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이 발생했을 때, 뼈가 다시 붙는데 걸리는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나이나 골절 부위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골절에 의한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려면 뼈가 다시 붙는 기간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뼈가 다시 붙도록 하려면 어떤 치료를 해야 할까. 과거에는 뼈가 골절을 입었을 때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골절된 뼈의 원상회복에는 영양분보다 전기적 자극이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체내에서 전기적 자극을 통해 골절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임플란트가 개발됐다 ⓒ wisc.edu
이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현재 전 세계는 골절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는 전기적 자극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용해성 골절 회복 촉진 임플란트’ 시스템이 있다.
밀접한 관계인 골절 회복과 전기적 자극
용해성 골절 회복 촉진 임플란트를 설명하려면 우선 골절 회복과 전기적 자극의 상관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과거 국내 한방병원에서 진행된 흥미로운 실험이 존재한다.
연구진은 총 40마리의 실험쥐 종아리뼈에 인위적으로 골절상을 입혔다. 이후 40마리를 20마리씩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눈 다음, A그룹 쥐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전기 자극을 시행했고 대조군인 B그룹 쥐들에게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후, 연구진은 두 그룹 쥐들의 종아리뼈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A그룹 쥐들의 다리뼈는 뼈 사이의 틈이 눈에 보일 정도로 좁아지면서 상당히 호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에 대조군인 B그룹 쥐들은 회복되기는 커녕 오히려 뼈 사이의 간격이 더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전기적 자극을 가한 그룹(빨강)의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다 ⓒ 한의학아카데미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원인 규명에 들어갔다. 그리고 뼈의 형성과 뼈가 다시 붙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전기적 자극이 지속되면, 음극에서 낮아진 산소 분압과 높아진 수소 이온 농도로 인해 뼈가 붙을 수 있는 이상적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A그룹 쥐들의 종아리뼈 성분을 분석해 본 결과, B그룹의 쥐들보다 뼈를 재생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간엽세포와 섬유아세포, 그리고 조골세포 등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체내에서 용해가 되는 골절 회복 촉진 임플란트
골절된 뼈에 전기적 자극을 제공하는 임플란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진은 미 위스콘신대 소속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체내에 전기적 자극이 가능한 임플란트를 심어 골절 회복 기간을 일반적 기준에 비해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골절된 뼈에 전기적 자극을 지속적으로 가하기 위해서는, 칩 형태의 임플란트를 수술을 통해 체내에 삽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삽입 후 성공적으로 골절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가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바로 다시 한번 수술을 통해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골절 회복 기간을 앞당기는 것은 좋지만, 피부를 잘라야 하는 수술을 두 번씩이나 해야 한다는 점은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한 번의 수술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체내에서 녹아 사라지는 성분으로 만든 용해성 임플란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슈동왕(Xudong Wang)’ 위스콘신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전기를 사용하여 골절된 뼈의 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는 체내 이식형 임플란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라고 밝히며 “임플란트가 제공하는 전기는 환자가 움직일 때 마다 전기를 생성하는 임플란트 박막의 마찰에 의해 발생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구진은 체내에서도 안전하게 용해되는 이식 가능한 임플란트를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살아있는 유기체에 별다른 부작용 없이 이식할 수도 있으며, 골절 회복이 끝난 후에는 수술을 통해 제거할 필요가 없는 용해성 임플란트를 만드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
용해성 임플란트의 소재 개요 및 원리 ⓒ wisc.edu
이와 관련하여 왕 교수는 “체내에 이식이 가능한 장치를 만들 때는 소재가 생물학적으로 불활성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만약 소재가 생물학적 불활성 성분이 아니면 체내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 환자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불활성인 재료의 대표적 사례는 스테인리스스틸이다. 깨끗한 스테인레스스틸 조각은 체내에 남아 있어도 별다른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용해성 골절 회복 촉진 임플란트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경골이 부러진 실험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골절된 뼈의 회복 시간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플란트는 골절된 뼈를 치료한 후, 별도의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체내에서 성공적으로 용해된다는 사실도 검증했다.
물론 해당 임플란트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골절된 환자가 움직여서 전기를 생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쥐는 뼈가 부러져도 움직일 수 있지만, 사람은 병상에서 그런 기계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난제가 놓여져 있지만, 용해성 임플란트의 미래는 상당히 밝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골절 환자들이 입원하는 시간을 용해성 임플란트가 대폭 축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