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 진행의 내 발은 영광대교위에 서 있다. 두어시간 전쯤에 백수해안도로를 지나왔다. 오른쪽으로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 세워진 사찰 '마라난타사'가 한눈에 보인다.
(전라남도) 영광에는 이름난 것들이 많다. 영광은 굴비의 대명사격인 '영광굴비'의 고장이며, 아름다운 '상사화'의 역시 대명사격인 불갑사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국시대 백제 불교의 최초도래지가 영광에 있고, 석양이 특히 멋진 칠산바다와 우리나라 해안도로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백수해안도로'가 있다.
영광대교 위에서 줌으로 당겨 담은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 세워진 '마라난타사'의 모습이다. 백수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영광대교가 있고, 영광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샛길이 있어 마라난타사로 갈 수 있다. 샛길은 대교 옆에 있는 낮은 산의 허리를 타고 가는 좁은 산책길인데, 그 옆으로 나무 데크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데크는 거의 다 완성이 되고 있어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쯤은 공사를 마치지 않았을까 싶다. 백수해안도로의 아름다운 길과 바다 풍경을 만나면서 들뜬 마음을 이제는 차분히 진정시키고 마음 속 깊이 침잠하게 하는 시간이 된것이다.
[석가고행상,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 작자미상, 사진발췌: 인터넷]
석가모니의 열반 이후 불교는 그의 제자들에 의하여 사방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불교 전래는 삼국시대에 이루어졌다. 고구려는 소수림왕 2년(서기 372년)에 이루어졌고, 백제는 침류왕 원년(서기384년) 인도(지금의 파키스탄 영토인 간다라 지역)의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동진을 거쳐 영광에 불상과 불경을 가지고 도착하면서 전파가 시작되었다. 『해동고승전』에 보면 '이때 왕이 몸소 교외에까지 나가 마라난타를 맞았고, 궁중에 초청해 공양했다'고 씌여져 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마라난타는 우연히 백제땅에 온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어느정도 사전교감이 있었던 상황에서 온것인 것으로 보인다.
입구에서부터 연등들이 매달려 있고, 연등에는 '백제불교최초도래지'라는 글이 씌여 있다.
마라난타사 배치도인데, 맨 뒤에 있는 마라난타존자상은 '사면대불'을 의미한다.
한반도로 전래된 불교는 당시 인도의 간다라 지역에서 중국을 거쳐 전해졌다. 마라난타는 인도 간다라의 승려였다. 마라난타사는 마라난타 존자를 기념하는 의미가 강해서 전체적인 건물, 조각 구성이 간다라 풍을 많이 본땄고, 정문부터 우선 간다라 풍의 양식을 본따 지어졌다.
사자상이 높은 탑위에 자리하고 본전과 사면대불(四面大佛)상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사면대불인데, 아미타불(동면)을 주존불로 모시고 관음보살상(북면), 대세지보살상(남면)이 서있고, 서면에는 '마라난타'존자가 아미타불상을 가슴에 안고 서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면이 서면으로 보이는 상이 마라난타존자 상이다.
입구 오른쪽에는 '존자정(亭)'이 있는데, 가운데에 자그마한 범종이 있다. 정자에 올라보면 영광대교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광장 앞쪽에는 역시 간다라 풍으로 만들어진 향로가 세개 놓여져 있다. 이 향로와 같은 형태의 향로들이 탑원에도 설치되어 있다.
기념광장은 사방에 연등들이 매달려 있고, 주변은 연못이 둘러 조성되어 있다.
간다라미술관이 있다. covid-19가 이곳 영광에는 침입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홀로 진행하는 도보여행이고, 내 차를 이용하여 남쪽으로 오가긴 했지만 혹여나 청정지역을 내가 오염시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마스크를 쓰고 소독제를 바른 후 미술관에 입장했다.
[자료발췌: 『다음백과』, 「불교의 동아시아 전파」]
불교의 세계 전파과정을 잘 표현한 그림이다. 한국 등 동아시아로 전파된 불교는 대승불교가 주를 이루고 있고, 동남아시는 주로 상좌부불교(일부는 초기 불교도 있지만)로 볼 수 있다.
미술관에는 간다라 미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과 불교의 한반도, 특히 마라난타의 백제 불교 전파 과정 등이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간다라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도를 보면 마라난타의 여행은 무척 긴 여행이었다. 그 시절의 교통상황이나 사회 지리적 환경을 생각하면 무척 위험하고 힘든 여행이 분명하다. 신앙심이 아니면 시도조차 하기 힘든 여행이 아닐 수 없다.
