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근 '인기가수그룹인 수퍼주니어 멤버 이특씨의 치매 조부모를 부양중인 아버지가 살해하고 또 자신은 자살한 것'으로 경찰이 추정발표한 것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오늘 제가 깨끗이 세탁한 모친의 담요(지난 일요일에 여동생이 세탁했는데 하루만에 오물이 묻었음)를 들고 모친이 계시는 요양원 402호를 찾는다는 것이 302호에 들어가니 그곳 요양보호사들이 깔깔 웃으며 "소장님도 이제 치매가 온 것 같네요..."라며 저를 놀렸습니다. 아무튼 다시는 이특네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노인이 간병한다는 것은...
십자가를 안테나로!
얼마 전 저의 모친이 계시는 요양원에 병상 한 자리가 나자 저는 지체없이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게, 요양원에서 마침 나의 모친 옆 자리가 하나 비었어. 자네 모친도 여기 오시면 내가 매일 저녁마다 방문해서 잘 돌봐드릴 수가 있네...” 하지만 그 친구는 “나야 대찬성이지만 부친이 하루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야겠다’, ‘하루는 ’힘들지만 내가 계속 돌봐야겠다’고 하셔서 도무지 우리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네...” 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아무튼 새해에는 친구의 모친도 저의 모친이 계시는 요양원에 오셔서 같이 요양을 하시고 또 친구의 부친도 무거운 짐(?)을 벗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난 4월에 쓴 저의 글과 노인 간병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금년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영화 ‘아무르’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방문금지령의 이유는...>
얼마 전 저의 모친이 계시는 요양원의 한 할아버지가 요양원으로부터 ‘방문금지’라는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아내는 요양원의 다른 할머니들보다 비교적 젊은 70대 할머니였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좀 있는지 가끔 “나는 인조인간입니다....”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나가서 죽고 싶다...”며 출입문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습니다. 자기 아내의 상태가 이런 중병인지라 그 보호자인 할아버지는 매서운 한 겨울에도 매끼마다 요양원에 와서 아내의 식사수발을 직접 돕고 또 아내가 화장실을 갈 때도 늘 같이 가며 보조를 해주는 그야말로 지극정성의 훌륭한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착한 할아버지가 얼마 전에는 아내가 식사를 잘 안한다고 억지로 밥을 먹이다 아내가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급히 실려 가는 일이 생겼었고 또 최근에는 아내가 자기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아내를 마구 때렸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치매에 걸린 아내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하여 미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사랑을 받은 미국의 80대 남성인 찰스 스넬링씨(81)가 지난 3월 29일경, 자기 아내를 총으로 쏘아죽이고 자신도 총으로 목숨을 끊은 채 가족들에게 발견되어 미국 사회는 지금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스넬링씨는 부유층 집안에서 태어나 사업으로 성공했으며, 시의회 의장과 공화당의 주(州)재정담당 위원을 거쳐 작년까지 워싱턴 일대의 공항을 총괄하는 워싱턴공항공단 회장을 지냈으며 6년 전에 동갑내기 부인인 아드리안(81)이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자 직접 아내를 간병해왔다고 합니다. 그는 작년 12월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부탁으로 70대 이상 노인들을 위한 ‘일생의 업적과 깨달음을 회고해보는 글’을 보냈으며 이 기고문에서 그는 아내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던 순간부터 부부의 러브스토리, 아내가 치매에 걸린 후 간병을 하며 들었던 생각들을 진솔하게 풀어내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돌볼 때 기쁨과 책임감을 느끼지 않은 적이 한 순간도 없었다. 그녀는 (치매 걸리기 전) 55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나를 돌봐줬던 사람이다. 이제는 내 차례”라며 “내가 하는 일은 숭고하지도, 희생적이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다. 이건 그냥 옳은 일”이라고 했다. “투병기간 중에도 아내는 정말 아름다웠다”고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매에 걸린 아내나 가족을 간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위의 안타깝고도 비극적인 사례에서 잘 알 수 있었으며 또 앞으로 우리 사회도 노인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아무르’>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 분)와 안느(엠마누엘 리바 분). 어느 날 아내 안느가 식탁에서 갑자기 마비증세를 일으키면서 그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아내 안느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 남편 조르주는 동네 사람들의 칭찬과 감탄을 받을 정도로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헌신적으로 집에서 돌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그는 자신의 한계에 좌절하고 또 깊은 분노와 절망을 느끼다가 결국 안느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기로 한다...
<말씀에 접지하기; 에페 5, 33>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