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남한지역 세형동검의 출현과 전개'를 이번에 정리하여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비파형동검과의 관계, 노야묘-윤가촌식동검과의 관계, 점토대토기와의 관계, 일부 유구와 유물군의 시간적 위치, 지역적 전개 양상 등, 그간 세부적으로 풀어야할 점들이 있어 발표를 미루다 이번에 정리하게 된 것이다.
세형동검의 새로운 분류안을 제시하였고, 세형동검의 출현을 점토대토기와 같은 기원전 4세기 중엽으로 보았으며-괴정동류는 종전과 같이 기원전 3세기로 봄-, 기원전 350-300년의 기간은 세형동검 집단이 세형동검이라는 새로운 동검 유형을 혁신적으로 창안하되 최선의 동검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실험을 반복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기원전 100년 이후부터 목곽묘-신식와질토기 전단계까지 경상도 지역의 세형동검 분묘군을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큰 단위의 시간 범위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좁은 시간 단위에서는 편년 자체에도 논의할 사항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점 모두가 앞으로 더욱 주의 깊게 생각해 볼 문제라 생각한다.
요지는 아래와 같다.
먼저 세형동검의 고유한 속성은 결입부와 절대인데, 이러한 점에서 북한 학계를 중심으로 초기 좁은놋단검, 즉 세형동검으로 규정되고 있는 요령~서북한 등지의 노야묘-윤가촌식동검은 세형동검의 결입부에 잔존하고 있는 돌기부가 일률적으로 소멸되어 있다는 점에서 세형동검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고,
마찬가지로 양동리식동검 또한 비록 그 직접적인 선행 형식이 결입부가 흔적으로 남은 직인화된 세형동검이라 할지라도, 세형동검과는 구분되는 별개 유형의 동검으로 구분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동검 유형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두 부류 동검을 제외한 나머지만을 세형동검으로 규정하였다.
이어 세형동검을 분류하는데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속성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세형동검이 후기 비파형동검을 직접적인 선행 형식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형동검의 발생과 변천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검신 하단부 형태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를 제1기준으로 삼아 호선형을 A형, 미호선형을 B형, 사선형을 C형, 직선형을 D형으로, 척능 길이를 제2기준으로 삼여 결입부까지를 I식, 그 이하까지를 II식으로 세분류한 뒤, 좁은 폭의 혈구와 다선혈조가 있는 것에 한해 ‘′’를 붙여 특별히 구분하였다. 이렇게 해서 분류되는 형식으로는 A형, B형(BI,BII식), C형(CI,CII식), D형(DI,DII식,DII′식)이 있다.
다음으로, 세형동검 공반 단계는 전체 7개 단계로 획기하였다.
제I단계(전350~300년)는 환상파수 단순기, 제II단계(전300~250년)는 괴정동류 유물군이, 제III단계(전250~200년)는 동령류 및 동모와 동과, 제IV단계(전200~100년)는 주조철부, 철낫, 철착, 철사, 제V단계(전100~1년)는 전기 와질토기 외에 철단검, 철모, 철과, 철촉, 주조철부, 단조철부, 판상철부 등이,
제VI단계(후1~100년)는 전기 와질토기 신형식 외에 중세형동모, 중광형동과, 장방형 주조철부 III식, 판상철부 I식, 제VII단계(후100~150년)는 전기 와질토기 신형식 외에 장경철단검, 쇠스랑, 닻형철기, 궐수형철기, 궐수장식표비, 철복 등이 새로이 공반하는 단계이다.
다음으로, 세형동검은 후기 비파형동검을 직접적인 조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세형동검이 요령 지역 가운데 어느 후기 비파형동검집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가가 주목되고 있다. I~II단계의 세형동검문화는 토기와 청동기에서 정가와자유형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그런데 정가와자유형에서는 적석석관묘가 전형적이지 않을뿐더러, 세형동검문화 초기의 조합식우각형파수부호 기형은 요동 남부 연해 지역과 유사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세형동검은 정가와자유형의 차상위 일부 집단과 요동 남부의 일부 집단으로 구성된 이주집단의 한반도 중서부로의 유입에 의해 기원전 4세기 중엽 창의된 것으로 보았다.
세형동검은 형태적 속성의 형식학적 변천 원리 외에 단계별 각 형식의 수량과 점유비율 등을 고려할 때, A형을 초현기 형식으로 하여 D형 일반(DI,DII식)과 DII′식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변천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점은 각 단계의 중심 형식은 제I단계는 A형, 제II단계는 BI식, 제III~V단계는 CI․CII식, 제VI단계는 DII′식과 CII식, 제VII단계는 DII′식이라는 점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철기가 처음으로 유입된 것은 제IV단계이고, 주조철부․판상철부 등을 직접 제작함은 물론 철단검이 사용된 시기는 제V단계부터이다. 그러나 철검의 영향을 받은 시기는 여러 점을 고려할 때 제VI단계부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