미술관의 전시물은 아무래도 종교적 배치가 주류를 이룬다. 우리가 미술사 등에서 많이 보았던 간다라 미술품들이다. 간다라 미술은 인도의 알렉산드로스의 원정 이후 헬리니즘 문화가 인도에 전파되고, 대승불교의 발전에 따른 부처의 신격화(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를 신이라 하지 않았다)에 따라 불상제작이 활발해지던 시대적인 영향을 많이 표현하고 있다. 인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비단길(Silk road)를 따라 동아시아에 전파되었다. 관련된 대표적인 것으로는 간다라 불상(인도), 룽먼 석굴(중국), 석굴암 본존불(한국)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불갑사에 이름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불갑사는 백제에 불교를 전파한 후 마라난타 존자가 '처음(甲) 지은 불(佛)법도량(寺)'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원 좌측 구역에는 간다라 지역 불교를 재현한 탑원(塔園)이 있다. 간다라 지역 사원들의 유적들 중 가장 잘 보존된 '탁트히바히 사원'의 주탑원을 본떠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탑원에는 30여개의 감실이 있고, 각 감실안에는 여러가지 모습의 불상과 간다라 지역의 불교 유물의 재현물들이 있다.
자연이 알아서 바친 꽃이 감실의 부처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불당이 있는 건물의 이름은 '부용루'이다. 주변은 온통 철쭉과 영산홍 등 꽃들과 나무들로 둘러쌓여 있고, 바로 옆에는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조경적으로 잘 되어 있다.
법성포 쪽에서 접근하려면 상당히 경사도 있는 걸음을 해야 한다. 사면대불 건물과 연결되어 승강기가 있다.
부용루에서 사면대불이 있는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 의외로 경사도가 높다. 사면대불이 있는 건물은 공사중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들어가 보지 못했다.
부용루의 안쪽과 밖에는 부처님의 전생인연담과 일대기가 표현된 불상 조각이 31가지로 구분되어 조성되어 부착되어 있다. 세어 보지는 않았다. 부용루의 아래층은 사면에 사진과 같은 모양으로 밖과 통하게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어두운 안쪽에서 밖을 보면 멋진 풍경을 사방으로 다르게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영광대교쪽으로 나있는 서쪽 방향 통로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북쪽으로 난 통로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부용루에 있는 조각 중에는 석가의 고행상을 본따 조각한 조형물도 포함되어 있다.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에 있는 상에 비하여 느낌은 덜 말라보인다. 아무래도 조각의 재질에서 오는 차이가 큰 듯하다.
부용루 2층에는 법당이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오르게 되어 있고, 계던 앞면에는 '8정도(八正道)'를 한글로 표현한 글이 붙여져 있다. 8정도는 석가모니가 인도 바라나시 근처에 있는 녹야원에서 행한 최초의 설법에서 말한 교리를 정리한 것으로
8개의 살이 있는 수레바퀴 모양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8가지 바른 길을 의미하며, 모든 살들이 조화롭게 자리해야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처럼 팔정도를 제대로 행해야 열반(죽음의 의미가 아니라 깨달음 즉, 해탈을 의미한다)의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8정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정견:올바른 이해로서, 존재의 본질에 대하여 사성제로 설해지는 불교적 진리관을 확신하는 것이다.
② 정사유:정견에 따라 철저히 실천하겠다는 각오이다.
③ 정어:거짓말, 중상하는 말, 모욕하는 말 따위를 삼가하는 것이다.
④ 정업:생명을 해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부정한 성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⑤ 정명:불교의 가르침에 부응하지 않는 직업은 택하지 않는 것이다.
⑥ 정정진:나쁜 마음가짐을 피하고 바른 마음가짐을 계발하는 것,
⑦ 정념:신체와 감정과 사고의 움직임에 대하여 깨어 있는 것이다.
⑧ 정정:바르게 집중하여 명상하는 것
법당안은 그다지 넓지는 않고, 정갈한 편이다.
부용루 자체가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지라 창밖으로 내려다 보는 풍경이 보기 좋다.
부용루에서 잠시 머물다 나와 탑원 뒷쪽으로 난 길을 따라 다시 길로 나섰다.
영광의 법성포 인근의 쉬기에 좋은 곳으로 이름난 '숲쟁이꽃동산'이 바로 옆에 있다. 이름 그대로 숲과 꽃으로 조성된 산책하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마라난타사 뒤에 있는 법성포(法聖浦)는 한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법이 성(聖)스럽게 전해진 포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광굴비의 주요 산지는 법성포이며, 많은 굴비정식집과 굴비상가가 산재해 있다.
사진의 조각상은 사면대불 중의 서면(西面)에 있는 '아미타불상을 가슴에 안고 서있는 마라난타존자' 상이다. 그의 이름은 역사가 지속되는 한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양중의 가장 큰 공양은 남을 위하여 말씀을 읽어주고 전하는 것"이라 했는 바, 그는 백제땅에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읽어주고, 중생들이 읽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사면대불에 자리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