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호스피스 사랑방
 
 
 
카페 게시글
........... 사랑방 나 눔 터 스크랩 사는얘기 바쁘다 바빠
줄리아 추천 0 조회 85 06.09.03 12:23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질 않아. 제목도 생각이 안나고 내용도 생각이 안나지만

극중에 아버지로 나오는 백일섭이 '바쁘다 바빠 '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그 말이 유행이 됐던 

드라마가 있었는데. 요즘 내가 그 아버지처럼 "바쁘다 바빠, 정말 바빠," 하면서 산다.

 

일주일에 다섯 번 큰 딸네 집에 파출부?<우리 딸이 들으면 서운하다 하겠지만 돈 받고 집안

일 해주는 파출부 아줌마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해주는데 맞지 뭐,> 나가고,

두 달전에 언니네 옆으로 이사 온 작은 딸네 집에도 하루 걸러 드나들면서 청소 빨래 등을 해 준다.

이 집<작은 딸>은 식구가 없으니 일거리는 많이 없으나 작은 딸이 직장엘 나가니 다른 사람 손이

조금은 필요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일이 그것만 있는것이 아니다. 우리집에서는 집에서대로  또 내 일이 있다.

 

이럴게 아니라 오늘은 아예 나의 일주일간의 일과를 한번 적어 보자,

아침 6시경에 눈 뜨면 출근하는 남편, 아들이 마실 미싯가루랑 홈삼을 물에 타고, 또 사과  한 개

깍아 그릇에 담는다. 가는 차안에서 먹으라고, <이것은 내가 우리 남편을 위해 오래전부터 해 온

일인데, 요즘은 전철역까지 아빠 차를 얻어타는 우리 아들 때문에 남편보다 아들을 위해 깍는다.> 

또 남편,아들이 매일 갈아 입는 바지, 와이샤쓰 를 전날 미쳐 다려 놓지 않을 때는 다림질 하느라

바쁘다. 거기다 아침에 제 힘으로 못일어 나는 아들을 몇 번씩 불러서 깨우느라 내 입도 바쁘다.

 

그렇게 남편 아들 보내고 나면, 아침 준비를 한다. 여기서도 밥 하는것은 내몫이니까,

어느때는 동생한테 맡기고 그냥 딸네 집으로 달아 날때도 있지만, 애초에 약속대로 '밥은 언니가,

설겆이는 동생이' 이걸 지키느라 될 수 있으면 밥은 내가 한다.

 

아침밥 먹고, 어느때는 이렇게 컴퓨터도 쪼끔 하고, 청소도 좀 하고 빨래도 좀하고,

그런데 어느때는 너무 귀찮아서 청소도 빨래도 밀어 놓고 그냥 딸네집으로 간다.

그러면 동생이 해놓는다. 고맙게도,

 

딸네집에 도착해서 앉지도 못하고, 딸네 식구들이 먹고 나간 아침 설겆이부터 시작해서

청소, 빨래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 오는 아이들 간식 좀 먹이고 학원 보내고,

그러다보면 저녁 때가 되고, 그러면 저녁 반찬 사러 아파트 앞 가게에 가서 반찬거리 사다가

저녁을 한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은 이것 뿐이 아니었다.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 <큰 딸네 아이 둘, 작은 딸네 아이 하나> 셋 점심 먹이고,

시간 맞춰서 학원 보내고, 또 매일학습지랑 숙제 하라고 잔소리 하고, 정말 몸도 입도 바빴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손녀 딸 치과에도 서너 번 데리고 다녀야 했다.

이제 내일이 이빨 씌우는 날이니 치료가 끝이지만, 다른 또 한놈 데리고 가야 한다.

둘 째딸이 제 아들 이빨이 이상 없는지 치과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언제 가냐고 걱정 하길래  

엄마가 데리고 가 줄테니 걱정 말라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검사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충치가 있다거나, 이상이 발견 되면 또 몇 번 더 데리고

가야한다. 그리고 그 치료비도 필경 내가 물어야 할것이다.다.

이번에 큰 딸의 새끼, 손녀딸 치료비 7만원도 내가 물었다.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딸년도 준다고

해놓고 하루 이틀 지나면 잊어버리고 만다. 매사가 이런식이다.

