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한 회원님께서 이글스의 자랑거리를 꼽으면 뭐가 있겠냐는 화두를 던지셨죠.
생각해봤습니다. 구단별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긍정적 이미지가 뭘까. 그게 과거의 것이든, 현재진행형이든 말입니다.
타이거즈는 [이길 줄 아는] 팀입니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6번의 시즌 동안 해태타이거즈는 9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팀 매각 후 과거의 명성을 잃었지만 2009년에 모처럼 우승하면서 결국 V10을 일궜습니다.
타이거즈가 아무리 야구를 못해도, '검빨유니폼' 해태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진 않습니다.
그게 올드팬들의 기억에서건, 아니면 숫자로만 남은 기록에서건 말입니다.
타이거즈는 [선동열을 가진 팀]입니다.
1.70 / 0.99 / 0.89 / 1.21 / 1.17 / 1.13 / 1.55 / 0.28 / 0.78 / 2.73 / 0.49
11년 동안 선동열이 기록한 통산 평균자책은 1.20입니다.
타자들의 수준이 지금과 달랐고 든든한 동료들의 지원이 있었지만
262이닝을 던지며 0.99를 찍거나, 규정이닝 채우고 10승을 올리면서 0.78을 찍는 투수는 다시 안 나오겠죠.
8개 구단에 최소한 서너명씩의 올타임 에이스가 있지만
선동열은 KBO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 어떤 투수와도 [넘사벽]으로 둬야 옳습니다.
라이온즈는 [지지 않는 팀]입니다.
90년대 후반까지는 '우승 못하는 팀' 이미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미 우승을 6번 해본 명문팀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31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딱 4번 뿐입니다.
누군가에겐 그토록 염원인 [4강]이
삼성라이온즈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숫자입니다.
그거 아십니까?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못한 4번의 시즌에서
라이온즈가 찍은 성적표는 5-5-5-6입니다.
31년 팀 역사상 최악의 시즌이 [6위] 그것도 딱 한번이고
2년연속 5위를 기록한 19년 전이 그들에겐 치욕의 역사입니다.
타이거즈와는 또 다른 느낌의, 다른 구단과는 [넘사벽]의 발자국을 남긴 팀이죠.
라이온즈는 [방망이의 팀]입니다.
이만수-장효조-양준혁-이승엽을 가졌고
마해영을 데려와 우승도 했습니다.
역사상 최고 수준의 '갑툭튀'였을 95이동수도 가져봤고
누군가 제게 31년 프로야구 타순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분명 최우선 순위로 고민할
박한이-브리또-이승엽-마해영-양준혁-김한수-진갑용-강동우-박정환의 '02라이온즈'도 가져봤죠.
'다이너마이트'라는 별명을 가진 것은 우리의 응원팀이지만
소위 '빠따질'로 가장 명성이 깊은 팀을 꼽으라면, 우리가 한 수 접어줘야 할 지도 모릅니다.
자이언츠는 [뜨거운 팀]입니다.
그들은 가장 많은 관중과 제일 열광적인 팬을 가졌습니다.
'사직구장'은 이미 야구열기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고
미국이나 일본의 야구팬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팬심이 때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만
팬들은 분명 그것을 자랑거리로 여기겠지요. 그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분명히 많고요
자이언츠는, 선수들도 뜨겁습니다.
한국시리즈 4승을 올린 84년의 최동원도 뜨겁고
'여기서 지면 우리는 전부 태종대 바다에 가서 빠져 죽자'던 99년 박정태도 뜨겁고
.503의 출루율을 찍은 2001년의 다혈질 호세도 뜨거우며
아무도 해내지 못한 타격 7관왕을 해본 10이대호도 '핫' 했습니다.
