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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그는 은퇴를 선언했다.
바로.. 박찬호의 이야기다.
채 동이 트기도 전....
맑갛게 새벽을 기다리며 초조히 그의 경기를 지켜보던
그 설레임과 기대조차 이제 모두 추억속에 묻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사 모두가 그러하다.
엄정한 질서를 지닌 대자연의 숙명이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겨울 지나 봄이 오고 다시 봄이 가고 세월지나 겨울이 오듯이.... .
암튼.. 그의 은퇴 결정을 존중하지만
대단히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야구선수의 은퇴에 관한 유명한 명언이 있다.
바로 메이저의 전설인 베이브 루스가 남긴 말인데....
" 베이스라인이 오르막 길로 느껴질 때 바로 그때 선수가 야구를 그만둬야 할 때다 "
체력의 한계에 대한 짙은 회의가 담긴 말이기도 하지만
한계에 달할 때 까지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아직은 옷을 벗어야 할만큼 체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필자였기에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더더욱 컸었다.
더구나 그 은퇴 결정의 배경에 곱지 않은 이유들이 기생하고 있었기에
조금은 서글프기까지 했었다.
그렇게 찬호를 잃었지만
어쩌면 곧 현진이의 모습을 다시 MLB에서 찾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잘 알고 있듯....
이미 2500만불이 넘는 대박을 터트리며 포스팅이 결정됐고
연봉조정을 포함한 여러 절차들을 남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빅리그 투수가 지녀야 할 여러 조건중 하나를
감히 말해 보고자 한다.
물론.. 국내리그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당연하면서도 또 가장 중요한 투구방법론중 하나로
이미 보편적인 상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용(?)중인 현지니.. 스키니 미용이냐? ^^;>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잘 알려진 표현처럼
실제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커다란 요인중 하나는 투수다.
당연히 모든 구단들은 좋은 투수를 가지기 위해 또 키워내기 위해
온 정성을 쏟는다.
그런데 그런 좋은 투수란 어떤 투수를 말하는 것일까?
요즘은 워낙 다양한 스카우팅 리포트를이 시중에 널려 있기에
아마도 이 대목에서 이미 전문가 수준에 이른 팬들 또한 많을 것이다.
우선.. 투수를 평가하는 기준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제구력.. 구위.. 구종.. 체력.. 멘탈 등등을
선수 평가에 필요한 필수적 요소로 보며
투구폼(부상가능성).. 피지컬(건강상태).. 인성(윤리 및 팀케미스트리)..
경기운영능력.. 경험.. 가격.. 적응도 등등
수 많은 요소들이 그것들이다.
결국 좋은 투수를 키워내고 또 골라내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오래전 찬호 전성기때도
어느 싸이트에서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과연 빅리그 투수들과 코치들은 어떤 투수를 좋은 투수로 생각하는가?
..라는 논제 였었다.
일단.. 좋은 투수의 전제 조건은
위의 적어둔 조건들과 거의 같았다.
다를 이유가 있을리 없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야구란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하냐의 논쟁이 아닌
그들이 어떤 투구 방법을 중히 여기느냐 하는 투구 방법론과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One Point를 찾아보자는 의미이다.
오래전처럼.. 괜히 필요이상의 논쟁으로 발전해
허무하게 공력(?)들을 소진하는 불상사가 없길 바라는
어설픈 노파심 때문에 다시 한 번 단도리해 본다. ^^;;
<올시즌 제구력 마저 잃고 큰 부진에 빠졌던 린스컴....
제구를 잃은 101마일 따윈 무의미하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했다 >
자!!
우선 필자가 좋아하는 통계와 자료부터 시작해 보자. -_-/
언젠가 월.와.웹(www)을 뒤적거리며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다가
흥미로운 인터뷰 하나를 보았었다.
제목은 가물가물하지만
대략.. "First is all"
머 요정도 표현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First란 First Pitch 즉 초구를 의미한다.
결국 초구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다소 과장되지만 비장한 표현이다.
이런 초구의 중요함을 강조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체인지업의 마술사' 톰 글래빈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 요즘 표현으로는 MLB 역사상 최고의 흑마구 투수.. 똥볼 좌완투수의 완전체 >
1987년 데뷔.. 통산 빅리그 22시즌 동안 무려 305승을 거두며 은퇴한 그는
왼손투수로는 메이저 역사에서 다섯 번째 많은 승수를 쌓았고
통산 방어율은 3.54였다.
메이져팬이라면 그렉 매덕스.. 존 스몰츠와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애틀란타 전성기 시절을 금새 떠올릴 것이다.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단 한 번만 빼고 무려 7년 동안
이 셋이서 사이영상을 싹슬이했으니까.
" 초구는 투수에게 생명이다. 나는 항상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노력했다 "
사이영상 2회.. 월드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이 불세출의 투수는
왜 그렇게 초구에 집착했었을까?
대답은 투타간의 기록과 그의 구속에 있다.
글래빈의 경우.....
