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수는 없을거야/ 때로는
보고파 지겠지 둥근달을 쳐다보면은/ 그날밤 그언약을 생각하면서 지난날을 후회할 거야 . 패티
킴의 히트곡 이별이란 노래이다.
조선시대 이몽룡과 춘향이의 이별은...춘향가중 오리정 이별 대목을 살펴보면,
춘향이 이도령 탄 말고삐잡고/ 또 한손으로 다리잡고/ 도련님 한양이 머다 말고
소식이나 전해주오/
말은가자고 네굽치는데/ 임은 꼭붙잡고 아니놓네.. 라고 헤어짐의 아픔을 노래한다.
송도 삼절 황진이는 양곡 소세양과 이별하면서,
곤륜산 옥을 그 누가 다듬어서/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었던고
그리운 견우님 떠나가신 뒤/ 서러워 허공중에 던져버렸네.. 라고 이별의 한을 노래했
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이별은 정(情)과 사랑이라는 로맨스를 앞세워야 그 의미가 애틋하게 살아난다.
會者定離 (회자 정리) 란 말이 있다. 밉거나 곱거나 아무리 정이 깊어 헤어지기 싫어도 만난 것은
반드시 헤어지고 그래서 이승은 무상한 것이라는 뜻이다. 충북 음성 산골짜기에 80 노부부가 사
시는데 할머니가 병환 중이었다. 중증 당뇨병을 앓고 계셨는데 보건소장이 오는 날이면 할아버지
가 일찍부터 마당에서 서성이며 이제나 저제나하고 기다리는것이 습관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그
동안 빼곡이 당뇨수치를 적어놓은 낡은 수첩을 내놓으면 보건소장이 살펴보고 처방을 해준다.
TV에 비친 할머니의 모습은 아주 편안한 모습이었고 할아버지는 연신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신
다. 할아버지는 젊었을때 너무 고생을 시켜서 할머니가 이렇게 아프게 됬다고 죄책감에 끝내 눈물
을 보인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할머니랑 둘이 사니까 너무 좋다고 하면서 할머니가 돌아가 시면
자기도 죽어야지 혼자는 못산다고 하시고 그 말하는 모습을 할머니가 미소를 머금고 물끄러미 쳐
다 보신다. 두분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두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이 촬영이 끝나고 이틀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 슬픈 이별에 한동안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다.
(2009. 16 kbs tv 방영)
오늘 전철을 타는데 노부부가 내 뒤로 따라오셨다. 할아버지는 성큼 성큼 걸으면서 전철에 올라 타
셨는데 할머니가 아무래도 늦어 조금 늦게 올라타려는데 출입문이 닫히는것이 었다. 할머니는 담
담하게 뒤로 물러나시는데 먼저 타신 할아버지가 당황 하셨다. 얼굴이 벌개져서 출입문을 두드리
며 안절부절하신다. 순간적으로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별이 되어 버렸다. 기관사가 못 보았는
지 안전문까지 닫히니까 어쩔줄 몰라 하는데 밖에 서있는 할머니가 자꾸 손짓을 한다. 내가 해석해
보니까 다음 역에서 내려서 기다리라는 뜻인 것 같았다. 나는 할아버지를 진정시켰다. 다음 역에서
기다리시라고 한다고. 나도 할아버지를 따라 내렸다. 만약에 두분이 만나지 못하면 지하철 사무소
에 연락해서 어떻게든 도와드리려고 해서다. 다행히 다음열차로 할머니가 무사히 도착하셨다. 할
아버지는 너무 반가운 표정이 되어 얼굴은 활짝 피는데 말씀은, 이 할망구야 전차도 하나 못타 하
면서 버럭 역정을 내시고 할머니는 조금 미안한 모습으로 빙그레 웃으신다. 바로 다음 열차가 와서
두분을 먼저 태워 드리고 뒤따라 올랐다. 가만 보니까 아까와는 달리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계신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말이다. 부부가 해로하다가 같이 떠나면 행복하겠지만 항상
한사람은 남게 된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은 찢어져야 하는 이별의 아픔을 감당하는 것이 세상의 이
치이다. 그렇더라도 세상은 항상 이별의 아픔과 슬픔의 회한만 있는 게 아니고 이렇게 기쁜 해후도
있었다.
( 정진철의 2분간의 사색)
첫댓글 징 허네 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