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성경공부 시간에 한 성도가 왜 부활절은 매년 날짜가 바뀌는지 그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여기에 대해 자세히 그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써서 그 성도만 아니라 신대원 학생들에게도 고난주간과 부활절 시점에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지키던 것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지키면 동일한 날이라도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부활절은 우리 기독교의 핵심진리인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새기고 성도의 존재의의와 목적을 새롭게 하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교회마다 부활절 전에 일주일 동안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계실 때 예루살렘에 나귀 새끼를 타시고 입성하신 후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심을 기념하고, 또한 장사지낸 바 되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신 사실을 기념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여 영원토록 하나님과 교제하는 생명을 주시기 위한 사건이고, 이 사건이 여전히 우리가 받은 구원을 풍성하게 누리는 문제와 우리가 어떤 삶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의 문제와 우리의 미래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념하기 위하여 사순절을 지켜왔습니다. 사순절(四旬節, Lent)이란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기간(부활절부터 46일 전)을 말합니다. 오순절의 ‘오순’(五旬)이 50일을 의미하듯이, 사순절의 ‘사순’은 40일을 의미합니다. 이 40일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오셔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던 기간에서 따온 것으로 숫자와 금식의 개념만 가져왔습니다. 특히 부활절 전에 40일 금식을 하는데, 주일은 금식하지 않기 때문에 부활절부터 그 전에 40일을 계산하면 주일을 제외하면 46일이 되기 때문에 부활절 6주 전 수요일부터 시작합니다. 40일 금식을 시작하고 재를 머리에 얹거나 이마에 찍는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부릅니다. 이 전통은 주후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council of Nicea)에서 처음으로 ‘사십일’로 정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기록은 주후 330년의 아타나시우스(Athanasius)의 편지와 주후 348년 예루살렘의 시릴(Cyril)의 『교리문답 강의』(Catechetical Lectures)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사순절의 기원을 볼 때 40일 동안 그리스도의 부활을 준비하며 금식하면서 그리스도 고난의 의미를 새기는 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순절이 의미가 있는 것은 부활절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부활절은 성경에 따르면 안식 후 첫날 곧 유월절 다음날입니다(마 28:1, 요 20:1). 유월절은 이스라엘 역법 첫째 달(니산월=아빕월) 14일이기에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은 15일이 됩니다. 이스라엘 역법은 출애굽한 달을 해의 첫 달로 삼았고(출 12:2), 열흘에 어린양을 취하고(출 12:3), 열 나흗날까지 간직했다가 해질 때에 잡았습니다(출 12:6). 이 날에 하나님께서 애굽 온 땅을 치시고 어린양의 피를 바른 문설주와 인방에 바른 집은 넘어가셨습니다(출 12:23). 이날을 기념하여 지키는 것이 유월절입니다(출 12:11, 24). 이스라엘은 이날을 큰 안식일로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지켰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안식 후 첫날 곧 첫째 달 열다섯째 날에 부활하셨습니다(요 20:1). 부활절은 이날을 기념하여 지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첫째 달은 현대의 3-4월경이 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예수님 당시는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주전 46년에 제정한 역법인 태양력인 율리우스력에 따라 사용하였기 때문에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후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에 의해 소집된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부활절을 모든 그리스도인이 같은 날에 기념하기로 하였고, 그 방안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게 되는 춘분을 율리우스력에 따라 3월 21일로 확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율리우스력 1년은 365.25일이므로 천문학의 회귀년으로 계산한 1년의 길이보다 약 11분 14초가 깁니다. 이 편차가 상당 기간 누적되어 16세기에 이르러서 약 10일이 빠를 정도로 달력에 오차가 생겼습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1582년 10월 4일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율리우스력에서 400년에서 세 번의 윤년을 제외하는 방법으로 개정하였고 그의 이름을 따서 그레고리력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이슬람을 제외하고 그레고리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교회는 니산월 14일을 부활절로 고정하여 지켰고,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교회는 니산월 14일 다음에 오는 주일에 부활절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수백 년간 부활절 날짜로 인해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 지금처럼 통일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지키는 부활절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지금 교회는 그레고리력에 근거한 부활절을 춘분 다음에 오는 만월 다음 주일로 지킵니다. 춘분은 태양력으로 3월 21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만월’(滿月)은 태음력으로 보름을 의미하는 날이기 때문에 날짜가 바뀝니다. 그러므로 부활절을 알기 위해서는 춘분인 3월 21일을 찾고, 춘분 다음에 오는 음력 15일을 찾고 그 다음에 오는 주일을 찾으면 됩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여 주님이 영광 중에 재림하실 때 우리의 몸도 주님처럼 부활하게 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님의 부활과 연합하여 우리의 영과 육이 새로운 존재가 되어 하나님과 교제하는 새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도 믿습니다. 그래서 변화된 존재로 이 땅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며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며, 하나님이 그리신 큰 그림에 따라 세계를 경영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부활한 자로서 합당한 자로 살기 위하여 먼저 그리스도의 고난의 의미를 생각하고 부활절을 맞아야 합니다. 이 기간에 우리 삶의 기초를 다시 확인하고 회개할 것은 회개하고 우리의 신분에 따른 사명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