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3년만에 전투함 부활...생존 장병들이 취역 깃발 올렸다
“쇼 이용 안 당해” 文때 진수식 불참 생존 장병들, 2년만에 참석
노석조 기자
입력 2023.05.19. 16:48업데이트 2023.05.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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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이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에서 열린 해군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826) 취역식에서 한규철 천안함장 등에게 경례받고 있다./연합뉴스
2010년 북한에 폭침됐던 초계함 천안함(PCC-772)이 전투 능력을 갖춘 최신 호위함 천안함(FFG-826)으로 13년만에 다시 태어났다. 해군은 19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신형 호위함 천안함 취역식을 열고 “천안함 46용사의 애국충정과 국민 염원을 담은 천안함이 해군 핵심 전투 함정으로 부활했다”면서 “전력화 과정을 거쳐 올 연말 옛 천안함과 같은 2함대에 작전 배치돼 서해 수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열린 해군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826) 취역식에서 천안함(PCC-772) 참전장병인 박연수 중령(왼쪽)과 류지욱 중사가 취역기를 게양하고 있다./해군 제공
이날 취역식에는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 원종대 국방부 전략정책관, 김종철 합참 전력기획부장 등 군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예비역 대령) 등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도 함께 했다. 최 전 함장 등 생존 장병 34명 전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신형 천안함 진수식에도 참석하려 했지만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천안함 좌초설’ 등 각종 음모론을 제기한 유튜브 영상에 ‘문제가 없다’는 취재의 결정을 내려 이에 대한 항의로 예매했던 기차표도 취소하며 전원 불참했었다. 이들은 “쇼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해군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826) 취역식이 거행되고 있다./뉴스1
당시 진수식도 국방장관이 참석하긴 했지만 일부 유가족을 앉혀 놓은 채 북한 폭침에 대해선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한반도 평화’ ‘세계 평화’ 등 두루뭉술한 표현의 연설을 해 논란이 일었다. 진수식은 건조한 배를 처음 띄울 때, 취역식은 이후 성능 검증을 거쳐 해군으로 인수될 때 개최된다. 통상 해군에서는 진수식이 주목을 받는데 새 천안함은 이례적으로 취역식 때 생존 장병이 참석하며 2년만에 온전한 행사가 치러진 것이다.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826). 신형 천안함은 길이 122m, 폭 14m, 높이 35m, 2,800톤이며, 최고속력 30노트(시속 55km)에 해상작전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또한, 5인치 함포, 20mm 팔랑스(Phalanx), 함대함유도탄,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로 발사하는 함대지유도탄·장거리 대잠어뢰·유도탄방어유도탄 등의 무장능력을 갖추고 있다./해군 제공
해군은 이날 새 천안함 취역을 알리는 취역기 게양을 옛 천안함 참전장병인 박연수 중령(진)과 류지욱 중사에게 맡겼다. 류 중사는 “하늘에 있는 46명의 전우와 군과 사회에 있는 생존 58명 전우와 함께 하는 마음으로 게양을 했다”고 밝혔다. 류 중사는 새 천안함에도 승조원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최 전 함장은 “천안함의 수호 임무가 2010년 3월 26일에 멈췄는데, 신형 호위함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새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면서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새 천안함이 옛 천안함 전사자와 참전장병의 몫까지 더해 강력히 응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새 천안함 함장인 한규철 중령은 “취역식에 참전장병을 비롯해 유가족분들이 함께해 더욱 뜻깊다”면서 “용사의 고귀한 희생과 수호 의지를 이어받아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어떤 상황에도 서해를 완벽 수호하겠다”고 했다.
2020년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려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유족인 윤청자 여사가 천안함 소행이 누구인지 말씀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취역식에선 천안함 폭침 전사자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 등 유가족들이 새 천안함에 탑승해 선상과 내부를 둘러보기도 했다. 윤 여사는 지난 2020년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분향할 때 다가가 “대통령님,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 천안함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윤 여사 등 유가족은 이날 해군 측으로부터 새 천안함 제원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최 전 함장 등 생존 장병들과 함께 함선 앞에서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열린 해군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826) 취역식에 참석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 등 천안함 용사 유족들이 천안함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천안함 용사 유가족과 생존 장병, 그리고 해군 관계자들이 19일 진해 군항에서 열린 신형 천안함 취역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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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안함은 배수량 2800t(톤)으로 구형(1000t)보다 함급이 한 단계 격상된 호위함이다. 길이 122m, 폭 14m, 높이 35m이며, 최고 속력 30노트(시속 55km)에 해상작전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무장은 5인치 함포, 20mm 팔랑스(Phalanx), 함대함유도탄,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로 발사하는 함대지유도탄·장거리 대잠어뢰·유도탄방어유도탄 등을 탑재했다. 또 선체고정음탐기(HMS)는 물론 과거 천안함에는 없었던 예인선배열음탐기(TASS)를 탑재해 원거리에서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추진 전동기와 가스터빈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탑재해 대잠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해군은 전했다. 평상시 소음이 작은 추진 전동기를 운용해 잠수함의 탐지를 피해 은밀히 항해하고 유사시엔 가스터빈 엔진으로 전환해 고속 기동이 가능하다.
김 사령관은 “새 천안함은 취역 이후 전력화 과정과 작전 수행 능력 평가를 거쳐 올해 말 서해에 작전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새 천안함은 당초 6월 취역 예정이었지만, 빠른 작전 임무 수행을 위해 당초 일정을 한달 가량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형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남서쪽 약 1㎞ 지점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공격당해 침몰했다. 이 공격으로 천안함 승조원 46명이 전사하고, 수색 작전에 투입된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윤영하 정장의 동생 윤영민씨가 지난 2022년 조선일보와 인터뷰할 때의 모습. 윤영민씨는 현재 LIG넥스원에서 보안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이에 앞서 해군은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고(故) 윤영하 참수리 357호정 정장(당시 대위)을 포함한 6명 전사자의 이름을 각각 딴 전투 함정 6대를 평택 2함대에 작전 배치해 운용 중이다. 해군은 “윤영하함 등 제2연평해전 여섯 용사 함정의 탄생 그리고 이번 천안함의 재탄생은 국가와 군이 전사한 우리 장병을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한다는 의미”라면서 “북한 도발에 강력한 응징 의지도 담겨있다”고 밝혔다.
천안함취역식전투함 부활
노석조 기자 편집국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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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wo Koreas correspondent
출처 천안함, 13년만에 전투함 부활...생존 장병들이 취역 깃발 올렸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