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소백산으로 가기로 한 날...
그런데 이날 우린 좀 바빴다.
얼마전 누나네서 가져온 것에 보태어 이 날 작은 장롱을 하나 더 가져왔다.
그러다보니 집은 거의 이사하듯 옷가지위주의 짐들이 널려 있고...
딸아이 발레 연습 빼먹기 위해 전화하고...
프린터가 제대로 안되서 애프터 서비스 받고...
아들놈 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엑스레이 찍어보고....
그 와중에 병아리도 한 마리 죽었다.
죽은 병아리 잘 묻어주고 들어왔는데...나머지 작은 놈 한 마리도 비실비실한다.
어쩔 수가 없어서 물과 모이만 충분히 주고 집안 치우는건 나중으로 미루고 출발...
주유하고 88로 나가서 중부, 영동, 중앙 고속도로를 거쳐서 단양에서 나와 다시 달리다 보니
목적지인 소백산 관광목장 표지판도 보인다.
길은 어찌나 밀리는지...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는데 이미 해는 지고...
여주 휴게소에서 뒤따르던 일행인 김선생을 잠시 만났다가 우리 먼저 다시 출발...
길은 점점 사정이 나아져서 나중에 중앙고속도로에서는 완전 정상소통...
단양에서 예천쪽으로 가다가 표지판을 보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완전히 구불구불 구절양장의 산길을 달려서 결국 여덟시가 넘어서 도착.
아이들이 배고파하기에 우선 고기를 구워서 밥을 먹인다.
고기는 이곳에서 파는 것이라는데... 등심이 기름이 하얗게 많았다.
기름을 적당히 좀 떼어내고 구우니 고기는 참 맛이 있었다.
우리 먼저 먹다가보니 뒤늦게 달려온 김 선생도 도착...
소주 한잔 곁들여서 이런저런 이야기...
포항의 유 선생은 이리 오려다가 장인어른이 위급하다는 소식에 급히 방향전환해서 못오고...
전화로 확인한 결과 좀 나아지셨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역시 어르신들은 어제 건강하셨다가도 오늘 또 어찌 되실지 모르는 일이니...
그저 자주 자주 찾아 뵙는수 밖에...
김총무 부인은 사업상... 김선생 부인은 직장업무로... 아들은 데려올 사람이 없어서...
(김선생이 오늘 서울시청앞에서 강연하고 오느라고...)
가족들까지 다 모이기로 했었지만 결국 우리 가족만 전부 참석...
방은 상당히 따뜻했다. 비록 윗바람이 좀 있었지만...
단독 기름 보일러가 있고 가스 순간 온수기가 있어 더운 물도 쓸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건너편 산등성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꽉 막힌 느낌은 들지 않게 옆으로는 시원한 하늘도 보인다.
일어나서 슬슬 건너편으로 구경을 가니 사슴도 있고 소도 있고...
단양 축협에서 만들어 운영을 한다는데... 단위 농협이 큰 투자를 한 셈이다.
풀장도 있고 우리 농가를 재현해 놓은 곳도 있고...여름에 오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라면을 사다가 어젯밤의 밥을 말아 먹고 남은 밥은 눌려서 숭늉을 끓여 마시고...
짐을 싸서 출발하며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구경을 시켰다.
한우를 키우는 곳에서 아저씨 한 분을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사인암을 보고 가기로 하고 차로 달려서 가까이 있는 사인암에 금방 도착.
생각보다 참 좋았다.
단양을 다니면서 도담삼봉이나 노동동굴 같은 것만 보고 지나치곤 했는데...
청련암... 볼것이 많진 않았어도 자그마하고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암자...
사인암 주변 역시 넓적넓적한 바위가 많아 여름엔 너무 좋을 것 같다.
바위위엔 장기판 바둑판도 그려져 있고....드러누워 낮잠을 자기에도 좋겠다...
흔들다리를 건너서 커피를 뽑아 마시고...
다음은 부근에 도예촌이 있다기에 그리로 차를 달렸다.
