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못하고 맞는 펀치가 뼈아프다. 9월 15일 오전 3시경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중계된 김장용의 경기가 바로 그랬다. 6승 5패 1무의 선수가 12연승 10서브미션승을 기록중인 신예를 상대로 싸운다면,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상대선수의 홈이라면 승리는 웬만해서 보이지 않는다. 김장용은 그러나 무시무시한 페이스의 일대 격전을 펼쳤고 3라운드에 상대의 탭을 받아내면서 PXC의 페더급 벨트를 한국으로 가지고 왔다. 그것은 보이지 않았던 승리였기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경기를 지켜본 국내의 열혈팬들 상당수가 KO를 당하고 말았다. 모두들 웃으면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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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용은 1984년생이고 용인대 출신이며 코리안 탑팀 소속이다. 그는 GO 슈퍼코리안 시즌 2에서 이광희에게 승리를 거두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선수 생활내내 그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게다가 운도 따르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김장용이 코리안 탑팀이라는 아시아 최고 레벨의 명문에서 오랫동안 주장을 맡고있다는 점을 통해 그의 실력과 됨됨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 선수가 이상하게 잘 풀리지를 않으니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그리고 그를 알고있는 국내의 골수팬들은 많이 갑갑했을 것이다.
9월 14일 (필리핀 현지날짜) 벌어진 PXC 39의 메인이벤트는 마크 스트리글이라는 신예가 UFC로 진출하기 위해 벌이는 최종 시험대 같은 성격의 경기였다. 스트리글은 2009년에 데뷔해 12연승을 달리고 있으며 12명의 상대중 단 2명에게만 종료의 부저소리를 들려주었고 최근 7경에서 모조리 서브미션승을 거두었으며 그중 6경기를 1회에 마무리 지었다. 이런 선수에게 6승 5패 1무라는 김장용의 전적은 초라해 보였을 것이고 대회사도, 상대진영도, 필리핀 현지 팬들도 스트리글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을것이다.
1라운드 초반, 김장용이 테이크다운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렇지만 김장용은 금방 포지션을 역전시키며 경기의 흐름을 흔들었고 1라운드 내내 두선수는 격렬한 그라운드 공방을 벌였다. 스크램블이 너무나 고속으로, 치열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에 기억만으로는 상황을 복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라운드 종반에 스탠딩으로 돌아갔지만 두선수 모두 움직이지 않고 숨을 고르며 라운드의 종료를 기다렸다. 말로만 들으면 선수들이 성의가 없는것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사실 그 장면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너무나 에너지 소모가 극심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야유가 나오는 UFC에서도 아마 아무말 못했을 것이다. 1라운드 중반에 해설진에서 코리안 탑팀의 위상과 임현규, 그리고 하동진 대표에 대한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역시 탑팀에서는 어설픈 선수를 내보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2라운드 스탠딩에서 김장용은 흥미로운 기술을 사용했다. 김장용과 스트리글은 모두 사우스포였는데 김장용이 오른발 스위치 프론트킥을 스트리글의 명치에 연이어 꽃아넣었던 것이다. 흔히 바디 블로우 라고 하면 리버샷(오른쪽 흉곽 아래의 간장부위)을 대표적으로 꼽지만 실제로 복부에서 가장 치명적인 급소는 명치다. 때리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가능하다면 바디샷도 명치를 노리는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김장용은 스탠딩에 약점이 있는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뭔가 어중간한 거리에서 상대에게 안면타격을 자주 내주는 타입이엇던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그는 상당히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뒷발을 앞으로 딛으며(스위치하며) 거리를 잡음과 동시에 (뒷발이 된)오른발 프론트킥을 간결하면서도 힘있게 내질러 스트리글의 명치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다. 1라운드에 이미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고 양손으로 무릎을 짚은 스트리글은 이것에 연속으로 당하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던것으로 보인다.
김장용은 2라운드 후반부에 힘이 떨어진 스트리글에게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강한 어퍼컷과 펀치 연타가 스트리글의 안면을 연이어 타격했는데 버텨낸 상대를 칭찬하고 싶을 만큼 좋은 공격들이 많이 들어갔다.
그라운드 전반에서 김장용은 기무라 그립을 120%활용했다. 그것로 그는 상하위를 뒤집기도 했고 암바로 연결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상대로 하여금 방어에 급급하도록 몰아세웠던것이다. 그리고 3라운드에 결국 기무라를 기반으로 일을 냈다. 기무라 그립을 잡은 상태에서 두다리로 상대의 목을 조르는 시저록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굉장히 보기드문 형태의 서브미션이 나왔는데 이것은 하동진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비스트 초크'로 김장용(별명이 비스트)의 오리지널 테크닉이다. 목을 방어하면 팔이 꺽이고 팔을 신경쓰면 목이 졸리는 양수겸장의 비기였던 것이다. 인터뷰에서 현지 해설자 역시 이 기술에 대해 흥미를 보였는데 김장용은 그것을 오랫동안 공들여 연마해왔다고 밝혔다.
스트리글이 탭을 하자 탑팀의 멤버들이 일거에 뛰쳐나와 김장용을 얼싸안고 환호했는데 그 중에서도 하동진 대표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던 것이다. 얼마나 기쁨이 컸으면 그렇게 까지 하였을까. 김장용을 응원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동행한 임현규와 김두환등 탐팀동료들의 열렬한 환호속에서 김장용은 케이지 탑에서 백플립으로 내려오는 화려한 세레모니를 연출했고 인터뷰도 멋지게 해치웠다.
적지에서 최고의 상대와 싸워서 명승부 끝에 얻어낸 빛나는 승리, 김장용과 코리안 탑팀에 팬으로써 깊은 감사와 축하를 드린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5D174A5234BCCB32)
이종카페 개독킬러님 글에서 펌
![](https://t1.daumcdn.net/cfile/blog/21595D4A5234BCCD33)
이종카페 뻘건기사님 글에서 펌
![](https://t1.daumcdn.net/cfile/blog/225BCE4A5234BCD835)
이종카페 뻘건기사님 글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