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태규는 방금 머리를 마친 여자손님과 함께 2층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여자 손님은 태규의 솜씨가 무척이나 맘에 드는 눈치다.
그리고 자신과 나란히 어깨를 같이 하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태규도 맘에 드는 눈치였다.
힐끔힐끔 태규를 올려다본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치고 태규는 손님을 엘리베이터앞까지 배웅해드리는 길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를 하신 자신의 손님들에게 샵에서 의뢰적으로 하는 서비스차원의 행동이었다.
자꾸만 머리를 매만지던 여자손님이 머뭇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머리 정말 맘에 드네요.”
“네.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정말이에요~ 너무 예뻐요. 제 맘에 쏙 들었어요.”
여자 손님의 호들갑에 태규가 살짝 입가를 올리며 감사의 인사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여자손님 얼굴이 금새 빨갛게 물이 든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여자손님이 부끄러워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닫히는 엘리베이터에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태규는 문이 마저 닫히자 그제서야 몸을 돌려 샵으로 다시 돌아갔다.
스르륵~!
자동문이 열렸다.
태규는 카운터와 연결된 bar 쪽으로 걸어갔다.
샵을 찾는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차원에서 S샵에서는 무료로 손님들에게 약간의 음료와 비스켓 빵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1층 샵을 들어서자 마자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블랙으로 세련되게 꾸며진 바에는 나름대로 작은 커피숍의 주방을 연상케하는 장비들이 비치되어있었다.
대기하는 손님들은 이곳에서 음료를 주문할수 있었고 머리를 하는 손님들도
메뉴를 보고 원하는 음료를 말하면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수있었다.
그래서 S미용실은 들어서면 향긋한 헤이즐럿 커피향이 났다.
흔히 미용실에서 맡아야하는 격한 파마약 냄새가 아니라 세련된 커피숍을 들어온듯한
착각이 손님들에게 더욱 더 S미용실을 다시 찾게하는 이유같기도 했다.
그리고 워낙 S미용실 원장이 한국 미용계에서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물론 체인점도 많았지만 바로 이곳이 서유자원장이 직접운영하는 본점이었던 것이다.
태규는 바에서 주방을 보고 있는 막네 스텝에게 말을 건넸다.
“나 커피한잔만 줄래요? ”
다소 피곤한듯한 목소리였다.
그와 반대로 태규에게 말을 거는 막네스텝의 목소리는 신이났다.
“어떤걸로요? 태규선생님!”
“음..그냥...에스프레소가 좋겠어요.”
“못 주무셨어요? 눈이 충혈됐어요.”
“그런가? 잠을 좀 못잤어요.
부탁해요. 내가 조금 있다 다시 내려와서 가져갈께요.“
“아니에요!
제가 2층으로 가져다 드릴께요.“
“그럴필요 없는데...”
“아니에요!
제가 가져다 드려요! “
“그럼....”
태규가 가볍게 고마움의 미소를 띄우곤 목이 뻐근한 듯 고개를 좌우로 묵직하게 저으며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피곤하다.
한다가 자신의 옆집에 산다는 것에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것만 같다.
잠을 편하게 잘수도 없다.
그리고 어제 아침 한다의 모습을 좀처럼 머리에서 지울수가 없었다.
이제는 정말 괜찮을줄 알았다.
그녀를 모두 지웠을거라 여겼었다.
하지만 태규는 한다를 보고 미친 듯 뛰었던 자신의 심장소리를 무시하지 못했다.
괜찮지가 않다.
“그 커피 제가 가져다 드릴께요.”
태규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막네스텝에게 핑크빛 브릿지를 한 여자 스텝이 다가와 다급히 말했다.
깜짝놀란 막네스텝이 핑크빛 브릿지를 못마땅한 듯 쳐다봤다.
“뭐에요? 선생님은 태규선생님 보조 스텝이시면서?”
“그러니깐 내가 가져다 드린다는거 아냐? ”
“너무해요. 매일 곁에서 보시면서 양보 좀 해주시지...... .”