월악산을 가로지르는 드라이브... 입장료는 냈지만 나중에 돌려 받을 수도 있겠다.
삼십분 이내에 빠져 나가면 돌려 준다는데... 우린 그냥 돌려받지 않았다.
도자기 전시판매장에서 구경을 하는데 가격이 이천이나 광주에 비해 비쌌다.
작은 찻잔 같은 소품하나도 제일 싼것이 3~4,000원...
여기서는 막사발같은 (일본에선 국보라는 다완같은...) 것이 주로 많이 구워지는 모양이다.
다시 차를 달려서 간곳이 문경의 세트장... 이미 예전에 보았던 곳이라서 구경은 하지 않고
그 앞의 식당에서 온천수 역돔회를 먹었다.
썰은 야채와 회 그리고 참기름, 마늘 다진것, 콩가루, 고추장 등등을 넣어 비벼서 먹는데...
나중에 밥까지 넣어 비벼 먹어도 좋고...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그곳에서 해산하여 김총무와 김선생은 수안보에서 온천욕을 하고 오기로 하고
우린 깁스를 한 아들 녀석때문에 온천을 포기하고 그냥 서울로...
수안보에서 헤어져 충주로 해서 3번 국도를 따라 집으로 오는데...
충주부근과 이천 근처에서 길이 아주 많이 밀렸다.
집사람과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대여섯 시간 걸려서 돌아오니...
걱정했던 대로 작은 병아리는 죽어 있었고 큰놈만 홀로 그 많던 모이를 다 먹어치우고
상자를 뛰어 넘으려 애쓰고 있었다.
모처럼 다녀왔는데... 아들녀석은 옷 안입고 뛰더니만 감기에 걸려서 고생하고...
집사람은 집안 치우고 빨래하고 어쩌고 하다가 아주 뻗어 버렸고...
그래도 역시 단풍구경도 할 겸 잘 다녀왔다.
우리가 잤던 소백산 관광목장의 6호 방갈로
엘크사슴... 그 앞의 풀을 뜯어 먹여주기에 애들이 한동안 재미있어했다.
소백산 관광목장.. 저 멀리 왼쪽으로 방갈로가 가운데쯤엔 콘도식 여관건물이 보인다.
시골집을 하나 만들어 놓았다. 소와 송아지 검은 닭 토끼 흑염소등이 있었다.
한편에선 이렇게 아직 방목도 하고 있었다.
사인암 근처의 암벽...
암벽과 붉은 단풍...
사인암... 밤에 조명을 밝히면 부처님과 동자상이 떠오른단다.
분위기가 좋아보이는 작은 암자 청련암...
청련암 그리고 그 옆의 사인암...
바위틈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잡은 청련암의 삼신각...
방곡의 도자기 전시 판매장.. 오른쪽으로 가마가 보인다.
주변에는 카페도 있고 시골 장터처럼 각 도요의 작품들을 파는 곳도 만들어 놓았다.
문경 세트장앞의 이 식당에서 역돔회를 먹었다.
*사인암은 수 백 척을 헤아리는 기묘한 암석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그리고, 그 도도함 깊은 곳에는 수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지나온 해묵은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진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으로 풍화되어 있는 바위의 흔적들!
사인암 밑을 흐르고 있는 남조천은 굽이굽이 이 일대를 감돌고 있다.
그 수려한 절경 때문에 "운선구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인암은 고려말 역동 우탁 선생이 사인 벼슬 재직시 이곳에서 청유하였다는 사연에 따라
조선 성종대에 단양군수 임재광이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곳에는 역동 우탁 선생의 기적비가 세워져 있고 풍경이 잘 어우러진 한 폭의 산수화 같다.
한편 인생의 허무를 노래한 우탁선생의 시조 2수가 다음과 같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사인암에 비가 세워져 있다.
시조 :
한손에 막대잡고 또 한손에 가시쥐고
늙는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청산에 눈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데없네
저근 듯 빌어다가 머리우에 불리우고자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