초구 스트라이크를 얻어낸 후 피안타율은 0.224
그러나 초구에 볼이 들어올 경우 0.264로 피안타율이 급증한다.
물론.. 거의 모든 투수들 또한 비율의 차이만 있을뿐 동일한 현상을 겪는다.
빅리그 시절 박찬호는 어땠을까?
17시즌 통계를 보면 초구 스트라이크후 피안타율은 0.211
그리고 초구 볼일 경우 0.266이었다.
찬호나 글래빈이나 아니 거의 모든 투수들이
초구의 결과에 따라 피안타율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전성기 찬호는 메이저에서도 손꼽히는 파워피처였다.
강력한 포심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톰 글래빈은 결코 그런 유형의 투수가 아니었다.
평균구속은 140Km(138~143)에 불과했다.
구속만 보자면 절대 빅리그에 설 수 없는 투수였다.
그런 그가 무려 305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그리고 잡기위해 노력했던
그 완벽한 제구력과 무브먼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80% 이상 타자들의 바깥쪽을 공략했던 글래빈
1회 심판의 존을 확인하면 그의 공은 어김없이 바깥쪽을 향해 구석구석 날아들었고
그렇게 바깥쪽에 공이 올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타자들은 쉽게 그를 공략하지 못했다.
비록 빠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만만히 쳐내지도 못하는 투수
그게 바로 글래빈이었던 것
< 정말 전설의 3인방이다 스몰츠.. 글래빈.. 매덕스 >
지난번에 잠시 언급했었던 '머니볼'
비록 영화 머니볼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당시 빌리 빈 단장이 직접 임명한 유명한 투수코치 한 분이 있다.
바로.. 릭 피터슨
오클랜드 영건 3인방으로 불리던
베리 지토.. 팀 허드슨.. 마크 멀더를
빅리그 최고의 투수들로 키운 장본인으로 더 유명해졌는데
이 양반 또한 늘 투수들에게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 보다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노력해라. 특히 초구를.... "
투수가 던지는 스트라이크....
이것은 비단 초구에 한하지 않는다.
이미 상식이나 다름없지만 제구력을 지니지 못한 투수는
어느 리그에서건 살아남지 못한다.
출루율을 강조하고 한결 스피디한 현대야구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 기본적인 조건을 잊는 경우도 있다.
올초 한국을 방문했던 어느 MLB구단 관계자에게
"류현진의 볼빠르기에 만족합니까?" 라고 첫질문을 들이댔던 한 유명한 해설위원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가히 폭소를 자아냈다.
" 나는 투수를 볼 때 볼빠르기를 가장 마지막에 확인합니다. 아마 대부분 그럴겁니다. "
뭘 좀 알고 물으라는 소리로 들렸으니
얼마나 쪽팔렸을까? ^^;;
이처럼 실제 빅리그 투수의 첫 째 조건은 구위가 아니라 제구력이다.
그리고 초구 스트라이크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목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종종 경기를 보면서도
"오! 좋은공 던졌네" "에이! 왜 저런 공을 던져"라고 말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제구력에 관한 한숨과 감탄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좋은 공 혹은 나쁜 공의 차이란
바로 제구력에 차이란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거기에 구위까지 얹혀지면 '언터처블'이고 말이다.
그러나 스트라이크만 주구장창 던져대는 투수
그래서 오뉴월 개패듯 두드려 맞고 내려오는 투수
그런 솔직담백(?)한 투수를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는 단지 스트라이크 밖에 못 던지는 투수인 것이고
릭 코치나 톰 글래빈이 말하는 제구력이란
스트 존에서 벗어나는 유인구를 포함하는 제구력을 뜻한다.
직역하면.. "나는 내가 원하면 타자의 배트를 가져갔다"
어느 배트 절도범의 조서 속에 적힌 문구가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유인구를 던져 타자의 배트를 마음껏 끌어냈다는
매덕스의 인터뷰중 한 부분이었다.
<매덕스의 칼날 투심>
작년.. 아마도 이 즈음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데뷔초와 이듬해의 현진이 동영상과
작년 그리고 2년전 동영상을 꽤나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었다.
특히 풀카운트와 3-1 등 불리한 상황에서의 투구를 집중적으로 봤는데
달라진 데뷔초와 현재의 변화구 구사 능력 그리고 제구력을
비교하며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대략 20경기의 선발 투구들을 보곤 대단히 흡족했었다.
머.. 내가 흡족하다고 해서 개뿔 달라질 건 없겠지만
일단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때론 즐겁기 때문이다.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초기 투구패턴은 간단했다.
불리한 카운트에선 패스트볼의 구사 빈도수가 대단히 높았으며
변화구는 스트존을 목표로 던졌다.
그러나 작년 그리고 2년전엔 달랐다.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 구사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그 변화구는 스트존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이 변화는 무얼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
변화구 제구에 자신이 붙었다는 것이다.
