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실현 도구
『미소의 웃음 비밀』(우미옥 글. 김다정 그림. 맘에드림)
『세탁책방 할머니』(류근원 창작동화. 윤지경 그림. 좋은꿈)
욕망에 대해 철학자들은 “삶의 원동력을 첫째도 욕망, 둘째도 욕망, 셋째도 욕망(스탠리 쿠니츠)”이라고 하고, “욕망은 우리를 자꾸자꾸 끌고 간다.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간다. 우리의 불행은 거기에 있다(루소)”고 지론을 폈다.
욕망 안에 아우를 수 있는 것에 바람, 소망, 목표 들을 들 수 있는데, 그 중 소망은 많은 상상력을 불러온다. ‘뭘 하고 싶다. 뭘 이루고 싶다. 뭘 갖고 싶다….’는 소망은 우리를 역동적이게 한다. 다양한 소망을 품고 있는 독자들에게 『미소의 웃음 비밀』과 『세탁책방 할머니』는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리라 본다.
우미옥 글. 김다정 그림. 맘에드림
웃고 싶을 때, 웃을 수 없다면 어떨까? 『미소의 웃음 비밀』 주인공 미소의 고민이다. 미소는 웃어도 자연스럽지 않아서,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주아가 자신이 속으로 좋아하는 수호와 더 친하게 지내는 것도 미소를 활짝 웃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매사에 자신이 없는 미소는 자연스럽게 웃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도구가 등장한다. 바로 ‘웃음크림’이다.
비 내리는 날, 살 하나가 부러진 우산을 쓰고 가던 미소는 불빛이 반짝이는 작은 공원에서 웃음학원을 운영하는 웃음박사 아줌마를 만난다. 웃음박사는 미소에게 웃음크림을 준다. 소망을 이루는 데는 대가가 따르는 법! 웃음크림 사용 시 주의사항이 그것이다.
“1회에 쌀알만큼 사용해야 하고, 이상 증세가 있으면 즉시 사용을 멈추어야 하고, 잠들기 전에 비누로 크림을 씻어야 하고, 3일 이상 연달아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p.31)는 것이다.
웃음크림 덕에 미소는 반에서 웃음왕으로 뽑히고, 수호와도 친하게 지내게 된다. 잠시 수아에게 미안했으나 그것도 인정받는 만족도에 비해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웃음크림 없이 생활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웃음크림이 떨어지기 전에 웃음크림을 구해야 한다. 미소는 공원으로 가서 웃음박사를 찾지만 웃음학원이 없다. 미소는 날마다 공원을 찾는다. 드디어 웃음박사를 만난다. 웃음크림이 필요하다는 미소 말에 웃음박사는 말한다.
“없어. 내가 다 썼거든. 억지로 웃는 척해야 했거든. 사람들은 더 이상 웃으려고 하지 않아. 이렇게 힘들 때는 다들 웃고 싶어 하지 않아. 내가 나서서 아무리 웃어야 한다고 해도 소용없었단다. 웃는 나만 바보 취급을 받았어. 이제 웃음 공부를 하러 북쪽에 있는 울라 섬에 가 볼 생각이야.” (p.61)
그리고 마지막 남은 웃음크림을 주며 당부를 한다.
“(…) 웃음크림 없이도 웃는 법을 찾아라.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다면 억지표정을 짓거나 척할 필요 없이도 잘 웃게 될 거야.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편안한 웃음은 어던 웃음도 아름다워. 진짜로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가진다면 이런 크림 따위 필요 없지.” (p.61)
미소는 웃음박사의 말을 새겨듣지 않고 웃음크림을 덕지덕지 바른다. 웃음의 효용성에 취해서 웃음크림 주의사항을 어기게 된다. 피구를 하다가 코피가 나서 주저앉은 주아를 보고 미소는 웃음을 터뜨린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이상하게 여겨도 멈출 수 없다. 울고 싶은 마음인데 얼굴은 반대로 웃고 있고, 웃음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p.72) 한다. 미소는 화장실로 달려가 숨는다. 소망이 욕심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상해,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지? 도대체 뭐가 문제지?’ (p.73) 미소는 자신에게 질문을 하며 돌아본다. 그리고 결심을 한다. ‘가짜로 웃는 것, 이제 안 할 거’(p.76) 라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된 미소는 주아에게 사과하고 다시 우정을 회복한다. 소망의 도구로 사용된 웃음크림은 미소의 소망을 충족시켜주기도 하고, 미소를 곤란에 빠지게도 하며 미소를 성장하게 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류근원 창작동화. 윤지경 그림. 좋은꿈
『세탁책방 할머니』는 매력적인 아이 도깨비를 만나게 한다. 도깨비니라 아이 도깨비인 책비는 게임에 빠져서 책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빠가 권해주는 책은 딱지를 접어서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한다. 그런 책비를 보며 책비 아빠는 책비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 욕망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책비 아빠는 인간마을로 와서 세탁책방을 찾는다.