“그게 그렇게 잘 안돼. 뭐..나라고 태규선생님하고 별말이라도 있는줄 알아? ”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버린 핑크빛 브릿지 스텝에게 옆에서 둘의 얘기를 듣고 있던
카운터의 여자 매니저가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얼마전까진 강인 선생님 좋다고 하지 않았어? ”
“맞아요! 강인선생님 좋아하셨잖아요!”
구원병을 얻은 듯 의기양양해진 목소리로 막네스텝이 따져들기 시작했다.
“강인 선생님은 좋긴한데...넘 바람둥이 같에요.
단골 손님들하고도 막 만나시고 연락하고 그러시는 것 같더라구요. 흥!
요즘은 웬 무척 어려보이는 여자도 샵에 막 찾아오고 그러잖아요? “
“하긴....... .”
둘의 얘기에 끼어들었던 여자 매니저가 맞장구를 치자 기다렸다는 듯 막네 스텝이 호들갑을 떤다.
“맞아요! 그에 비하면 태규선생님은 부드럽고 매너있으시고 깔끔하시고~”
“그러니깐!! 태규선생님이 나한테 뭐 부탁하실 때 그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면 완전 뿅간다니깐
어쩜 그렇게 목소리도 좋으신지 나 완전히 꽂혔잖아요~!“
“하여간 우리 원장선생님 남자선생님들 뽑으실 때 외모가 1순위이신 것 같다니깐....... .
그 바람에 샵에 여자손님들이 바글바글 하잖아“
여자 매니저의 말에 어린 스텝들이 모두 맞다는 듯 고개를 심하게 끄덖인다.
뭐...... 그바람에 같이 일하게 된 우리 스텝들에게도 복이지만 말이다.
태규를 놓고 호들갑을 떨고 있던 세명의 여자앞에 자동문이 열리며
한눈에 봐도 피곤함이 역력한 여자 손님이 샵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반사적으로 세명의 여자는 반갑게 큰소리로 합창을 했다.
가희는 오늘 세 번째 마지막 학생 과외를 마치고 S샵을 찾았다.
수학 강사와 학생과외를 병행하다가 몇달전부터 과외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S샵에 들어서자마자 여자직원들이 큰소리로 자신을 반긴다.
하지만 가희의 심정은 아주 복잡했다.
아직도 한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너 땜에 내가 그 꼴로 그애를 만났으니깐 너가 책임지고 변명해!
제대로 못하면 너!
다신 안볼거야! "
무서운 기지배...가희는 별수없이 태규를 찾아온 것이다.
일단 한다의 협박으로 오기는 왔는데 태규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대범한 가희에게도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었다.
가희 또한 한다와 태규가 그렇게 헤어지게 되고 7년동안 태규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손님? ”
두리번 거리고 있는 가희에게 미용실 카운터에 서있는 메니저가 상냥하게 묻는다.
“그러니깐 사람을 좀 찾는데요...저...”
그때 태규가 2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태규는 막네스텝에게 심부름을 시키는게 영 내키지 않아서 커피를 직접 가지러 내려오는 길이었다.
가희는 얼른 태규가 내려오는 계단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일단 태규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게 벽쪽에 얼굴을 돌리고 최대한 밀착해 서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던 태규가 가희옆을 지나치려하자
갑자기 계단을 올라가려는 시늉을 하다가 태규를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태규아니니???? “
허! 근데 너무 오버하고 있다.
이런 가식적인 목소리라니......
태규는 가희를 보고 정말 놀란 모습이었다.
반가웠다.
7년 만이었다.
한다를 만나면서 가장 자신에게 잘해주던 한다의 절친한 친구였다.
거침없는 언행과 행동으로 늘 긴장을 늦출수없던 사람이었지만 가희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오랫만이에요.”
태규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가희는 누가봐도 어색한 미소를 온 얼굴에 가득 담고서는 태규에게 또박또박 말을 건넸다.