포수의 리드에 따라 던졌을텐데? ..라고 말하고픈 분들도 계시겠지만
포수는 결코 마운드에 선 투수가 가진 능력 이상에 리드는 하지 않는다.
해서도 안 되고.... .
자꾸 능력 이상을 요구하면 어떤 사단이 나는지는
LG시절 조인성의 트러블을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암튼.. (인성아 먄!!)
볼카운트란 게 그렇다.
일단 투수에게 불리해지면 자연스럽게 빠른볼에 의존하게 된다.
변화구보단 한결 제구가 쉽기 때문이다.
타자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 타이밍을 빠른공에 둔다.
그러나 변화구 제구에 자신이 있는 투수라면
이처럼 타자가 빠른공을 노리는 타이밍에서 변화구를 구사한다.
그리고 그런 투수가 승리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논리다.
또 경기중에 반드시 그렇게 흘러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신인 투수가 차츰 경험이 쌓여가듯
변화구 제구가 서서히 잡혀가며 자신감이 생기면
실제로 저런 패턴의 승부가 늘어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풀카운트에서 변화구를 자유롭게 던지는 투수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한가지 함정이 있다.
투구수가 늘어난다는 단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몇 년전.. 현진이의 투구수가 늘어났다는 걱정들은
바로 이 부분과 연결하면 쉬 정리될 것이다.
머.. 결론은 그렇다
우리의 자랑스런 소년가장
우직한 빠른공을 뻥뻥 뿌려대던 그가
이제 타자의 배트를 쉬 끌어낼만큼 우뚝 성장했다는 것이다.
부디....
초구 스트라이크를 쉽게 잡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변화구를 마음껏 뿌려
수 많은 빅리그 타자를 혼란에 빠트리기를
손 모아 기원해 본다.
물론.. 그는 충분히 그래줄 거라 믿는다. ^^
by 투랑타랑
아참!!!!!!!
며칠 전 쪽지로 커맨드와 컨트롤의 차이를 물어오신 분이 계신데요.
우선 혹시 이게 맞나요 하며 적어주신 부분은
안타깝지만 잘못 알고 계셨습니다. ^^;;
개인적인 쪽지를 드릴까하다
잘못 이해하고 계신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참에 조금 정리해 볼께여.
우선 '커맨드' 란 통상 타자에게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커맨드를 좀 더 확장하면 투구 이닝을 늘려가는 '이닝이터'의 능력이 되겠죠.
가령.. 오! 저 투수 커맨드가 좋은데.. 라는 말은
보유한 구위나 구질은 그리 대단치 않지만
승부 요령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아웃카운트를 잘 잡아낼때
또는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범타를 잘 끌어낼때
또는 엄청난 구위로 쉬 삼진을 솎아낼때
모두 쓸 수 있는 표현들 입니다.
당연히 커맨드 좋은 투수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스텟은
K/BB 그리고 이닝당 볼넷 허용율입니다.
그리고....
로케이션보다는 아직 컨트롤이란 표현을 많이들 쓰시는데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컨트롤은 로케이션에 비해
조금 더 광범위한 표현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일단.. 로케이션이란....
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던지는 능력을 말합니다.
볼이건 스트건 그건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던질 타켓에 정확히 던져 넣는 거죠.
좌우.. 위아래.. 구석구석.... .
그에 비해 컨트롤이란....
오프 스피드 피치 즉 스피드에 변화를 주는 투구까지도 포함합니다.
강약조절.. 이것 자체도 컨트롤의 능력이란 뜻이죠.
결국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투수가 그날 스트존 사방으로 구석구석을 찌르고
또 스트존에 걸쳤다 뺐다하며 올시즌 장원삼처럼 타자를 가지고 논다면
오!! 로케이션 죽이는데!! <ㅡ 이런 표현이 맞는 거구요.
정대현처럼 스피드가 뚝 떨어져 보이다가
혹은 눈 앞에서 휙 솟아오르듯 빨라보이다가
그렇게 구속의 강약까지 조절하며 타자를 농락하면
오!! 컨트롤 짱인데!! <ㅡ 이 표현이 적절하겠죠.
자 그렇다면 이제 이 문장을 이해해 볼까요?
" 저 투수.. 로케이션은 좋은데 커맨드가 떨어지네 "
이해하셨습니까?
그렇죠.
제구력은 좋은데 승부요령을 몰라 두드려 맞는 유형의 투수죠.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투수 ^^
또 하나 '딜리버리'도 물어오셨는데요.
글이 너무 길어진 관계로 담에 정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__*)
by 투랑타랑
응원 횟수 0
첫댓글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완전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시금 이해할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전문가의 글이네여,...오늘 하나 배웠네여...ㅋㅋ
글 읽기 쉽게 진짜 잘 쓰시는 듯
웬만한 기자들 보다 더 식견도 있으시고요
역시! ㅎㅎ 잘봤습니다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ㅎ
캬~~ 멋진글에 정보까지 감솨합니다.....ㅋㅋ
긴글인데 순식간에 읽게되는 마력의 글! 좋은정보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