“… 여기가 세탁책방 맞나요? 간판이 없어서요.”
“네, 맞아요. 헌책을 모아 깨끗하게 만든다고 붙여진 이름이에요. 헌책이라고 버리면 책들이 불쌍하잖아요.”
“불쌍하다니요?”
“버려지면 책 속 주인공도 따라죽잖아요. 오래오래 읽혀야 주인공도 오래 살잖아요. 안 그래요?”
책을 대하는 할머니의 철학이 묻어나는 대답이다. 책비 아빠는 책비가 세탁책방 할머니를 만나서 책을 좋아하게 하고 싶다. 그래서 책비를 할머니에게 보낸다.
“사람나라로 가거라. 그곳에서 책을 좋아하게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그림책 속에 책을 좋아하게 되는 네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p.47)
이제 책비에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야 하며, 글씨 없는 그림책 <독서왕자가 된 책비>에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인간세상으로 온 책비는 소망의 도구로 무엇을 사용할까? 익숙하게 알고 있듯이 도깨비 방망이이다. 하지만 1차 도구인 도깨비방망이 그대로가 아닌 2차 변형인 뿅망치이다. 그것도 뿅망치 끝에는 휴대전화가 달려 있다. 도깨비감투는 빨간 빵모자로 변형되어 사용된다. 판타지 도구를 사용할 때 응용해 볼 부분이다.
책비는 세탁책장 단골인 도은비와 티격태격하고, 할머니 말도 지지리 듣지 않는다. 하지만 서서히 은비와도 친구가 되고, 컴퓨터게임 가게 주인이 세탁할머니 책방을 차지해서 가게를 넓히려는 속셈을 알고 물리친다. 또 할머니가 쓰러졌을 때도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하여 목숨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
이제 <독서 왕자가 된 책비> 속에 할머니를 처음 만났던 일, 할머니가 헌책을 새 책으로 만드는 모습, 독서 공주 은비 이야기, 슈퍼 도깨비가 된 할머니 모습, 병원에서 있었던 일 등이 담긴다.
이제 책비는 주어진 미션을 수행했기에 도깨비나라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소망을 다 들어주었기에 책비의 주문을 들어줄 수 없다는 문자가 뜬다. 도깨비방망이 성능이 다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하는 구성은 책 읽기의 즐거움으로 기꺼이 이끈다.
『세탁책방 할머니』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샘솟게 한다. 책이 버려져서 주인공도 따라 죽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없을 테니까.
『미소의 웃음 비밀』은 웃음크림, 『세탁책방 할머니』는 뿅망치와 빨간 빵모자가 소망도구로 사용되어 서사에 흥미를 주고 있다. 소망을 이루기에 매력적인 도구이다.
함영연
동화작가. 문학박사.
계몽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강원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문학나눔,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우수출판 콘텐츠로 여러 권 선정.
작품집으로 『일본군 ‘위안부’ 하늘 나비 할머니』 『베프 따위 필요 없다고?』 『마음병 탈출하기』 『글쓰기는 싫지만 상은 받고 싶어』 『석수장이의 마지막 고인돌』 외 여러 권을 펴냄. 현재 동화를 쓰며 대학에 출강
출처 : 아동문학사조 7호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웃음박사, 웃음크림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