“어머.....어머... 어쩜 이런 우연이...... .
여기서 일하니?? “
가희의 저런 어색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
“한다한테 들었어요? ”
이크....걸렸다.
가희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연기는 정말 꽝이었다.
금새 가희의 털털한 본모습으로 바뀌었다.
목소리도 덤덤하다.
“어..
그래 만났다며? “
“네.”
“멋있어졌네.
헤어 디자이너도 되고..“
“누나는요? ”
“뭐...나야..아직도 그렇지 뭐.
참, 알지? 내가 만나던 대갈장군? “
아...생각을 해보니 가희와 함께 만났던 유난히 머리가 커서
늘 가희가 대갈장군이란 애칭을 사용하던 한 남자가 떠올랐다.
“네.”
“난 아직 그사람 만나고 있어.”
“네.”
7년만이어서 그런걸까?
한때는 친구를 대하듯 동생을 대하듯 편한 태규였는데 이렇게 제법 근사하게 변해있는 태규가 가희는 많이 낯설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다얘기를 꺼내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넌 만나는 사람 없니? ”
이런.. 너무 속보이는 질문을 해버렸다.
실은 가희는 이 질문이 가장 궁금하긴 했었다.
태규는 아무 대답도 않은체 엷은 미소만 보이고 있었다.
뭐야? 있다는 거야...없다는 거야...
“저기말야..
그날... “
겨우 가희가 말을 꺼내려는데....
단아하고 세련되 보이는 중년부인이 태규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어머 선생님~”
“오셨어요? ”
태규도 부인을 보더니 예의적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선생님 저번에 해주신 스타일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선생님한테 머리 맞길려고 왔어요.“
미소지으며 태규에게 말을 건네는 부인의 모습에 꼭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럴법도 한게 ....7년만에 만난 태규는 누가봐도 매력있는 한 남자로 변해있었다.
7년전에도 물론 한다에게는 남자였지만 지금의 태규는 가희가 봐도 강한 남성다움이 느껴졌다.
180이 훌쩍넘는 큰키에 짧은듯 하면서도 세련되게 왁스로 매만져진 헤어스타일하며 또렷하게 뻗은 눈썹 그리고 힘이 느껴지는 턱선...... .
살짝 풀어헤쳐진 셔츠로 보이는 그의 하얗지만 강해보이는 피부...... .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미소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7년전과 같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태규의 모습은 비록 예의상의 말들인 것 같아 보였으나 꽤나 절도있고 친절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끌릴 법 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럼 일봐!
나 갈게 “
가희는 대화중인 태규에서 손을 살짝 들어올려 보였다.
조금 아쉬운 듯 태규가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네..가세요.”
한다가 없는 가희와 태규는 뭔가 서먹했다.
다음에 보자. 라는 인사도 무의미 하다는 걸 그 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날 새벽 한다가 옆집으로 쳐들어간 끔찍한 사고를...
결국 가희는 자신 때문에 한다에게 어쩔수없이 일어난 실수였다는 말을
태규에게 꺼내지도 못한채그렇게 미용실을 나와버렸다.
태규는 가희가 한다일로 찾아왔다는 것을 느낌상 알 수 있었다.
무척 반가웠지만 마냥 반갑게 대할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가희는 과연 무슨말을 하러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부정적인 생각들만 자꾸 뇌리를 스쳐갔다.
하지만 이렇게 감성에 젖을 수만은 없었다.
태규는 자신을 찾아온 중년여인을 정중히 안내하며 2층으로 다시금 올라가야만 했다.
계단을 오르는 태규의 등뒤로 핑크빛 브릿지의 스텝이 안타까운 듯 막 내린듯한 뜨거운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고는 태규를 불렀다.
“미안해요. 나중에 마실께요.
그냥 거기 두세요.“
짧게 인사만 한뒤 마저 계단을 오른다.
