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망위사(認網爲絲) : 거미줄이 그물로 보인다
산골 마을에 사는 노인이
하루는 서울에 사는 친척 재상집에 다니러 갔더니,
나이가 많은 재상이
반갑게 맞이하며 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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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재상은
노인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네는 시골에서 특별히 어려운 고비 없이 살면서
원기를 돋우고 좋은 풍경을 접하며 세월을 보내니,
아마도 서울에서 '아둥바둥' 사는 사람보다
두 배는 근력이 좋을 걸세.
그런데 나이가 있으니 눈은 어떤고?
무얼 보는 데는 지장이 없는가?"
"그렇지요. 시골 생활이라
더러는 과식을 할 때도 있지만,
달리 약도 없으니 굶어서 조절을 하지요.
그리고 다른 건강도 서울 사람들보다
별로 나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어려운 점은 시골이라 안경을 구할 수 없으니,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 보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래, 안경이 귀하겠구먼.
자네 내 안경을 가져가서 쓰게나."
재상은 곧 자신의 주머니에서
쓰던 안경을 꺼내 주었다.
☆☆☆
이에 노인은
안경을 얻어 뛸 듯이 기뻐했다.
시골에서 안경이란 말로만 듣던 것이어서,
노인의 눈에 맞건 맞지 않건 간에 그냥 보배로 여겼다.
시골로 내려가면서 노인은 남대문을 나서면서,
곧 필요하지도 않은데 그저 뽐내려고 안경을 꺼내 썼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
일부러 눈을 들어 안경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시골로 돌아와서도 노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안경 자랑으로 세월을 보내다시피 했다.
☆☆☆
그러던 어느 날 마침 동네 잔칫집이 있어,
노인은 일부러 안경을 쓰고 갔다.
그리고 잔치에 온 손님들에게
하루 종일 안경 자랑만 했다.
해가 지고 잔치가 끝났다.
노인이 안경을 끼고 나오다가 울타리를 보니
마치 거미줄 같은 망이 있는데,
그 엮인 줄이 노끈처럼 크게 보이는 것이었다.
곧 노인은 거미줄이
안경으로 인해 크게 보이는 줄 알고
"역시 안경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로다.
저 울타리에 쳐진 거미줄이 노끈만큼이나 커 보이네, 그려."
이에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
울타리에 걸려 있는 것은
실제로 거미줄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제 이 집에서 시루떡을 찌느라고
시루 바닥에 깔았던, 노끈으로 엮어 만든 그물을
울타리에 널어 말리느라
걸어 놓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