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교회에 과연 신학이 있는가?’ 라는 물음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신학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신학이 없다는 것은 시대적 성찰과 고민이 없다는 뜻입니다. 매우 부끄러운 질문인데도 우리는 전혀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학이 신앙의 이야기인데, 신학이 없다는 것은 신앙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뜻도 됩니다.
한국 교회는 조직과 체제, 그리고 외형적으로 제도적으로는 매우 커졌습니다.
그런데 그 외형과 함께 내적으로 참으로 알찬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1981년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1984년 200주년과 103위 순교성인 미사, 1989년 세계 성체대회 등 9년동안 무려 세 차례의 큰 행사를 치루면서 한국 교회는 그 외적 힘을 크게 과시했습니다.
반면 그 이면에는 부끄럽고 어두운 면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이 큰 행사를 치르면서 저는 늘 마태오 복음 23장을 읽고 묵상하며 우리 교회공동체는 어쩔 수 없이 예수님 본질적 가르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반성하곤 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예언자들의 무덤을 단장하고 성자들의 기념비를 장식해 놓고는 ‘우리가 조상들 시대에 살았더라면 조상들이 예언자들을 죽이는 데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떠들어댄다. 이것은 너희가 예언자를 죽인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 조상들이 시작한 일을 마저 하여라”(마태 23,29-32).
바로 이러한 성찰 속에서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은 제7차 심포지엄 주제로<신앙의 부재, 신학의 부재-한국 가톨릭신학의 자리찾기>를 설정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믿음에 대해 그리고 믿음에 대한 반성으로서의 신학에대해 본질적 물음을 이제껏 던지지 못했습니다. 믿음과 신학은 끊임없이 하느님께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과 현실에 맞서 싸우고 제도적 교회를 고민하고 비판하는 작업입니다.
사실 2000여년의 우리 그리스도교회의 역사는 바로 그 정치사회의 현실 속에서 싹트고 성장했으며 때로는 세상과 싸우고 세상을 껴안으면서 그러나 언제나 하느님 말씀을 근거로 반성하고 고민하고 종합한 삶의 산물입니다. 반성과 성찰이 진지할 때 교회는 풍요로웠습니다. 그러나 세상 위에 군림하려했던 중세교회는 암흑시기와 동일시되고, 세상과 함께 하지 못했던 계몽주의 시대에는 교회가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배척받기도 했습니다.
그 오랜 과정을 통해 1960년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쇄신을 꾀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지만 40여년이 지난 오늘 교회는 정보화시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대답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학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어떻게 우리가 인간의 언어로 제대로 표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작업입니다. 그 작업 과정이 바로 신앙입니다. 신앙은 열정과 힘입니다. 신앙은 투신입니다. 박해시대 때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의 초기모습은 바로 열정 그것이었습니다. 목숨을 건 순교보다 더 큰 열정이 있습니까? 그리고 7.80년대 불의한 독재정권에 맞서 청년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펼쳐진 민주화와 인권운동 그리고 자유와 통일운동은 그 자체가 웅변이며 증언이었습니다. 이때 성당은 정의를 부르짖는 백성들의 모임 장소가 되어 출애급의 삶을 재현하는 해방과 구원의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가 바로 하느님과 이웃을 새롭게 만난 신앙의 현장이었고 그 이야기가 바로 삶의 신학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만남과 삶, 이것이 바로 신앙과 신학의 특징입니다. 하느님과 이웃과 역사를 새로 깨닫고 그 깨달은 것을 세상에 고백하고 증거 하는 것이 바로 신앙과 신학입니다.
때문에 신학이 없는 신앙은 맹신이며, 신앙이 없는 신학은 언어의 유희일 뿐입니다. 그런데 신학도 없고 신앙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풍토라면 그것은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은 비참한 모습입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거짓말쟁이’ 라는 요한1서 4,20의 말씀을 진정으로 깨달았다면 우리는 필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역사의 현장, 정치사회의 문제를 얘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얘기하지 않으면서 가보지도 않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하느님 나라를 얘기하는 것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바로 신앙과 신학이, 오늘 그리고 우리가 처해있는 이 역사 현실을 얘기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앙 안에서 신학을 하며 고민하는 분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반성과 성찰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모임이 참으로 신앙과 신학이 함께 연계되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주제 : 신앙의 부재, 신학의 부재? 한국 가톨릭신학의 자리 찾기
발제 : 1) 사유하는 신앙, 증거하는 신학
- 신학과 신앙의 관계에 관한 물음
오민환 (본 연구원 상임연구원)
2) 하느님 이야기, 예수님 이야기
김인국 (청주교구 오송성당)
논평 : 1) 김일회(인천교구 사회사목국)
2) 유혜숙(통합사목연구소 책임연구원)
사회 : 김홍진 (서울교구 문정동성당)
때 : 2006년 10월 30일(월) 14:00-17:00
곳 : 명동 가톨릭회관 3층