다 식어버릴텐데...... .핑크빛 브릿지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
“얘기했니??? ”
귀신이 따로 없다.
미용실에서 나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한다에게서 전화가 온것이다.
“물론이지. 걱정마!
내가 다~ 잘 말해줬어.“
“정말이지? ”
“그럼...걱정말래두~
내 실수로 너가 그 집에 들어가게 된거라고
잘 얘기했다니깐.... “
조금 뜨끔하긴 하다.
“저기...그런데...”
“ ? ”
“다른 말은 없었어? ”
“무슨말?”
“아...아니야.
그래 잘했어. 고맙다.“
전화를 끊자 조금 맘이 놓이는 한다였다.
그래도 바로 옆집에 태규가 산 다는 것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월차로 하루종일 집에만 있던 한다는 쓰레기 봉투를 버리기 위해 다시 옷을 차려 입기 시작했다.
“따르릉~”
집을 나서려는데 TV장 위에 놓인 빨간색 모던한 전화기가 울렸다.
집으로 전화가 오는 경우는 거의 80% 이상이 지방 청주에 사시는 부모님으로 부터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엄마야..”
역시나 엄마의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잘 지내고 있니? ”
“네. 걱정마세요. 엄마랑 아빤.. 잘지내시죠?”
“그럼, 니네 아빤 요즘 핸드폰 문자 배우실꺼라고 열심히셔.
지금도 돋보기까지 끼시고 옆에서 문자연습 중이시다. “
“한다야! 아빠가 이거 마스터하면 젤 먼저 너한테 문자 날리마~!”
언제나 다정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모르게 잔뜩 들떠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근데...너 요즘 만나는 남자는 없니? ”
이런 저런 안부를 묻는 질문이 오가고 나자, 엄마가 슬쩍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벌써 몇 년째 엄마는 모든 대화의 요점이 한다의 결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늘 언제나 이런 대화는 한다에게는 달갑지 않은 얘기들이었다.
“응.”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해주는 사람들은 잘 만나고 있는거야? ”
“응. 이제 2번 남았어요.”
가입당시 계약금을내고 년3~7번의 맞선을 제공한다고 했었는데 벌써 얼마전 재수없었던 남자까지 5번 맞선을 봤던 것이다.
“너무 조건만 따지지 말고 사람좋고 너한테 잘해주면 좀 만나봐.”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깐 걱정마요.”
“너..벌써 그말 한게 3년째야.
자식이라곤 우리 부부 너 하나있는데....
한다야..이 엄마도 손주 좀 안아보자."
"만나는 남자도 없는데...너무 앞서가는거 아니야? “
“너...벌써 서른 둘이야. ”
“알아요. 알았으니깐 그만해.
조만간 맞선 또 있다니깐 이번엔 잘 해볼게. “
“그래??
남자외모 그거 다 소용없어. 뭐......잘생겨봤자 결혼해서 바람나기 십상이야.
그리고 돈??? 그것도 그냥 사는데 지장없을 정도로만 있으면 돼.
그니깐 사람 됨됨일 봐서 괜찮다 싶으면 몇 번 더 만나보고 그래.
알았지?? “
“네.”
“그럼. 선보고 전화줘~!!! ”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시는 엄마.
수화기를 내려놓는 한다의 팔에 힘이 빠졌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했던 자신도 잊은채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쩐지 자신이 처량하다.
# 20
태규, 강인 ,다운이 강인의 집 아일랜드 식탁에 모여 앉아 야식을 먹고 있다.
그날의 도둑 뽀뽀 이후...다운은 강인의 애인이라도 되는 냥..
강인에게 연락도 하루에 수십번씩 하고 집에도 이렇게 불쑥 불쑥 찾아와 늦은시간까지 있다가 가곤 했다.
강인은 그런 다운을 기분나쁘지 않을 범위안에서 친절하게 타일러도 보았지만 다운은 들은척도 않은채 막무가내였다.
