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니까, 너라서, 너 때문에 지옥에 있었지. 우리의 싸움이 검고 어두워질 때 너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시간은 꿈이 되었지
/ 병 속의 편지
2
슬픔을 시작할 수가 없다
너의 몸을 안지 않고서는
차갑고 투명한 살을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쓸어보지 않고서는
/ 슬픔을 시작할 수가 없다
3
홀로 있을 때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는데 함께 있을 때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둘이 된다. (…) 너는 나의 손을 잡고 함께 버려지고 있었다
/ 우물의 시간
1
숨을 참는 울음은 잘 익어서 내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 사람의 안쪽에 집이 생기고 그것을 자꾸만 잊는다는 걸. 그곳은 너무 멀어서 꿈처럼 무너진다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건너가는 일은 집을 다 부숴야만 가능하다는 걸.
/ 양조장
2
이 다정한 악몽의 시간에 잠깐 쉬었다 갈게
/ 여름의 애도
3
나는 무엇 때문에 지구의 글자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궤도의 이탈과 회전하는 가루들 속에서 어지러움으로 이루어진 물질일까요.
/ 결혼
1
우리가 만난 것은 추방되었기 때문일지도 몰라. 아무도 돌의 내부로는 찾아오지 않지. 이렇게 빛나는 울음이 많은데, 황폐하고 쓸쓸한 눈부신 광물들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데, 그는 기억의 일부로 추락해버린 외계인을 그리워하며 신발장에 못질을 합니다.
/ 결혼
2
천천히 폭풍이 몰려오는 이 언덕에서 미끄러지며 우리는 무엇이 될까. 춥고 피로한 슬픔의 형태로
/ 단어들
3
그는 연애편지를 이렇게 건네네요.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영원히 느끼고 싶다면 그저 손이라는 물질을 잡고
/ 병 속의 편지
눈아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았기를. . . 🍀
첫댓글 너무 좋은 시집 추천받았네 고맙잔아
좋다
다 맘에 들어...너무 좋다
좋다좋아
이영주 시인 너무 좋아
다 고르고 싶어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