그래서 몇 번 큰 딸한테 그랬다. "니가 돈 줘봐야 니들한테 다 들어가, "라고,

 

이렇게 하루 해가 가고 저녁때가 되면, 저녁밥 해서 세 놈들 저녁 먹여 놓고, 시간이 되면 나도

한 술 뜨고,시간이 없으면 부랴 부랴 집으로 온다. 국물을 좋아하는 아들이 먹을 국꺼리를 장만해서,

어느때는 딸네 시장 보면서 우리꺼도 준비하고, 어느때는 오다가 식당에 들려서 추어탕도 사고

설렁탕도 산다. 

그렇게 집에 오면 저녁 8시가 조금 지난다.

그저께는 저녁도 못먹고 온 나를 보고, 동생이 그런다."아이고, 저녁밥도 못먹고 그게 뭐여,
그러다 쓰러지겄다."라고,

그래서 "쓰러지면 그냥 죽지 뭐, 사는게 별거냐?"

 

사실 요즘은 마음이 좀 그렇기는 하다.

남편 하고 문제가 있는 둘째 딸일도 그렇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주 술을 먹고 곤드레

만드레 되가지고 들어 오는 아들도 그렇고,<술을 먹으면 건강에 지장이 있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어 늘 내 애간장을 태 우는  놈이라...한국의 직장 풍토는 왜 그런건지, 회식을 하면 밥이나 먹고

끝나지 술은 왜들 먹는지 모르겠다.>

젊어서부터 돈벌이를 안하는, 그래서 누나인 내게 돈 애기 아니면 할 말이라고는 없는 남동생이

돈 못번다고 마누라 한테 쫒겨 났는지 우리집에 와 있는지가 두 주나 되고,<일 년이면 이렇게

몇 번씩 온다> 오자마자, 마누라가 돈 구해 오란다고 넌지시 말 하길래 나는 더 죽겠다고

죽는 소리는 했지만,,,,갈 때면 다믄 용돈이라도 몇 푼 줘야 한다.

아뭏든지 요즘은 마음도 몸도 찌그러진것같다.

그런데  어찌된셈인지 밥도  잘먹고, 잠도  잘 잔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으니 세상살이에

어느정도는 도가 트였나?

그런데 사실 그게 아니다. " 따지고 보면 구겨진 일보다 즐거운 일이 더 많다"고 스스로

위로하기 때문일게다.

취직 하기 어려운 요즘, 조금은 좋은 직장에 다니게 된 우리 아들, <비록 잦은 술곤드레때문에

나를 화가 나게끔 하지만,>

월급은 못받아도 매일 출근 할 곳이 있는 남편, 마흔이 다 되가는 아줌마인데도 직장에서

인정받고, 은행 대출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제집이라고, 아파트 하나 지니고 남편하고 아들 딸

하고 오손 도손 살아가는 큰 딸,

<작은 딸 일이 많이 걱정스럽고 때로는 화까지 나기는 하지만, 참고 기다리다 보면

하느님께서 좋은 길로 인도 해 주실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내 찌그러진 마음을 펴주고, 힘없는 허리를 받쳐주는 것은 개구장이

두 손주에다 한 손녀 딸, 이 세 놈들이다.

한참 말썽장이들이라 일은 많이 시키지만, 그것들을 위해 일 하는것은 피곤 하면서도 즐겁다.

그래서 말썽 부리지 말라고 싸우면서도 웃고, 그 웃음속에서 걱정을 잊고 힘을 얻는다.

 
다음검색
댓글
  • 06.09.03 16:26

    첫댓글 차 안에서 먹으라고 사과 깍아 담으시는 모습 하나로도 얼마나 바쁘게 사시는지 가히 짐작이 됩니다..요즘은 잘나가는 딸가져도 에프터 서비스가 필요하고...여기 저기 다니시고... 손주 손녀딸 챙기시랴..바쁘다 바뻐라는 말씀이 나오실만도 하시겠어요..

  • 06.09.04 09:52

    줄리아님의 저력이 가족간에 사랑의 삶 이었음을 확인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풍성한 갈무리 하시길 기원 합니다. ^^)*~

  • 06.09.04 23:27

    우와 원더우먼이시네요...나 너무 한가하게 사나? 죄송해요.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