선동열같은 엘리트 지배자, 송진우처럼 꾸준한 모범생의 느낌은 아닐 수 있지만
살을 에는 새벽바람, 요동치는 파도와 싸우는 억센 뱃사람처럼
롯데의 좌장들은 그렇게 강한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이 세 팀을 먼저 언급한 것은
해태가 우승을 가장 많이 했고
삼성과 롯데는 유일하게 1982년 프로야구 시작 후 팀 이름을 한번도 안 바꾼 '역사 깊은' 팀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꼴데'라고 놀리고
또 누군가는 '돈성'이라고 빈정대고
또 다른 누구는 '예전에 재수없었다'며 싫어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해 KBO에서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누군가에게 붙여야 한다면
저 세 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수분과 미러클의 베어스도 나름의 역사가 있고
(태평양/쌍방울과의 묘한 인연을 부정한다면) 와이번스는 '역사'가 짧지만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죠
반면, 현대의 전력을 물려받았지만 히어로즈는 '명문'이거나 '장점'을 논하기엔 아직은 좀 무리가 따르고
명문이 될 거라고 당연히 믿었던 90년대 초중반의 트윈스는 어쩐 일인지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이글스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뭘까요.
일단 '다이너마이트'가 떠오릅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유승안-장종훈-송지만-로마이어-김태균으로 이어진 [오른손 거포] 라인입니다.
김태완 최진행, 여기에 이범호까지 묶어 TNT를 이어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잠시 주춤한 모양새고요.
하지만, 저는 이글스의 역사. 혹은 이글스의 자랑을 논할때는 다른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응원팀이 야구를 꾸준히 잘한 것은 아닙니다만
중간중간 폭발력을 가진 시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때 팀 성적을 채운 사람들은 '에이스급 투수'입니다.
이상군-한희민-송진우-한용덕-정민철-구대성-류현진 여기에 문동환을 더한 라인이죠.
KBO에서 선동열이 가져간 승리가 146개입니다.
그보다 위에 있는 선수가 셋인데, 그 중 둘이 이글스 소속이죠.
이글스는, 몇몇 구단만큼 많이 이기진 못했지만 투수 개인의 승수로 따지면 그들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다들 짐작 하시겠지만, 숫자로 한번 확인해봅시다.
1_송진우 (210승)
2_정민철 (161승)
3_이강철 (152승)
4_선동열 (146승)
5_김원형 (134승)
6_김용수 (126승) + 조계현 (126승)
8_정민태 (124승) + 김시진 (124승)
10김상진 (122승)
11한용덕 (120승)
12윤학길 (117승)
13김수경 (112승)
14장호연 (109승)
15정삼흠 (106승)
16임창용 (104승)
17최동원 (103승) + 손민한 (103승)
19배영수 (102승) + 박명환 (102승)
21이대진 (100승) + 이상군 (100승) + 이상목 (100승)
24류현진 (98승)
붉은색은 이글스 소속이고, 푸른색은 그 기록을 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선수들입니다.
서른 셋 배영수가 좀 더 치고 올라올 확률이 있습니다만
앞으로 6년간 10승씩 올려야 정민철의 기록을 넘어서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죠.
사람들은, 이글스가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대우를 잘 해줬다고 믿습니다.
맞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글스가 유별나게 그들을 잘 대접했다기 보다는
그들 모두 그럴만한 자격과 품격을 갖췄습니다.
통산 214세이브로 오승환-김용수에 이어 구원 3위에 오른 중무리 구대성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구대성이 매년 한국에서 뛰었다면
좀 더 좋은 투수진의 보호 속에, 그러니까 지금 삼성의 오승환처럼 던졌다면
그 역시 송진우처럼 세이브 순위 맨 윗자리에 있었겠지요.
(제가 류현진의 국내 잔류를 은근히 바란 이유도 바로 저 순위 때문입니다)
(100승 투수 5명을 배출한 구단이고 싶어서, 그리고 통산 다승 1-2-3위를 이글스가 점령하는 걸 보고 싶어서)
한화는 지금껏 엘리트야구를 해왔습니다.
선수층이 얇았지만,
튼튼한 선발투수와 오른손 강타자를 앞세워, 그들의 바이오리듬이 잘 맞으면 좋은 성적도 냈습니다.
이제 현대 야구는 그런 것을 지양합니다.
두꺼운 선수층으로 여러명이 협업하는 것이 더 이상적입니다.
앞으로 이글스도 그런 야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에이스 투수와 오른손 강타자 만큼은 27년 이글스 역사의 [자랑]으로 남겨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취향상, 강타자보다 에이스 투수에서 더 자부심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첫댓글 최다 해외진출선수 보유팀이요
저는 그냥 최다승 3000-2000 클럽 송진우 선수와 최초 40홈런을 돌파한 장종훈 선수가 최곱니다.