다운을 제재하는거에도 이젠 지쳐버린 강인은 어느새 다운을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야! 너도 먹어라~ ”
강인이 먹던 보쌈 돼지고기를 조금 뜯어 다운의 발밑에 있는 새끼 강아지한테 내밀었다.
“안돼! 우리 강인주니어는 아직 그런거 못먹는단 말야~
무슨 아빠가 그런것도 몰라? 순 바보~ “
다운이 강인 주니어를 감싸안으며 강인에게 새초롬하게 말했다.
“아...그런가??? 그럼 나나 먹지 뭐. ”
“오빠. 그거 나줘! ”
“그래~! ”
다운의 입에 쏘옥~ 보쌈 고기를 넣어주는 강인이다.
새끼새가 어미새한테 먹이를 받아먹듯 입을 벌리고 낼름 받아 먹는 다운.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강인 주니어~!
좀 더 크면 먹고!! 이건 엄마가 대신 먹어줄게~!!“
그러면서 새끼 강아지한테 다운은 볼을 비비며 기분 좋은 표현을 했다.
그런 다운을 슬쩍 보며 강인이 알수없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운아.
보통 니 또래 애들은 애완동물 키울 때..
언니가~ 누나가~ 뭐 그런 호칭을 쓰지 않니?
엄마가 뭐야?? 엄마가~
징그럽게....“
“난 달라!”
딱 잘라 말하는 다운이였다.
그리고 강인에게 각인이라도 시키겠다는 듯 의기 양양하게 말했다.
“난 좀 조숙해!
그러니깐 그런 어린애들하곤 달라.“
“너 어려~!”
그러나 코웃음 치는 강인이다.
그런 강인이 무정하기만 한 다운이였다.
“안 어려!! 난 안어리다구!!!
난 강인 주니어 엄마 할꺼야. 그리고 오빠는 아빠야! 왜?? 불만있어?? “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강인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는 무척이나 속이 상했는지 강인 주니어를 안고 가방을 챙겨 현관으로 가버렸다.
강인이 그런 다운을 쫓아가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보았지만
다운은 단단히 화가 났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현관문을 쾅! 닫고는 나가 버렸다.
닫힌 문앞에 뻘쭘한 강인이 서있다.
뭐....이렇게 까지 화낼일인가??? 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쾅쾅쾅!!!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현관문을 열자 화가 난 다운이 문앞에 서있는 것이었다.
다운은 다짜고짜 강인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1시간 안에는 집에 도착할꺼야.
그니깐 1시간 후에 딱 맞춰서 나한테 폰 때려.“
“...... .”
“알았어?? ”
“어..어.”
다그치는 다운의 기세에 눌려 강인이 얼떨결에 대답했다.
다시 문이 쾅! 닫히고 다운은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역시 오늘도 다운에게 당했다.
현관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오는 강인을 태규가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고 있다.
“귀여워~ 저 꼬마아가씨~!”
“난 무서워. 쟤가.”
“은근히 어울려. 형이랑 다운이.”
“무슨소리야?? 쟨 그냥 여동생이야. 여자 아니라구~!! ”
강인이 정색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형한테 여동생이라는 것도 있었어?? ”
그런 강인이 더 재미있는 태규였다.
비교적 말수가 없는 태규였지만 친형같은 강인에게만은 달랐다.
워낙 힘든 미용실 스텝생활을 할 때 자신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사람이라서 그럴까?
“야. 다운이 쟨, 은솔이 친구야.
젖비린내 나는 중학교때부터 우리집 들락날락 거렸던 애라구.
초경도 내방 침대에서 혼자 낮잠자다가 했는걸?
것땜에 침대에 이상한거 묻었다고 울마나님한테 어찌나 맞았던지..
다운인 아냐.
쟨 나한테 절대 여자 아니라구~ “
다운이가 들으면 무척이나 실망할 말이었다.
태규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식탁위의 빈 그릇을 씽크대 개수대에 집어 넣었다.
