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숫자들은 한국 럭비 대표팀이 이번 대회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남긴 성적입니다. 올림픽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는 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것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의 점수네요. 그만큼 세계의 벽은 정말 높았습니다.
기껏 올림픽에 진출하고도 형편 없는 성적을 내면 비판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올림픽 성적이 여전히 국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럭비팀 같은 성적표를 받아들면 용서받기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사연을 알고 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이번 시리즈는 사상 첫 올림픽에 진출한 럭비 대표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럭비 대표팀 경기는 인기 경기가 아니라 많이 안 보셨을 것 같습니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종목이었을 수도, 보고 싶어도 중계를 볼 수 없던 종목이었을 수도, 하는지도 몰랐을 종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가 됐든 선수들에게는 마음 아픈 일일 것 같습니다.
사실 럭비 경기는 취재진도 직접 보기가 어려운 경기입니다. 버스로 한 시간 정도를 가야하는 거리에 있고 그 시간에 다른 주요 경기도 많이 합니다. 실제로 첫날엔 취재진 3명, 둘째날엔 취재진이 1명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오전 9시에 하는 이 경기는 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바로 운명의 한일전입니다. 경기 시간도 전후반 합쳐 14분으로 짧으니 시간부담도 크게 없습니다. 직장인분들이라면 잠시 화장실 다녀오는 척하고 경기를 다 볼 수도 있겠네요.
2019년 11월 24일 럭비 대표팀은 대형 사고를 칩니다. 1923년 국내에 도입된 럭비가 무려 96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낸 것입니다. 저녁에 경기결과가 나왔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상당수 언론사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기대도, 가능성도 없던 종목이 무려 올림픽이라니.
어쩌면 그때 한국에도 럭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분들이 많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96년 동안 꽁꽁 숨어있던 럭비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지난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럭비대표팀을 만났습니다. 겨울이었는데도 선수들은 훈련하느라 땀이 흥건했습니다. 럭비팀은 뜨거운 관심 속에 열심히 훈련하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3월에는 미국 LA에서 열린 2020 월드 세븐스 시리즈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올림픽은 결국 연기가 됩니다. 불안함 속에 훈련을 이어가던 럭비대표팀도 결국 잠시 헤어지기로 합니다.
그 뒤로 럭비팀은 어떻게 됐을까요.
선수들은 각자 팀으로 돌아가 훈련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서 단체훈련이 어려웠고 비대면 개인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수가 아닌 소속팀의 직원으로서의 삶을 주로 살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을 다시 준비하기 위해 모였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수촌 입촌 인원이 18명으로 제한돼서 파트너 선수들까지 다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선수촌에서 제대로 훈련을 진행할 수 없어 밖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밖에서 딱히 대안을 찾은 것도 아닙니다. 럭비 훈련이 워낙 거칠어 “잔디가 망가진다”며 훈련장소를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올해로 한국에서 98년이나 된 스포츠인데 전용구장이 없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그러는 사이 올림픽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럭비 대표팀은 마침내 결전의 땅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역사적인 첫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그것도 세계최강 뉴질랜드 럭비팀을 상대로.
큰 점수 차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입니다. 럭비는 구기종목이자 격투종목이어서 타고난 신체 조건과 운동신경이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운동장도 넓다 보니 우연히라도 득점하거나 우연히라도 약체 팀이 강팀을 이기는 일이 생기는 종목도 아닙니다.
그 어려운거 해낸 선수들은 얼싸안고 기뻐했습니다. 물론 점수가 거기까지였지만요.
경기가 끝나고 만난 선수들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체했습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인데 세계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럭비가 척박한 토양에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주장 박완용 선수는 “큰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지만 조금 더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거듭 아쉬워했습니다. 모든 선수의 마음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럭비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럭비에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겼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럭비가 있는 줄도 모르는 나라도, 국민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전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한건규 선수는 “럭비가 매스컴 탈 일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많은 분들이 럭비 알아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럭비하는 입장에서 의미가 정말 크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럭비가 조금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정말 열심히 준비한 이유는 후배들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살면서 딱 한 번밖에 없을지 모를 올림픽이기에 더더욱 그 마음이 컸습니다.
대회 내내 태극기를 들고 홀로 열띤 응원을 펼친 경기를 지켜보며 “지금까지 이런 무대를 경험시키지 못한 것 자체가 창피하다.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앞으로 유소년 저변 확충과 국제대회 출전에 조금 더 힘을 쏟겠다는 최 회장입니다.
선수들은 “럭비를 국민들한테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럭비의 존재를 알릴 수도, 경기를 보여줄 수도 없었을 거란 생각 때문입니다.
다 졌지만 선수들은 이대로 물러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상대는 일본 그리고 목표는 1승입니다.
노는 브로 덕분에 럭비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었네요. 그냥 보고만 있는데도 내 몸이 아픈 것 같았어요. 정말 원초적인 스포츠이고, 정말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럭비 불모지인 한국에서 왜 저렇게 힘든 운동을 하나 싶은 부모님스러운 걱정과 의문도 들었구요. 아무튼 유종의 미를 응원합니다!
첫댓글 화이팅!!!
노는 브로 덕분에 럭비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었네요. 그냥 보고만 있는데도 내 몸이 아픈 것 같았어요.
정말 원초적인 스포츠이고, 정말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럭비 불모지인 한국에서 왜 저렇게 힘든 운동을 하나 싶은 부모님스러운 걱정과 의문도 들었구요.
아무튼 유종의 미를 응원합니다!
노는 브로에서 럭비팀 나와서 관심있게 보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nfl보다 훨씬 재밌어요
안드레 선수의 어머니가 모델 김동수님이었군요. 후회없는 일전 되기를.
헉~~~진짜요???우리 어릴때 못생긴 톱모델 김동수 입니다~하면서 방송두 많이 나오셨었는데
농구만큼 피지컬이 중요한게 럭비인지라 쉽지가 않죠 ㅠㅠ 그래도 올블랙스 왈라비 상대로 점수낸건 대단하네요. 럭비 진짜 괴물들이 가득합니다... 190에 100키로 넘는 애들이 100미터를 10초 후반 11초 초반 뛰는데 어케 상대가 되겠어요 ㅠㅠ
결과는 아직 모르고 녹화중계 지금 보고 있는데 대한민국 잘하네요 ㅎㅎ
남자의 스포츠~ 영연방에선 크리켓만큼 유명한 것 같아요.
약간 럭비는 축구 크리켓은 야구로 보시면 될거같아요. 공하나 던져주면 다들 우르르 재밌게 놀수있는게 럭비, 장비가 필요한건 크리켓
안드레진은 찐 한국인이더군요 다들 드라마같은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