 열일곱 번째로 새롭게 나왔다.
작가 이순원은 우리 사회의 문제에서부터 사람 사이의 가족과 인간에 걸친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탄탄한 문장으로 그려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어릴 적 시골에서 벌어졌던 학교의 모습을 다루고 있지만, 이면에는 선생과 제자의 관계와
그런 관계에서 비롯된 학생간의 갈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 <강릉 가는 옛 길>에서 작가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 문제와 선생과 제자라는 인간 관계의 고민을 놓지 않으면서
따뜻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이순원의 작품에는 그의 고향 강릉을 배경으로 풀어낸 글이 많다. 이 작품 역시 강릉을 배경으로 그의 초등 학교 시절의 흔적들을 곳곳에 담아냈다. 이 작품 <강릉 가는 옛 길>에는 사라진 옛 정취를 무대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현실의 문제가 잘 어우러져 묘사되어 있다. 작가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서정적인 정취로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실감나는 사투리 입맛으로 탄탄한 문장력을 구사하는 것은 작가 이순원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강릉 가는 옛 길>에서 작가가 들려주고자 했던 사회 문제 의식과 따뜻한 인간에 대한
그리움의 추억을 화해의 감동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가슴 아픈 추억 이야기
<강릉 가는 옛 길>은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수호, 은호 형제와 경주, 석주 형제를 사이에
둔 관모 선생의 관계와 그런 관계에서 수호, 은호 형제와 그 밖에 가난했던 친구들이 받은
아픔의 추억들이 수호의 목소리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어느 날, 수호는 옛 스승 관모의 부음 소식을 경주로부터 전해 듣고 어릴 적 마음 아팠던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 시절 지물포와 포목점을 하는 부모를 둔 경주와 석주 형제는 관모
선생의 총애를 받지만, 매일 도시락 대신 장작개비를 들고와 구호 양식으로 끓인 죽을 먹어야 했던 수호와 은호 형제는 가난으로 인한 아픔의 상처만 받게 된다. 글짓기반에서 수호의
작품이 밀려난 것도, 동생 은호가 우등상을 빼앗길 뻔했던 것도, 장작개비 사건이 두 형제에게 준 분노의 상처까지도 모두 관모 선생이 사회의 약자에게 남겨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이 작품에는 어린 동생 은호와 형 수호의 눈을 통해 본 잘못되고 부정한 한 선생의 모습이 솔직하게 그려졌다.
눈물은 나지 않지만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일 한 가지만 보면 우리가 잘못은
했지만 그런 욕을 먹기엔 왠지 모르게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주번 선생님을 제치고 관사로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속으로 그런 너는 왜 아이들을 속여 은호의 부반장 자리와 내 동시 대표를 빼앗아 석주에게
주고, 뒤로 석주 집으로부터 이것저것 받아먹으며, 때로는 혼자 학교에 남았다가 석주 집
머슴이 털을 벗겨 온 닭도 받아가고 교실에 칠할 기름도 왜 반은 자전거 뒤에 싣고 느 집으로
가져가고도 안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들을 속였느냐고 대들고 싶었다.
미국에서 보내준 구호 양식으로 끼니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그 어려웠던 시절을 빌어 작가는 현실의 ��학교��라는 사회 공간에서 또 다시 존재하고 있을 관모 선생의 상을 들여다보고 다시금 반성하게 한다. 이 작품 결말에서 보였듯 주인공 수호는 이런 아픔들을 뒤로 하고 강릉으로 가는 고향길을 통해 관모 선생과 경주, 석주 형제에게 받았던 옛 기억들을 고향길에 용서와 화해로 묻어 버린다. 작가는 이렇듯 사제와 친구라는 인간 관계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사회 문제로 그려냄으로써 직접
목소리로 표현하지 않았어도 어린 독자들에게 작품 전반에 깔린 따뜻한 삶에 대한 그리움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부드러운 목탄과 갈색의 수채화톤으로 옛 정취를 고스란히 녹여 낸 그림
밝지 않지만 따뜻한, 어려웠지만 희망이 있던 시절을 부드러운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
한수임이 이순원의 <강릉 가는 옛 길>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화가 한수임은 이번 작품 역시 즐겨 쓰는 목탄과 콘테를 사용해 갈색톤의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한 느낌을 살려 서정적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한다. 빛 바랜 갈색톤의 느낌은 한 장면
한 장면,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강릉 산골 마을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가슴 아팠던 상처의 추억과 그리움의 정취를 서정적인 따뜻한 그림으로 느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