그런 태규옆에서 거들며 강인이 슬쩍 말을 꺼냈다.
“넌 여자 안 만나? ”
태규는 강인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않은채 하던 일만 계속 했다.
그런 태규에게 강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언젠가 술에 취한 태규에게 첫사랑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슬픔과 미련과 아픔이 남아있던 그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었다.
그후 태규가 몇몇의 여자를 만나는 것을 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만남의 시간이 길지 못했다.
단 한번 한 여자를 석달가량 만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 또한 태규가 연락을 너무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헤어졌었다.
강인은 이런 태규의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한편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랑의 아픔이란 또다른 사랑으로 치유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강인이었다.
자신 또한 한여자를 만나 사랑을 불태우다가 또 다른 여자를 만나면 금새 처음의 여자를 잊고 다시 사랑을 불태우게 된다.
이것이 남녀간의 사랑아닌가?
비록 태규는 자신에게 아픈 첫사랑때문은 아니라고 했으나 그날의 태규의 아픈 한숨을 들은 강인은 그말을 믿지 않았다.
자신의 멋진 동생이자 친구에게 새로운 사랑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랬다.
하루라도 빨리.......
[다음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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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오랫만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바빴네요. 일본에서 손님들이 오셨었답니다.
2박3일의 짧은 관광여행이었지요.
숙소는 명동쪽이었고요~! 덕분에 간만에 호텔에 가봤는데 이야~ 어찌나 좋던지..
저 그냥 미친듯 카드 긁어주고 하룻밤 자고 싶었더랍니다.
일본에서 가라오케를 하시는 부인이 계셨는데 한국의 가라오케를 가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이게..또 일본의 가라오케랑 한국의 가라오케 느낌이 다르잖아요?
이왕이면 좋은데로 모시고 싶었지만....뭐..여건도 안되고 오신 손님들께서 너무 고령이신지라
명동에 있는 노래방을 갔어요!!
전 정말...한국의 가라오케를 가고 싶었다는....(그 덕으로 간만에 신나게 업되고 싶었죠 뭐..ㅋㅋ)
이야~!!! 총 4분이셨는데~ 어찌나 잘 노시던지...식겁을 했습니다.
노래방에서 장장 4시간을 버텼다는것 아닙니까???
교포도 계셨지만 나머지 분들은 일본 아줌마들이 셨는데....
정말 정말 끈내줬었답니다. 제가 먼저 지친젓 있죠?? ㅎㅎ
다들 오늘 가셨는데 병은 안나셨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의문이 생겼습니다.
일본 아줌마들이 무서울까요? 한국 아줌마들이 더 무서울까요?? ㅎㅎ
앞으로 태규와 한다의 만남들이 더 많이 이뤄지니....계속 관심가지시고 읽어주세요~!!
지금까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의 레드한이었습니다!! 꾸벅!!!!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다시 사랑해도 될까? [9편]
red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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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22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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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다려는데....손님대접 잘 해줬네요....일본 손님이 신나게 놀았다니 믿기가...ㅋㅋㅋ....재미있게읽었답니다...태규가 그날때문에잠도못자고 그러했군요....한다가 가희한데 가서 그날 일을 태규한데말을하라고하는데 자기때문에 실수로 태규집에갔다는것을...그리고 가희는 가서 태규만나지만 그말을 못하고 나와버렸네요...하지만 한다한데는 거짓을 말을 했지만 언젠가 들통나겠죠....강인은 아주 바람둥이로 소문이났군요....마지막엔 태규 첫사랑을 술취할때 들었지만 그첫여인이 한다란걸 모르고있군요...다음편도....[아무래 도 한국 아줌마가 더 무섭죠...ㅋㅋ]
맞아요! 전 세계 어딜봐도 한국아줌마가 가장 짱인것 같아요! 그 억척스러움과 자식과 가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그리고 어쩔땐 부끄러울정도의 뻔뻔함!! 역시 한국 아줌마가 제일 멋집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