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6
11. 원미동 사람들(양귀자) 줄거리
어느 추운 겨울날, 화물차 짐칸에 실려서 서로의 체온과 담요로 추위를 참아내면서 '나'와 우리 가족은 부천시 원미동 23통에 있는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원미동엔 비슷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바둥대며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우리 동네 지주(地主)라고 불리우는 강 노인은 시가 몇 억짜리 땅에 한사코 푸성귀 따위나 가꾸겠다고 고집하는 통에 고흥댁과 박씨는 온갖 감언이설을 다 늘어놓지만 허사이다. 결국 강 노인은 큰아들 용규에게 빚을 준 동네 사람 여덟 명의 빚 독촉에 팔고 만다.
몽달씨(氏)라는 별명을 가진, 약간 돈 원미동 시인도 이 곳에 산다. 그는 동네 사람들의 무시를 받아가며 김 반장 가게에서 일곱 살짜리와 노닥거리며 지낸다. 그러다가 하루는 밤에 깡패를 만나 물씬 두들겨 맞는다. 김 반장은 오히려 그를 쫓아낸다. 이런 김 반장의 행동을 모두 엿본 일곱 살짜리 아이는 큰 소리로 동네 사람들을 부른다. 그러자 지물포점의 주씨(氏)가 모든 걸 해결해 준다.
은혜네는 이사 간 지 얼마 안 되어서 천정과 벽에 습기가 배어 물이 흐르고 작은방의 난방 파이프가 터져 버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다 이번에는 목욕탕 사건이 터지는 통에 연탄 가게와 지물포를 겸한 주씨(氏)에게 일을 맡긴다. 주씨(氏)가 이것저것 다 고친다지만 전문가가 아니라고 트집을 잡으며 공사비 바가지를 씌울까 봐 아내는 조바심을 낸다. 그러나 주씨(氏)는 18만원이라는 견적 보다 훨씬 적은 7만원을 받고 공사를 한다. 써비스로 옥상 공사까지 해 주며 오히려 미안해 한다. 일이 끝난 후 주씨와 술을 마시며 주씨 자신의 고생담을 듣게 된다. 또, 가리봉동을 비 오는 날마다 간다는 말도 듣는다.
행복 사진관을 하는 엄씨(氏)는 한강 인삼찻집을 하는 30대 여자와 바람이 났는데, 남편의 외도를 안 부인이 인삼찻집 여자와 대통 싸움을 하는 통에 바람피운 것이 들통난 엄씨(氏)는 동네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엄씨는 인삼찾집 여자에 대해 미안함과 동정심을 갖는다. 결국 인삼찻집 여자는 동네 사람들의 눈총에 못이겨 힘들게 낸 찻집을 떠나고 그 자리에는 경자 친구가 하게 될 화장품 할인 코너가 들어선다.
경호네는 연탄 주문, 쌀 배달 등으로 알뜰히 살아 김포 슈퍼까지 내게 되자, 김 반장의 형제 슈퍼와 출혈 경쟁이 붙는 바람에 헐값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동네 사람들만 신바람이난다.
그런 와중에 김포 슈퍼와 형제 슈퍼 사이에 싱싱 청과물점이 생겨 부식 일체와 완주 김까지 팔았다. 이것을 알게 된 경호네와 김 반장은 휴전을 맺고 힘을 합쳐 싱싱 청과물의 수입을 막아 버린다. 약이 오른 싱싱 청과물은 김 반장에게 대들어 싸움이 붙지만 김 반장에게 물씬 얻어맞는다. 이 싸움으로 김 반장은 신임을 잃어 동네 사람들의 미움만 산다.
연립주택의 지하실 생활을 하는 우리 가족은 용변 보는 일에 눈치를 보느라 힘들어 한다. 주인집 화장실 사용이 쉽지 않아서 그 동안 남의 집 신세를 져 가며 그럭저럭 해결해 왔다. 그런데, 이집 저집에서 문단속을 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더욱 난처해진 '나'는 주인집을 잔뜩 원망한다. 하지만 주인집 여자는 유부남을 끌어들여 사는 처지라서 문을 함부로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녀를 오히려 동정하게 되었다.
핵심정리
▶갈래 : 현대소설, 세태소설, 단편소설 (11편의 연작소설 )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현실적, 일상적
▶배경 : (전체)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1980년대 겨울, 공간적-원미동 23통 5반, 사회적-유선방송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때
▶제재 : 원미동 사람들의 삶의 모습
▶주제 : (전체) 소시민적 삶의 일상과 꿈.
등장 인물
▶나 : 관찰자. 원미동으로 이사옴.
▶몽달씨 : 원미동 시인으로 불리는 인물. 폭력을 당하지만 꿈을 잃지 않음. ▶김 반장, 사진관 주인, 슈퍼 주인 : 원미동 주민들.
이해와 감상 - 양귀자님의 작품 세계를 평론가들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원미동 연작에서 이웃과 이웃 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이해의 모습은 '일용할 양식'에 잘 나타나 있다. 형제 슈퍼와 김포 슈퍼 사이에 벌어지는 고객 확보 전쟁과 그것을 유용하게 잉요하려 드는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갈등과 미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것이며, 이기적인 뿌리를 가진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조그만 판매 경쟁이 감정적인 경쟁 심리로 발전하고, 마침내는 이해 타산을 따지는 사람들의 심리를 부추겨서 온 동네를 더 황량하게 만든다. 다라서 원미동이라는 조그만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이 두 상점의 갈등과 불화는 함께 사는 사회에서 인간들이 지켜야 할 이해와 공존의 원리를 재치 있게 환기시켜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양귀자가 그려보이는 원미동은 작고도 큰 세계이다. 그 세계는 소설 속에서는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구체적 장소에서, 그 장소에 살고 있는 몇몇 인물들이 펼쳐보이는 작은 삶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양귀자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 세계는 커다란 세계이다. 그것은 원미동의 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부천.부평.주안.시흥.얀양.군표, 그리고 서울 변두리의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우리는 원미동을 만난다. 원미동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 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양귀자의 역설적 표현을 빌면 '가나안에서 무릉도원까지' 의 아득한 거리에 있는 동네가 아니라, '기어이 또 하나의 희망' 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할 우리들의 동네이다. 그러므로 원미동은 작고도 큰 세계이다. -홍정선(문학평론가)
「원미동 사람들」에는 성장과 소외, 풍족과 빈곤, 폭압과 자유에의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갈등하여 공존했던 80년대의 소시민적 삶의 풍속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원미동' 의 세계가 문제적인 것은 단순히 한 시대의 풍속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삶의 진실성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원미동'은 멀리 있지만 아름다운 혹은 멀리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희망의 공간적 이름이다. - 황도경(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