이상목도 붉은색 안될까요?
캬 정민철 송진우 구대성 빙그레 시절 그립네요!
좋은글입니다^^
^^
나름 통산 평균순위 4위였던걸로 지난해까지는 기억하는데..올해 꼴찌 반영하면 어케 되려나요ㅜㅜ
제 기억으론 저희보다 통산 평균 순위가 위인팀은 호랑이 사자 곰 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암흑기가 길었던 엘지 롯데 앞뒤로 태평양 넥센 쌍방울의 배경을 가진게 왕조로 불린 현대 sk 때문이죠
그회원이 저인가요?
이글스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레전드" 죠 ㅋ
회원 글 지우실때 뭐라도 좀 정보 주시고 지워주세요. 막말 한것도 아니고 실명 조금 거론했다고 하여 이렇게 본인이 신경써서 쓴 글 바로 지우시면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신가요 본문에 송지만 선수를 송진우선수라고 하셔서 이야기해드리고 수정하셔서 삭제한다고 댓글드린후에 삭제했습니다
어떤 글 말씀하시는건가요?
예전에 박경완 선수 한화에 왔으면 좋겠다는 글 썼는데 지워졌더라구요...꽃범모님한테 드린 말씀 아닙니다.
저도 강타자보단 에이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역시 에이스라 하면 완투가능한, 한경기를 책임져줄만 선수지요. 요즘엔 류현진 선수가 마지막일듯...
레전드의 팀이요..ㅎㅎ 그리고 해외진출의 요람..ㅋ
이글스는.. 위대한 영웅들의 팀입니다..
레전드의 팀에 동감합니다. 레전드급 투수도 많고 이정훈, 이강돈, 장종훈, 강석천 등 레전드급 타자도 많죠.
응원단장 창화신도 자랑스럽네요.
공감100%ㅋ
전 장종훈선수만으로도 이글스의 자랑을 하고 다닙니다^^
KBO 홈페이지에 역대 기록이란 코너를 간혹 들여다 봅니다 -- 타자 부문에서는 도루를 제외한 모든 기록을 양준혁이 갖고 있지요 -- 반면 투수 부문에서는 세이브를 제외한 모든 부문을 송진우가 갖고 있지요 자랑스럽습니다
뭐 우리팀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죠 잘나가던 해태 (기아)도 꼴지 한 적이 있었고 삼성도 우승 못해 애 태우던 시절 있었고 -- 80년대 꼴지 대명사 삼미 (청보)가 태평양 거쳐 현대 시절 그렇게 잘나갈지 몰랐는데 또다시 구단 해체 되어 히어로즈로 이어갈줄 몰랐죠 -- 2001에서 2004 까지 4시즌 연속 꼴지하던 롯데가 지금 저렇게 될지 몰랐고 -- 쌍방울 선수 주축으로 창단한 SK가 요근래 6시즌 한국시리즈 진출할 정도 강팀이 될줄 몰랐죠 -- 10년 연속 가을잔치 못나가는 LG 5년 연속 가을 잔치 못나간 우리팀 한테도 언젠가는 좋은 날 오겠죠 ㅎㅎㅎㅎ
이글스의 자랑은 일등을 하나 꼴찌를 하나 변함없이 이글스를 응원하는 저희같은 팬들 아닐까요? ㅎㅎㅎ
우리의 자랑은 영구결번이 3명이라는거 ㅎㅎ
다저스 소속의 선수를 2명이나 보유한팀? 이런건 안되나요 번외로 ㅎㅎ
영구결번과 해외진출이 가장 많은 팀 / 통산승수 가장 많은 선수 2명을 보유한 팀 / 지금은 꼴지지만 05~07년 3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이상을 진출한 팀 / 08년도 홈런순위에서 2위만 빼고 1~5위를 모두 독식한 팀 / 7번째 창단팀임에도 불구하고 팀통산홈런 개수 3위에 올라있는 팀 / 몇년전만 해도 팀홈런 1위를 독차지했고, 팀에서 20홈런 및 10승 이상의 투수를 20년간 꾸준히 배출했던 팀(비록 작년과 올해 무산되었지만요..)
비록 세대교체에 실패하여 지금은 못하지만 우리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야구를 보기 시작하여 한화가 만년꼴찌인줄만 아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